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 비올의 기보법과 연주법

요약 리라 비올(Lyra viol)은 다른 비올 족 악기들과는 달리 오선보가 아닌 태블러추어로 기보된다. 기본 조율법을 정하지 않고 작품에 따라 다양한 조율법을 적용한다는 것도 다른 비올 족 악기들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연주법은 일반적인 베이스 비올과 큰 차이가 없어서, 다리로 악기를 지탱하는 감바 연주자세를 택하며, 활은 손등이 바닥을 향하고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는 언더핸드 그립(underhand grip)을 사용한다. 리라 비올 음악에 사용되는 주요 주법으로는 중음주법(Double stop)과 꾸밈음 등이 있다.

1. 리라 비올의 기보법(Notation)

리라 비올(Lyra viol)을 위한 음악 작품이 다른 비올 족 악기들의 음악 작품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기보법이다. 일반적인 비올 음악이 (Staff notation)로 기보되는 반면에, 리라 비올을 위한 음악은 (Tablature)라고 부르는, 알파벳과 숫자를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보한다.

오선보로 기보된 베이스 비올 악보 마랭 마레(Marin Marais, 1656 ~ 1728)의 <비올곡집 3권>(Pièces de viole, Livre III, 파리, 1711)에 수록된 모음곡 1번 A단조 중 “환상곡”(Fantaisie) 앞부분

태블러추어 기보법은 기타(Guitar)와 (Lute) 등 이 있는 현악기를 위해 특히 많이 사용했던 것으로, 16 ~ 18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였던 기보법이다. 태블라추어 기보법에서는 오선보표(Staff) 대신 각각의 현을 의미하는 가로줄을 현의 수만큼 그리는데, 가장 위의 가로줄은 제일 높은 현을, 가장 아래의 가로줄은 가장 낮은 현을 나타낸다.

각 프렛을 지시하는 알파벳 부호와 그 프렛을 짚었을 때 소리 나는 음높이 리라 비올의 태블러추어 악보에서는 알파벳 부호로 프렛을 표시한다.

각각의 가로줄 위에 각 현에서 짚어야 하는 프렛의 위치를 알파벳이나 숫자로 표시하고, 리듬은 제일 높은 현 위쪽에 그려 넣는다. 운지할 프렛의 위치는 개방현부터 시작해서 개방현이 a(또는 숫자 0), 첫 번째 프렛이 b(또는 1), 두 번째 프렛이 c(또는 2), 마지막 일곱 번째 프렛이 h(또는 7)로 표시된다.

태블러추어로 기보된 리라 비올 악보 윌리엄 코킨(William Corkine, 16세기 후반 ~ 17세기 전반)의 <두 번째 에어곡집>(The second booke of ayres, 런던, 1612)에 수록된 리라 비올을 위한 연습곡(Lessons for the Lyra Violl) 중 “Come Live with me, and be my Love”의 앞부분

위에 예시된 ‘태블러추어로 기보된 리라 비올 악보’(윌리엄 코킨, 1612)에서 ①과 같이 아래에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가로줄 위에 나란히 알파벳 a를 써 놓은 경우는 3번 현, 4번 현, 5번 현의 개방현(프렛을 짚지 않은 상태 그대로의 현)을 함께 화음으로 연주하라는 의미이다. 이때 리듬은 악보 제일 위에 표시된 4분음표로 연주한다. ②에서처럼 제일 아래 가로줄에만 알파벳 d라고 써 놓은 경우는 1번 현에서 세 번째 프렛을 짚고 악보 제일 위에 표기된 2분음표의 길이로 연주한다.

2. 리라 비올의 연주법

리라 비올의 기본적인 연주법은 일반적인 비올의 연주법과 거의 차이가 없다. 연주자세와 운지법, 활쓰기 등은 다른 비올과 동일하다. 다만 리라 비올은 리라 다 브라치오(Lira da braccio)와 리로네(Lirone 혹은 리라 다 감바; Lira da gamba)처럼 화음을 많이 연주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중음주법이 특히 발달했으며, 왼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연주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1) 연주 자세

리라 비올의 연주 자세는 다른 비올 족 악기들과 같이 감바(gamba) 연주법을 택한다. 감바 연주법은 앉아서 악기의 머리가 위로 가도록 세워 무릎 사이에 놓고 악기의 아랫부분을 종아리로 지탱하며 연주하는 방식이다. 보통 악기의 머리는 왼쪽 어깨 쪽으로 기울여 왼손으로 운지하기 편하도록 하며, 오른손으로 활을 켜서 연주한다.

비올의 연주 자세 감바 연주법

2) 기본 조율(Tuning)

리라 비올에는 통일된 기본 조율법이 없으며, 작품에 따라 다양한 조율법을 사용한다. (Violin)처럼 서로 이웃하는 현의 음정을 5도 간격으로 조율한다던지, 혹은 베이스 비올처럼 4도 간격과 3도 간격을 혼합하여 조율한다는 등의 원칙도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하다. 현존하는 리라 비올 작품에서 발견된 조율법은 60개 가량으로, 그 중에서 자주 사용하는 조율법들은 ‘비올 방식’(Viol way), ‘리라 방식’(Lyra way), ‘하프 방식’(Harp way), ‘알폰소 방식’(Alfonso way) 등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리라 비올의 22가지 조율법 예시 <맨체스터 감바책>(Manchester Gamba Book, 1660 ~ 1680년경)의 첫 번째 페이지

리라 비올은 음악 작품에 따라 다양한 조율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품의 첫머리에 어떻게 조율을 할 것인지 지시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율법도 태블러추어로 기보하는데, 각 현을 의미하는 가로줄들 사이에 조율하는 음정 간격을 알파벳으로 표시한다. 가장 높은 현부터 시작해서 점점 낮은 현 순서로 조율해 가도록 되어 있으며, 알파벳 d는 그 알파벳 위 아래의 두 현을 단3도, 알파벳 e는 장3도, 알파벳 f는 완전4도, 알파벳 h는 완전5도 차이가 나도록 조율하라는 뜻이다.

아래의 악보는 리라 방식(Lyra way)의 조율법을 사용할 것을 지시하는 예이다. 각 현들을 가장 높은 현부터 차례대로 “fefhf”로 맞추라고 표기해 놓았는데, 이는 가장 높은 현부터 단계적으로 “완전4도 아래(f)-장3도 아래(e)-완전4도 아래(f)-완전5도 아래(h)-완전4도 아래(f)”로 조율하라는 표시이다. 가장 높은 현은 보통 레(D4)로 맞추므로, 아래의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리라 비올의 현을 위에서부터 차례로 D4(레)-A3(라)-F3(파)-C3(도)-F2(파)-C2(도)로 조율한다.

작품의 첫머리에 지시되어 있는 리라 방식(Lyra way) 조율법 <맨체스터 감바책>에 수록된 앤서니(Mr. Anthonye)의 프렐류드(Preludium)

3) 운지법(Fingering)과 활쓰기(Bowing)

운지법과 활쓰기는 일반적인 과 같다. 왼손으로는 정확히 프렛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보다 약간 위쪽을 살짝 눌러 음정을 짚는다. 오른손은 손등이 바닥을 향하고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는 언더핸드 그립(Underhand grip)으로 활을 잡고 켠다.

언더핸드 그립으로 비올 활 잡기

4) 주법(Technique)

중음주법(Double Stop)

두 개 이상의 음을 동시에 소리내는 것을 중음주법이라고 한다. 리라 비올은 브리지가 다른 비올족 악기보다 평평해서 여러 현을 한번에 켜기가 더 쉽기 때문에, 중음주법을 가장 주요한 주법 중 하나로 자주 사용한다. 중음주법을 구사할 때는 찰현악기의 특성상 이웃하는 현들만 함께 연주할 수 있으며, 떨어져 있는 두 현을 한 활로 켜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라 비올은 주로 세 줄 이상의 많은 현들을 중음주법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운지를 어렵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개방현(프렛을 짚지 않은 상태의 현. 태블러추어에서 알파벳 a로 표시)을 포함하는 중음을 많이 사용한다.

섬프(Thump)

리라 비올 작품의 독특한 주법인 섬프는 왼손가락으로 현을 튕겨 연주하는 주법으로, 현대 바이올린 주법에서의 왼손 와 유사하다. 섬프는 활로 연주하는 음들 사이에 튕겨서 연주하는 음이 장식음처럼 삽입되는 효과를 낸다. 왼손으로 운지를 하는 동시에 현을 튕겨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운지보다는 주로 개방현을 튕기도록 되어 있다. 프렛 부호의 아래에 두 개의 점으로 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