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중력렌즈

미시중력렌즈

[ gravitational microlensing ]

미시중력렌즈는 천체들 사이 중력렌즈 작용으로 상이 여러 개 만들어지거나 모양이 변형되지만, 각크기가 미시적(micro) 규모여서 상의 변화는 관측하지 못하고 밝기의 변화로만 확인할 수 있는 중력렌즈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별과 별 사이에 생기는 중력렌즈를 말하지만 중력렌즈된 퀘이사에서 일어나는 퀘이사미시중력렌즈(quasar microlensing)도 미시중력렌즈의 한 종류이다.

목차

역사적 배경

1936년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전기기술자이자 아마추어 과학자였던 맨들(Rudi W. Mandl)은 당시 프린스턴(Princeton)의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에 정착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직접 찾아가서 별과 별이 일직선이 되면 중력렌즈에 의해 빛이 모여서 고리 모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맨들의 재촉에 결국 아인슈타인은(20여 년 전 자신의 계산을 기억하지 못한 채 다시) 이런 중력렌즈 경우를 계산하여 그 결과를 1936년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이런 경우 별의 상이 두 개로 분리되어 보이겠지만 두 상 사이의 각 거리가 너무 작아서 관측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또 렌즈된 상은 밝아진다고 예측하였는데 관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였다.

미시중력렌즈의 원리

중력렌즈란 질량을 가진 천체가 근처 시공간을 휘게 하여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현상이다. 중력렌즈는 배경 천체에 대해 여러 개의 상을 만들거나 모양을 변형하면서 그 밝기도 변하게 만든다. 별과 별 사이에도 이 중력렌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돋보기 뒤에 불빛이 지나가는 경우 불빛이 크게 보이며 밝아지는 경우처럼 어떤 별(그림 1a의 가운데 원 L) 바로 뒤로 광원별(그림 1a의 S)이 지나가게 되면 전방의 별(렌즈별)이 중력렌즈 작용을 하여 광원별이 두 개의 상(그림 1a의 I_1, I_2)으로 보이게 된다. 가운데 점선으로 표시된 큰 원은 광원별과 렌즈별이 정확하게 같은 위치에 겹칠 때 만들어지는 고리(아인슈타인고리라 부른다)를 표시하였는데 중력렌즈된 두 상 사이 거리는 대략 이 고리의 반경과 비슷한 값을 가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계산해보면 우리은하 내 별과 별 사이에서 이러한 중력렌즈 사건이 일어날 경우 두 상 사이의 거리는 대략 1000분의 1 각초(arcsec) 정도가 된다. 아인슈타인의 예상처럼 이 정도 작은 각은 우주망원경(허블우주망원경의 각 해상도는 약 0.05각초)으로도 분해할 수 없으므로 별의 상이 몇 개인지 또는 상이 변형 되었는지는 관측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림 1.(a) 광원별 S가 전방의 렌즈별 L 바로 뒤에 지나가면서 생기는 두 개의 렌즈상 I_1, I_2이 변하는 모습.(b) 이에 따라 두 상 I_1, I_2의 밝기 합이 변하는 모습. 원래 밝기에 대한 비로 표시되어 있다.(박명구, 한두환/천문학회)

중력렌즈된 두 상 중 하나는 원래 별보다 커지게 되고(위쪽 I_1) 나머지 한 상은 원래 별보다 작아지게 되는데(아래쪽 I_2) 이 두 상의 면적 합은 언제나 원래 광원(S)의 면적보다 커지게 된다. 그런데 중력렌즈된 상은(각)면적 당 밝기는 변하지 않고 크기만 달라지므로 중력렌즈된 두 상의 밝기는 언제나 원래보다 밝아진다. 그림 1b는 광원의 위치에 따라 두 상의 밝기 합이 원래 광원 밝기의 몇 배인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광원별과 렌즈별의 상대적 위치가 변하는 경우(한 별이 다른 별에 대해 이동하는 경우)에는 중력렌즈된 두 상은 분해되지 않고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상의 총 밝기는 시간에 따라 점차 밝아져서 최대에 이른 후 다시 원래 밝기로 돌아가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지적한 것처럼 이 밝기의 변화가 관측 가능하려면 렌즈별과 광원별이 아주 가까이 지나가야 한다. 은하 내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기 때문에 이러한 중력렌즈 사건은 아주 드물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이를 실제로 관측하려는 시도는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6년이 되어서야 프린스턴대학의 파친스키(Bohdan Paczyinski)가 이러한 미시중력렌즈를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는 우리은하의 헤일로가 별이나 갈색행성 등 미시중력렌즈 작용을 할 수 있는 마초(MACHO)로 이루어졌다면 이들이 마젤란은하의 별에 대해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킬 확률이 대략 1000만 분의 1정도이므로 수 년에 걸쳐 수백만개의 별의 밝기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측하면 미시중력렌즈를 발견할 수 있고 이로써 우리은하 헤일로에 존재하는 마초(MACHO)의 총 질량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대규모 관측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미시중력렌즈 실험

1980년대 전하결합소자(CCD)가 본격적으로 천문학 관측에 사용되고 이를 이용해 획득한 자료들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개발 보급되면서 많은 별에 대한 정밀한 측광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1993년 마침내 프랑스의 에로스(EROS, Experience pour la Recherche d′Objets sombres), 미국-호주의 마초(MACHO Collaboration), 폴란드의 오글(OGLE, Optical Gravitational Lensing Experiment) 연구팀들이 독립적으로 실제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검출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림 2는 오글 연구팀이 발견한 전형적인 미시중력렌즈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위쪽 사진에서 가운데 화살표로 표시된 희미한 별이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맨 아래 도표에서 점-막대들은 I-밴드에서 관측된 한 별의 등급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실선으로 표시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되는 밝기 변화(파친스키곡선[Paczynski curve]이라 불림)와 잘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는 19등급이었던 별이 17등급으로 약 6배 정도 밝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변광성과는 달리 별의 색, 여기서는 V-I 값(위쪽 도표)이 거의 변화가 없고 밝기 변화가 다시 반복되지도 않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을 근거로 이 별의 밝기 변화는 미시중력렌즈에 의한 것으로 판정되었다.

그림 2. 오글연구팀(OGLE)이 우리은하 중심부 방향에서 발견한 미시중력렌즈사건. 위쪽 사진에서 가운데 화살표로 표시된 희미한 별이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색(V-I) 변화없이 I-밴드 밝기가 원래 밝기의 6.5배(약 2등급)까지 밝아졌고 밝기 변화의 기간은 약 45일이다.(출처: )

연구팀 마초는 5.7년간 대마젤란은하의 별들에 대한 측광을 수행하였다. 이들은 1200만 개 별의 밝기 변화를 관찰하여 미시중력렌즈 사건 10여 개를 발견하였고 이로써 우리은하 헤일로는 마초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음을 확인하였다. 즉 별, 갈색왜성 또는 행성들이 우리은하 헤일로의 암흑물질 대부분을 구성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한편 실험팀 오글은 우리은하 팽대부 별에 대한 측광으로 미시중력렌즈 사건 외에도 수많은 변광성들을 발견을 포함하여 별, 성단 및 우리은하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후 미시중력렌즈 관측은 발견과 후속관측으로 발전하였다. 현재는 넓은 지역에서 많은 별에 대한 측광관측으로 미시중력렌즈 후보사건을 발견하여 학계에 경보(alert)를 보내면 후속 연구팀들이 특정 후보사건에 대해 더 정밀하고 자세한 관측을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이를 이론 모형으로 분석하여 별과 암흑물질에 대한 정보 뿐만이 아니라 외계행성들에 대한 정보들도 알아내게 되었다.

미시중력렌즈로 외계행성 찾기

미시중력렌즈가 일어날 때 렌즈별이 행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의 밝기 변화가 좀 더 복잡해진다. 렌즈된 상의 밝기가 일정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서 불규칙한 밝기 변화가 생긴다. 이는 흠이 있는 볼록렌즈로 작은 광원을 관측할 때 렌즈된 상이 일정하게 커지다가 흠이 있는 부분에서는 불규칙하게 모양이 변형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그림 3의 실선은 한 개의 행성이 있는 외계행성계에 의해 광원별이 미시중력렌즈되는 경우의 밝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밝아졌을 때를 약간 지난 시점(그림 3에서 적색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에서 미세한 불규칙적인 밝기 변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짧은 불규칙적인 밝기 변화의 특성은 행성의 질량과 모성(host star)과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달라지므로 관측된 밝기 변화와 잘 맞는 이론적인 별-행성 모형을 찾아낼 수 있고, 이로써 행성의 질량과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림 3.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으로 발견한 미시중력렌즈 사건의 등급변화(막대들)와 별과 한 개 행성으로 이루어진 렌즈에 의해 광원별이 미시중력렌즈되는 경우 이론적으로 계산한 밝기 변화(실선). 적색 화살표로 표시된 불규칙한 밝기 변화가 행성의 미시중력렌즈에 의한 부분이다.(류윤현, 박명구/천문학회)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외계행성(exoplanet)은 일반적으로 분광관측으로 모성의 속도 변화를 검출하거나 행성이 모성을 가로지르면서 모성의 밝기가 살짝 변하는 것을 검출하여 발견하게 되는데 이 두 방법은 모두 행성이 크고 무거우며 모성에 가까이 있는 경우를 주로 발견하게 되고 지구같이 작으면서 모성에서 떨어져 있는 행성계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효과를 검출할 경우 작고 먼 행성도 발견할 수 있어서 지구형 행성을 찾아내는데 유리할 수 있다. 전 세계 적지 않은 천문학자들이 이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천문연구원(KASI)도 2015년부터 1.6m 광시야 망원경과 3.4억 화소의 초대형 모자이크 CCD 카메라를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 국가의 관측소에 설치하여 우리은하 중심부의 수억 개 별을 24시간 연속 관측하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 KMTNet, 그림 4)을 개발,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써 많은 흥미로운 외계행성들을 찾아내고 있다. 그림 3의 여러 색의 막대들은 2016년 6-7월에 외계행성탐색시스템으로 관측한 등급(막대는 오차)들로 이론적 모형(실선)과의 비교로 렌즈작용을 하는 천체가 태양 질량의 0.08배 정도로 가볍고 온도가 낮은 왜성과 이 왜성을 태양-지구 거리의 1.2배 거리에서 돌고 있는 지구 질량의 1.4배인 외계행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림 4. 칠레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관측소(KMTC)와 관측 대상인 우리은하 중심부 사진.(전영범/천문학회)

퀘이사미시중력렌즈

멀리 있는 퀘이사(quasar)는 드물게 전방의 은하 등에 의해 여러 개의 상으로 중력렌즈될 수 있는데 이를 다상중력렌즈퀘이사(multiple-image gravitationally lensed quasar)라 부른다. 장경애와 레프스달(Sjur Refsda)은 렌즈작용을 하는 은하는 다시 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각각의 별들에 의한 중력렌즈 작용을 고려하면 은하 전체의 중력렌즈에 의해 생긴 개별 거시상(macroimage)들은 다시 많은 수의 미시상(microimage)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미시상들이 변할 경우 각 상들의 밝기가 개별적으로 변할 수 있게 된다고 예측하였다. 이후 몇몇 다상중력렌즈퀘이사에서 이러한 퀘이사미시중력렌즈 현상이 확인되었다. 퀘이사미시중력렌즈는 렌즈 작용을 하는 은하 내 질량들이 어떤 상태로 분포하는지에 대한 정보나 광원의 크기나 밝기 분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