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기

장정기

[ antheridium ]

이끼류와 고사리류의 배우체(1n) 엽체에 형성되는 정자를 만드는 생식기관을 말한다.1) 녹조류의 한 계열인 윤조식물과(Characeae)에서도 아주 유사한 생식기관이 만들어진다.2) 장란기와 다르게 겉씨식물에서는 볼 수 없다.1) 장정기에 대비되는 용어는 장란기(archegonium)이다.

우산이끼류(A)와 솔이끼류(B)의 장정기 광학현미경(A)와 주사전자현미경 사진(B) (출처:GettyimagesKorea)

목차

발생 및 형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산이끼류에서는 엽상체로부터 우산 모양으로 발달하는 장정기병(anthridiophore; 우산대처럼 자루를 가져 ‘병’이라는 용어를 씀) 위에 만들어지며, 솔이끼류에서는 대개 줄기의 끝 부위에 형성된다. 고사리류의 경우 포자발아하여 작은 크기로 얇고 심장 모양을 한 배우체(고사리류의 경우 이를 특별히 전엽체 Prothallium라고 함)에서 만들어진다.1)

수중 생활을 하는 윤조식물인 쇠뜨기말속(Chara)과 갈래말속(Nitella) 식물에서는 돌려나는 가지가 만들어지는 마디 부위에 작은 구형의 솔방울 모양으로 매달려 있다.2) 장정기 형태는 보통 1개 세포층으로 된 비수정성(nonfertile; 불염성, 영양세포라는 뜻) 세포층이 싸고 있는 긴 타원체(이끼류) 혹은 구형(고사리류)의 형태이며, 그 안에서 다수의 정자가 만들어진다. 장란기와 다르게 경부(neck)나 경부세포(neck canal cell)은 없다.1)

우산이끼류의 '장정기병(antherdiophore)' 과 '장란기병(Archegoniophore)의 발달 모습(A)와 해부학적 특징 및 생활사 모식도(B) (출처:A;GettyimagesKorea B;wikimedia commons)

식물 진화에서 배우체와 장정기 변화

수중 생활을 하는 윤조식물의 경우 장정기는 비수정성 세포층에 싸인 구조로 쇠뜨기말속(Chara)과 갈래말속(Nitella) 식물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중에서의 장정기는 정자낭을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이에 반해 비수정성 세포층이 없이 세포벽만 싸고 있는 경우 이를 수배우자낭(male gametangium)이라고 하며 수중 생활하는 대부분의 갈조류녹조류에서 관찰된다.2) 나무껍질에 누런 작은 이끼류처럼 자라는 녹조류 갈파래강에 속하는 오랑케꽃말속(Trentepohlia)의 경우 사상체 가지 말단에 만들어지는 배우자낭 혹은 포자낭이 두꺼운 세포벽을 갖는 항아리 모양을 하여 건조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들도 비수정성 세포층이 싸고 있지 않는다.2)

수중 생활하던 윤조식물 한 계열이 육지로 진출하면서 장정기와 장란기는 더 발달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육상생활 적응과정에서 정자와 난자 형성시 건조와 병원체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강화되면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최초 육상생물로 알려진 이끼류는 고사리류에 비해 장정기와 장난기가 더 크고 발달된 모습을 한다. 이는 고사리 전엽체가 토양 속에 살며,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는 시기에 장정기와 장란기가 만들어지는데 반해, 이끼류는 공기 중에 노출된 장정기병이나 엽상체 줄기의 상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이끼류는 배우체로 장란기 내에서 수정한 접합자가 분화 성장한 포자체는 단순하며 포자낭을 만드는 기능을 담당하며 암배우체에 의지해 자란다. 그러나 고사리류는 포자체가 여러 해 동안 사는 주 생활형으로 배우체 시기는 크기도 작고 생존기간도 짧다. 이는 이끼류는 생식세포를 만드는 시기가 주 생활형인데 비해, 고사리류는 긴 포자체 시기를 갖는 체제로 진화하면서(매년 다수의 포자를 방출할 수 있는 체제) 배우체 시기는 생식세포 기능 중심으로 크기와 생존기간이 퇴화되는 방향으로 적응한 결과이다.

식물의 초기 육상생활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독립된 배우체에 형성되던 장정기와 장란기는 점점 축소되었고, 배우체가 '포자내발생' 체제로 극심하게 퇴화된 겉씨식물부터는 장정기의 경우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겉씨식물 소나무의 경우 수배우체는 미성숙 상태(보통 3-세포성)로 꽃가루(pollen grain; 화분) 안에 있다(이를 ‘포자내발생’이라 함). 꽃가루가 암배우체인 주심(대포자낭)에 접촉하여 수분이 이루어지면, 꽃가루 안의 수배우체는 대포자낭을 싸고 있는 주심세포 조직으로부터 양분을 흡수하면서 꽃가루관을 내며 성숙한 수배우체로 자라고, 이 꽃가루관이 암배우체 안에 있는 장란기 경부로 직접 정자를 배송하여 수정이 이루어진다.1)

관련용어

장란기, 이끼류, 양치식물, 겉씨식물, 대포자낭, 주심

참고문헌

1. 김영동, 신현철 역 (2011) 식물계통학. 월드사이언스, 607
2. 김영환 역 (2010) 조류학. 바이오사이언스, 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