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질량블랙홀

초대질량블랙홀

[ supermassive black hole ]

초대질량블랙홀은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무거운 블랙홀로서 질량이 대략 태양의 십만배에서 백억배 사이인 블랙홀이다. 무거운 별에서 만들어진 별질량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과는 달리 초대질량블랙홀은 은하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은하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거운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은하의 경우 은하의 중심지역인 궁수자리A*(Sagittarius A*)에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대질량블랙홀은 보통 에너지를 많이 방출하지 않고 조용하게 존재하지만 주변 물질이 유입되는 경우에는 부착원반(accretion disk)을 형성하면서 매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것이 퀘이사 혹은 활동은하핵(AGN)의 물리적 기원이다.

목차

초대질량블랙홀의 발견

외부은하

1960년대에 발견된 퀘이사의 밝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론적으로 초대질량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되었다. 은하 중심부에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은하 중심부에서 빠르게 움직아는 별이나 가스들이 관측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심부에 대한 정밀한 관측이 가능한 가까운 은하들이 집중적으로 관측되었다. 1980년대 중반 지상광학망원경을 이용하여, 우리로부터 약 2.5백만광년 떨어져 있는 왜소타원은하인 M32의 중심에서 태양질량의 대략 6-9백만배에 이르는 블랙홀의 존재를 시사하는 관측이 최초로 이루어졌으며(2010년대 기준으로는태양질량의 2-3백만배), 이어서 1980년대 후반에는 안드로메다은하(M31)의 중심에서도 초대질량블랙홀(2005년 기준으로는 태양질량의 1억배)을 발견했다. 그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허블우주망원경과,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을 이용한 지상망원경으로 고분해능 관측이 가능해짐으로써, 초대질량블랙홀의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2010년대 중반까지 대략 70여개의 외부은하의 중심에서 초대질량블랙홀의 존재가 알려졌다.

우리은하

지구로부터 약 2만 6천광년 떨어진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블랙홀이다. 하지만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의 존재는 우리은하 외부에 있는 M31, M32의 초대질량블랙홀 발견보다 조금 늦은 1990년대에야 밝혀졌다. 그 이유는 우리은하 중심부는 성간먼지들이 많아서 가시광선의 빛이 차단되므로(성간소광), 적외선 영역에서만 보이는데, 적외선으로 관측하는 기술이 1990년대에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에 측정한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2-5백만배이며, 이는 최신 측정치(태양질량의 440만배)와 잘 일치한다.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 측정

별들의 움직임을 이용한 질량 측정법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은 궁수자리A*(Sagittarius A*) 지역에 있는 별들의 운동을 이용하여 결정되었다. 우리은하의 중심까지의 거리는 약 2만6천년 광년이나 되어 별들이 아주 가까이 위치하므로 별들을 개별적으로 분해할 수 있도록 대기에 의한 상의 퍼짐(시상)을 보정하는 적응광학계를 이용하여 수십 개 별들의 운동을 측정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역학을 적용하면 별들을 이렇게 운동하게 만드는 블랙홀의 질량을 결정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2010년대 중반)까지 대략 20년동안 별들의 움직임이 관측되었는데, 특히 S2별은 블랙홀에서 아주 가까운 위치(지구-태양 거리의 120배)에서 빛의 속도의 2%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블랙홀을 돌고 있어서 블랙홀의 질량을 더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하였다(그림 1). 1990년대 초반에 추정된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약 2-5백만배 였는데 최신 관측에 의해 결정된 질량은 태양질량의 440만배이다.

그림 1.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A*부근에 별들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그림. 별들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은하 중심에 태양질량의 440만배에 해당하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있음을 밝혀냈다. (출처: , This image was created by Prof. Andrea Ghez and her research team at UCLA and are from data sets obtained with the W. M. Keck Telescopes. )

도플러효과를 이용한 질량 측정법

외부은하는 지구로부터 거리가 멀기 때문에, 먼 은하에 위치한 개별 별들의 천구 상에서의 위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신에 천체의 운동이 스펙트럼에 미치는 도플러효과를 이용하여 질량을 결정한다. 즉 초대질량블랙홀 주위에 위치한 가스 또는 별들의 움직임에 의한 스펙트럼선들의 파장 변화나 선폭 변화를 측정한 다음 이를 운동학적 모델과 비교하여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한다. 이 측정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중력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심 영역, 즉 블랙홀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을 자세하게 관측하는 것이 필수이다. 우리은하의 경우 블랙홀 영향권의 각크기가 대략 40″ 이며, M32의 경우 대략 0.5″이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또한 블랙홀 질량이 작을수록 블랙홀 영향권의 각크기가 작아지므로, 멀리 떨어진 은하에 대해서는 블랙홀의 질량 측정이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대부분의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은 각분해능이 좋은 허블우주망원경과 적응광학계를 이용한 지상망원경으로 얻은 자료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그림 2). 2010년대 중반부터 각분해능과 집광력이 뛰어난 ALMA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초대질량블랙홀 주위의 밀도가 높은 가스운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하려는 새로운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림 2. 허블망원경으로 얻은 M84 중심의 분광 자료. 오른쪽 그림에서 세로축은 은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를 나타내며, 가로축은 도플러효과에 의한 가스들의 운동 속도에 따른 파장의 변화정도를 나타낸다. 은하 중심에서 가스들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은하 중심에 위치한 무거운 초대질량블랙홀 때문으로 해석된다. (출처: )

메가메이저를 이용한 질량 측정법

메이저(maser)는 가시광선 레이저(laser)와 같은 원리로 강한 마이크로파가 발생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우주에서는 주로 분자운 등에서 발생한다. 메가메이저(megamaser)는 우리은하 내에서 관측되는 일반적인 메이저보다 수천만배 밝은 메이저를 말하는데 먼 외부은하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전파영역에서 강한 방출선을 내기 때문에 각분해능이 뛰어난 전파간섭계를 이용하면, 외부은하 중심에 위치한 메가메이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으며, 시간에 따른 메가메이저의 위치 변화를 분석하여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각 분해능이 뛰어난 자료를 이용해 은하 중심의 운동학적 특성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블랙홀 질량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메가메이저를 가지고 있는 은하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모든 은하에 대해서 적용할 수가 없는 단점이 있다. 메가메이저를 이용한 블랙홀 질량 측정은 1995년에 NGC 4258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에 대해서 최초로 이루어졌으며(그림 3), 2010년대 중반까지 약 20개의 외부은하에 대해서 메가메이저를 이용한 질량측정이 수행되었다.

그림 3. NGC4258은하의 중심에서 메가메이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위쪽 그림은 메가메이저의 위치를 나타내며 왼쪽 아래 그림은 메가메이저들의 거리에 따른 속도 분포를 나타낸다. 메가 메이저의 속도 분포를 이용해서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출처: Image courtesy of NRAO/A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