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밥(동남아시아)

요약 동남아시아에서 사용되는 레밥은 주로 2현 또는 3현을 갖는 스파이크 피들류의 찰현악기로, 서아시아의 현악기 레밥(라밥)이 전파되어 형성되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전통 현악기이며, 특히 인도네시아의 전통 합주 가믈란과 말레이시아의 무용극 막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레밥(인도네시아)

분류	현악기 > 찰현악기(擦絃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줄울림악기(Chordophone, 絃鳴樂器)
최초 형성 시기	12세기 말 이후 서아시아의 악기가 전파되어 형성됨
주요 사용 지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주요 사용 시기	13세기~현재
주요 사용 명칭	Rebab(인도네시아어, 말레이시아어, 영어), Rebab tiga tali, Rebab dua tali(말레이시아어), Rabab, Rbab(영어)
관련 악기	(소삼사이), (뜨로), Kamancheh(카만체), (깃작), Rebec(레벡)

1. 레밥(동남아시아)

레밥(Rebab, 또는 라밥)은 9세기 이전 서아시아에서 형성되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여러 지역으로 전파된 현악기이다. 9세기와 10세기의 이슬람 문헌에 의하면 레밥(라밥)은 초기에는 뜯어서 연주하는 발현악기로 시작하였으나 이후 발현 방식 외에 활로 문질러 연주하는 찰현 방식으로도 연주되었다고 전한다.¹⁾ 레밥은 전파된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와 연주법으로 정착되어 발전되었으며, 레바브, 레바프, 라밥, 라바브, 르밥, 르바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주로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권의 국가들에서 연주된다.

레밥이 동남아시아로 전파된 시기와 경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2세기 말 이후 인도를 거쳐 전파된 것으로 추정한다. 동남아시아의 레밥은 악기를 바닥에 고정시킬 수 있는 스파이크(다리, 지지대)가 몸통 밑에 부착된 (spike fiddle)이며, 2~4개의 현을 활로 켜서 연주하는 찰현악기이다. 음을 길게 지속시킬 수 있으며 음색에 호소력이 있고 보컬(vocal)에 비길 만큼 자유롭게 장식과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민속음악에서부터 격식 있는 전통음악이나 의식음악에까지 널리 연주된다. 또한 사람의 목소리나 다른 악기들과도 조화를 잘 이루는 음색을 가져서 노래와 춤을 반주하는 독주악기로 활약함과 동시에 합주악기로도 선호된다.

레밥은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권,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음악에서 현재까지도 중요한 전통 현악기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레밥은 자바, 순다, 발리 등 지역과 민족에 따라 2~4현의 악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은 2현 레밥이다. 2현 레밥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합주음악인 (gamelan)에 편성되어 기둥선율(core melody)을 장식(elaborating)하는 선율악기로 연주된다. 또한 가믈란 그룹을 리드하는 역할을 자주 하는데, 레밥이 짧은 독주로 작품을 시작하면 다른 악기들이 어떤 작품인지 인지하고 이를 따르게 된다.

가믈란 그룹 중앙에 레밥이 보인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1911)

말레이시아에서는 2현의 레밥을 레밥 두아 탈리(rebab dua tali)²⁾라고 부르며, 3현의 레밥을 레밥 티가 탈리(rebab tiga tali)³⁾라고 부른다. 이 중 주로 연주되는 악기는 레밥 티가 탈리이다. 말레이시아 전통 무용극 막용(mak yong)을 반주하는 주요 악기이며, 마인 쁘떼리(Main Puteri) 등의 치유의식을 위한 합주음악에도 편성된다. 레밥 두아 탈리는 예전에는 인형극을 위한 합주에 편성되었으나 현재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레밥 티가 탈리(말레이시아)

2. 레밥의 연주법

1) 연주 자세(Posture)

동남아시아의 레밥 연주자들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악기를 왼쪽 정강이 앞의 바닥에 수직으로 세워 놓고 연주한다. 왼손으로 악기의 목을 잡고 운지하며,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문지른다.

레밥 연주 자세(인도네시아)

스파이크로 레밥을 바닥에 세운 모습

2) 조율(Tuning)

레밥의 현은 기본 음높이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연주할 작품에 따라 다양한 음높이로 조율한다.현 사이의 음정은 4도 또는 5도 차이가 나도록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율하기 전에 브리지를 현과 공명판 사이에 세워 자리를 잡은 후 줄감개를 조심스럽게 돌려서 대략적인 음을 맞춘다. 그 후 활로 두 현을 켜면서 왼손가락으로 현을 미세하게 잡아당겨서 정확한 음으로 조율한다.

3) 운지법(Fingering)

왼손으로 악기의 목을 잡은 후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손가락으로 현을 눌러서 음을 짚는다. 레밥의 목에는 지판이 없기 때문에 손가락이 목까지 닿지 않도록 살짝 눌러서 운지한다. 왼손을 머리 쪽에서 몸통 쪽으로 옮기면서 포지션 이동을 할 수 있는데, 보통 5포지션까지 이동할 수 있고, 한 현에서 총 두 옥타브 이상을 연주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2현 레밥의 경우 주로 운지하여 연주하는 현은 두 현 중 높은 현이다.

왼손의 운지

4) 활쓰기(Bowing)

활을 켜는 위치는 몸통 바로 위, 즉 목이 시작되는 부분의 현이다.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활대의 아랫부분을 움켜 잡고, 나머지 손가락들은 활대와 활털 사이에 집어 넣어 활털을 팽팽하게 한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활의 세기와 방향 등을 결정하며, 손목이 아니라 오른팔을 사용해 활을 밀고 당긴다.

활을 잡은 모습

3. 레밥 연주곡

Ketawang Puspawarna, Gending Ela-Ela Kalibeber (CD 트랙 1번, 3번)
앨범
연주 파쿠알라만 궁정 가믈란 (레밥: K. P. H. Notopro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