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질량블랙홀

중간질량블랙홀

[ intermediate mass black hole ]

중간질량블랙홀은 그 질량이 태양 질량의 대략 백배에서 십만배사이에 이르는 블랙홀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만들어지는 별질량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과 무거운 은하의 중심에 있다고 알려진 초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로 나뉜다. 별질량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 배에서 수십 배 정도이며, 초대질량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십만배보다 큰 블랙홀을 말한다. 중간질량블랙홀은 그 질량이 이들 두 종류의 블랙홀 사이에 있는 블랙홀을 지칭하지만, 별질량블랙홀이나 초대질량블랙홀과는 다르게 중간질량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관측적 증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목차

중간질량블랙홀의 기원

중간질량블랙홀은 초기 우주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크게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우주 초기에는 항성종족 III과 같은 무거운 별들이 많이 만들어 질 수 있는데, 이러한 별들이 죽으면서 중간질량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무거운 성단에서는 별의 밀도가 매우 높아서, 별들간의 병합으로 일반적인 환경에서 만들어 질 수 없는 무거운 별이 형성될 수 있고, 이 별이 중간질량블랙홀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우주 초기의 가스덩어리들은 중원소함량이 작으므로, 쉽게 식지 않고 빠르게 수축하면서 바로 중간질량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중간질량블랙홀은 현재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초대질량블랙홀의 씨앗(seed)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간질량블랙홀의 후보

중간질량블랙홀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을 거라는 이론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중간질량블랙홀일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는 매우 드물다. 현재까지 알려진 후보는 아래와 같다.

ESO 243-49에 위치한 HLX-1

렌즈형 은하인 ESO 243-49의 외곽부에 위치하고 있는 엑스선광원 HLX-1(Hyperluminous X-ray Source)는 엑스선에서 많은 에너지를 내고 있는 중간질량블랙홀의 강력한 후보중의 하나이다. (그림 1) 일반적으로 별질량블랙홀이 내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지만, 초대질량블랙홀처럼 은하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 않으므로 중간질량블랙홀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천체이다. 2004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후속 분광관측으로 HLX-1이 실제로 모은하인 ESO 243-49와 비슷한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천체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대략 2만배 정도 되는 것으로 추측되어진다. 이 천체의 기원은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모은하와 병합하던 왜소은하의 흔적일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그림 1. ESO 243-49은하.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에 HLX-1가 위치하고 있으며, 중간질량블랙홀의 강력한 후보로 알려져 있다. (출처: )

구상성단 47 Tucanae

구상성단 47 Tucanae는 하늘에서 겉보기에 두 번째로 밝은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이며, 2017년에 펄사(pulsar)를 이용한 운동학적 연구로 이 구상성단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2300배에 달하는 중간질량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구상성단의 중심에서 중간질량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발견이다.

중간질량블랙홀을 찾기 위한 노력

새로운 중간질량블랙홀을 발견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여러가지 후보 천체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구상성단

이론적인 예측에 의하면, 무거운 구상성단의 중심에서 중간질량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 우리은하 혹은 가까운 외부은하에 위치한 무거운 구상성단에 대한 관측 연구가 수행 중이며, 현재까지 대략 10개의 구상성단의 중심에 중간질량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이 보고 되었다. 2017년에 펄사를 이용한 연구로 47 Tucanae의 중심에서 중간질량블랙홀 후보가 발견되었다.

왜소은하

초대질량블랙홀과 모은하의 질량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상관관계에 의하면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은 모은하 질량의 대략 0.2-0.5%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예측에 따라 중간질량블랙홀은 질량이 가벼운 왜소은하(dwarf galaxy)의 중심에 존재할 것으로 자연스럽게 기대가 된다. 따라서 왜소은하의 중심에서 중간질량블랙홀의 후보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부 은하군에 포함된 M33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3000배에 못 미치는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중간질량블랙홀의 중요한 후보 중에 하나로 생각되어 진다. (그림 2)

그림 2. 국부은하군에 속해 있는 왜소은하인 M33의 모습. M33의 중심에는 질량이 태양 질량의 3000배보다는 작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

초발광엑스선광원(Ultra-luminous X-ray sources)

은하의 외곽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엑스선에서 많은 에너지를 내는 점광원을 초발광엑스선광원(ULX)라고 지칭한다. 한 천체가 낼 수 있는 최대광도는 에딩턴광도(Eddington luminosity)에 의해 결정되는데, 에딩턴광도는 천체의 질량에 비례한다. 초발광엑스선광원의 엑스선 광도는 별질량블랙홀의 에딩턴광도 @@NAMATH_INLINE@@10^{39}@@NAMATH_INLINE@@ erg/s보다 크다. 그러므로 초발광엑스선광원의 중심에는 별질량블랙홀보다 무거운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초발광엑스선광원은 은하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 않으므로 초대질량블랙홀과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이유로 초발광엑스선광원이 별질량블랙홀과 초대질량블랙홀과는 다른 종류의 중간질량블랙홀의 후보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략 3개의 외부은하(ESO 243-49, M82, NGC 2276)에 위치한 초발광엑스선광원이 확인되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

2개의 중간질량블랙홀이 병합하거나, 중간질량블랙홀과 별질량블랙홀이 병합하는 경우 강한 저주파 중력파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구상성단과 같은 밀도가 높은 영역에 중간질량블랙홀이 존재할 경우 중력파를 통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석력현상(Tidal disruption event)

중간질량블랙홀로 백색왜성이 빨려 들어가면 조석력에 의해 찢어지면서 많은 빛을 낼 수 있는데, 이 순간을 관측함으로써 중간질량블랙홀을 찾아낼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결과는 없지만 향후 중대형망원경을 이용한 시계열 관측이 활발해지면 새로운 종류의 중간질량블랙홀 후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