원시블랙홀

원시블랙홀

[ primordial black hole ]

원시블랙홀은 우주 초기에 생성되었을 수도 있는 블랙홀을 말한다. 밀도가 높고 비균질한 초기우주(early universe)에서 밀도가 특별히 높은 영역들이 직접 수축하여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젤도비치(Yakov Zeldovich)와 노비코브(Igor Novikov)가 1966년 처음 제안하였다. 호킹(Stephen Hawking)은 1971년 별의 진화에서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블랙홀보다 훨씬 더 작고 가벼운 블랙홀들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생성된다는 가설(hypothesis)을 제시하였다.

현재까지 천문학 관측에 의해 확인된 블랙홀은 별의 진화과정에서 생기는 별질량블랙홀(stellar mass black hole)과 생성과정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은하 중심부에 대개 존재하는 초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다. 최근 이 별질량블랙홀 보다는 무겁고 초대질량블랙홀보다는 가벼운 중간질량블랙홀(intermediate mass black hole)도 존재한다는 연구들도 있다. 이들 블랙홀에 비해 원시블랙홀은 아직은 아무런 관측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가설 상의 블랙홀이라 할 수 있다.

목차

호킹의 가설

호킹은 1971년 논문을 통해 아주 초기우주에서 큰 무작위 요동(random fluctuation)들이 직접 수축해서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은 양자역학 효과가 중요한 플랑크길이(Planck length), 10-35 m 보다는 커야 하므로 질량은 10-8 kg 보다는 무거운 블랙홀만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블랙홀의 갯수는 관측된 우주팽창의 감속 크기에서 추정되는 밀도한계 10-25 kg/m3를 넘지는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들 원시블랙홀들이 전하를 띌 수도 있고 가벼운 블랙홀은 소립자와 같으므로 전자와 결합하여 원자처럼 될 수도 있다고 제안하였다. 이들 원자블랙홀은 태양같은 별에 잡혀서 중심부로 이동한 후 반지름 10-13m, 질량 1014kg인 단일 블랙홀로 존재하고 이로 인해 태양 중심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의 수가 줄어들어 중성미자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였다. 하지만 중성미자문제는 이후 중성미자 진동이 실험적으로 입증되면서 해결되었다. 또한 중심에 작은 블랙홀이 있는 별들이 중성자별로 진화하게 되면 중심 블랙홀은 많은 중성자들을 부착하면서 자라서 결국 1000만년 정도가 지나면 중성자별을 삼키면서 중력파를 방출할 수도 있다고도 상상하였다.

원시블랙홀의 호킹복사

호킹은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에 모든 블랙홀은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를 방출하면서 가벼워진다고 예측하였다. 블랙홀이 방출하는 호킹복사는 흑체복사이고 그 온도는 질량에 반비례하고 광도는 질량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가벼운 블랙홀일수록 더 밝고 더 에너지가 높은 광자를 방출하면서 증발한다. 현재 우주의 나이를 고려하면 초기우주에서 생긴 원시블랙홀 중 너무 가벼운 블랙홀은 이미 증발해버렸고, 너무 무거운 블랙홀은 방출하는 호킹복사가 너무 약하다. 원시블랙홀 중 질량이 1011kg 정도인 블랙홀은 증발해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현재 우주의 나이와 비슷해서 이런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생겼을 경우 지금 감마선을 방출하면서 증발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1960년대 발견된 감마선폭발은 그 정체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는데 짧은감마선폭발은 질량이 1011kg 정도인 원시블랙홀의 호킹복사일 수도 있다고 의심되었다. 지금은 감마선폭발이 극초신성(hypernova)이나 쌍중성자성(binary neutron star)의 병합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만약 1011kg 정도인 원시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생성되었다면 감마선우주망원경 등으로 검출될 수 있을 것이다.

원시블랙홀의 질량

원시블랙홀이 생성되는 과정은 구체적인 계산 등을 통해 밝혀진 바가 아직 없다. 주로 어느 정도 질량을 가진 블랙홀들이 몇 개나 만들어질 수 있는지 예측조차 못하고 있다. 호킹이 언급했던 10-8kg 보다만 무거우면 어떤 블랙홀이든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라이고에 의해 최초로 중력파가 검출된 사건 GW150914에서 결정된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36배와 29배였고 이 블랙홀이 원시블랙홀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시되었다. 초대질량블랙홀이 만들어지려면 별질량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씨앗블랙홀(seed black hole)이 필요한데 원시블랙홀이 이 씨앗블랙홀이었을 가능성도 제시되었고 원시블랙홀이 중간질량블랙홀의 씨앗이었을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원시블랙홀 검출 노력

증발하는 가벼운 원시블랙홀에서 방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감마선 관측 외에도 원시블랙홀을 검출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 왔다. 원시블랙홀도 블랙홀이므로 마초(MACHO)로서 은하의 암흑헤일로의 주된 구성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실험은 우리은하 헤일로의 MACHO 질량이 많지 않음을 밝혔기에 혹시 원시블랙홀이 우리은하 헤일로에 있다 하더라도 그 총 질량은 많지 않아야 한다. 이외에도 여러 경우에 원시블랙홀이 혹시라도 존재하면 검출할 수 있는 효과들에 대한 관측들이 있었지만 아직 원시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원시블랙홀은 흥미로운 가능성이지만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가설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