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과 종이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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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수학(통계)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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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어떤 것을 반으로 나누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자연수 중에서 1을 제외하고 가장 작은 수 2와 그것의 역수인 ‘반’, 즉 1/2의 위력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대단하다. 종이접기를 이용하여 반으로 나누는 것에 관하여 알아보자.

외국에서는 이 종이 반접기가 꾸준한 토론 거리가 될 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01년 12월에 종이를 반으로 접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사람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브리트니 걸리반(Britney Gallivan)’이라는 여성은 종이를 반으로 접는 것에 관한 공식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종이를 무려 12번 접어 보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종이가 아무리 거대하거나 혹은 그 두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얇다하더라도 8번 이상은 접을 수 없다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린 것이다. 그녀는 종이를 한쪽 방향으로(single direction) 접을 때의 공식을 찾았고, 이듬해 1월에는 종이를 번갈아(alternate direction) 접을 때의 공식도 완성했다. 그녀가 완성한 종이접기 공식을 우리도 찾아보자.

■ 여고생이 찾은 종이접기 공식
그녀가 만든 공식을 알아보기 전에 단순히 반으로 접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먼저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우선 크기가 1인 종이를 반으로 한 번 접으면 그 넓이는 1/2이 된다. 그것을 두 번 접으면 넓이는 다시 반으로 줄어 처음 것의 (1/2)2=1/22=1/4이 된다.

이것은 종이의 두께나 길이를 생각하지 않은 단순히 수학적인 계산이다. 하지만 실제로 종이를 접을 때마다 접혀지는 모서리 부분이 생기는데 그 부분이 차지하는 넓이가 의외로 넓다. 따라서 넓이는 이보다 더 줄어들기 때문에 종이를 접으면 접을수록 사각형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지게 된다.

이제 브리트니가 찾은 종이 반 접기 공식에 대하여 알아보자. 한쪽 방향으로 종이를 접는다는 것은 다음 그림과 같이 계속해서 접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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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t이고 길이가 L인 종이를 한 번 접으면 다음 그림과 같고, 이때 종이의 최소한의 길이는 접히면서 생기는 반원의 호의 길이이므로 π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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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접는 경우는 반지름의 길이가 2t인 반원 하나와 반지름의 길이가 t인 반원 두 개가 만들어지므로 다음 그림과 같이 종이를 두 번 접으려면 최소한 길이가 4πt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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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접으면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둘레의 길이가 각각 4πt인 반원이 1개, 3πt인 반원이 1개, 2πt인 반원은 2개, πt인 반원은 3개가 있어야 하므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 최소한 길이가 14πt인 종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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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방향으로 종이를 접어갈 때 종이의 최소 길이는 πt, 4πt, 14πt··· 등이고, 브리트니는 이 수열의 일반항을 구한 것이다. 즉, 종이를 한쪽 방향으로만 접어갈 때, t를 종이의 두께, L을 종이의 길이, n을 접는 횟수라면 이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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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방법으로 브리트니는 종이를 번갈아 접는 경우의 공식도 찾아냈는데, 가로의 길이와 세로의 길이의 비가 1:2인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의 가로의 길이를 W라면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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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녀가 고등학생일 때 고안한 이 기발한 종이 반 접기 공식은 여러 수학책에 소개되어 다른 수학자들의 좋은 참고 자료가 됐다.

■ 2의 거듭제곱과 자장면, 그리고 무학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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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1/2, 즉 2의 거듭제곱의 위력이기도 하다. 2의 거듭제곱을 응용하는 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자장면도 그 중 하나이다. 어떤 음식점에서는 기계를 이용하여 자장면의 면을 뽑지만, 어떤 음식점에서는 요즘도 손으로 면을 뽑는다.

요리사는 적당히 반죽된 밀가루를 반씩 접어가며 처음 반죽의 양을 유지한 채 늘려가며 면을 만든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면 쫄깃하고 맛있는 면이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한 가닥이었던 면발이 요리사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가늘고 많은 가닥으로 바뀐다. 굵은 밀가루 반죽 한 가닥을 한 번 접으면 21=2 가닥이 되고, 다시 한 번 접으면 22=4 가닥이 되고, 세 번 접으면 23=8가닥이 된다. 대략 6번 내지 7번 접어서 늘리면 먹기에 적당한 굵기의 면이 나오는데, 이 때 생기는 면은 64가닥과 128가닥이다.

한편 반으로 접을 때 나타나는 2의 거듭제곱에 관해서는 브리트니 걸리반의 종이접기 공식처럼 외국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으로 접는 것에 관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많은 이야기 중에는 얼마 전에 KBS 대하드라마로도 소개되었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이태조의 왕사(王師)인 무학대사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무학대사는 이성계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명주실 한 타래를 가지고 와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명주실 한 가닥을 반으로 접어 두 겹이 되게 하고, 접은 것을 다시 반으로 접어 네 겹이 되게 하고 이와 같이 계속 반으로 접어 가기를 30번을 계속하면 마지막의 굵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 질문에 이성계는 절의 굵고 둥근 기둥을 가리키면서
“그 굵기는 저 기둥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느 정도 될까? 명주실을 반으로 한 번 접으면 2가닥, 두 번 접으면 4가닥, 세 번 접으면 8가닥과 같이 2의 거듭제곱이 된다. 따라서 30번 접으면 접힌 명주실은 2를 30번 곱한 수의 가닥이 된다. 2를 30번 곱하면 정확하게 1,073,741,824 가닥의 명주실을 겹쳐놓은 것이다.

명주실 100가닥의 굵기가 성냥 한 개비 정도의 굵기인 약 1mm2가량 된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30번 접은 명주실의 굵기는 약 10,737,418mm2이며, 이것은 약 10.7m2의 넓이를 갖는 원이다. 원의 넓이는 (π×반지름×반지름)이므로 10.7m2은 반지름이 약 1.85m인 원의 넓이이다. 따라서 그 굵기가 지름이 3.7m인 기둥과 같게 되므로 당시 이성계가 가리킨 절의 기둥은 명주실을 계속해서 반으로 25번 내지는 26번 정도 접은 굵기이다. 반으로 접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었던 이성계는 실로 왕이 될 만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 종이접기는 뇌를 자극하는 놀이
앞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어떤 수를 여러 번 곱하는 것을 거듭제곱이라고 한다. 거듭제곱의 위력은 간단한 실험으로도 알 수 있다. 이제 브리트니가 했던 것과 같이 우리도 실제로 종이를 반으로 접어보자.

커다란 신문지 한 장을 준비하여 반씩 계속 접어보자. 한 번 접으면 2장, 두 번 접으면 4장, 세 번 접으면 8장이 된다. 과연 몇 번 접으면 더 이상 접을 수 없을까? 생각 같아서는 매우 여러 번 접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마도 7번 내지 8번만 접으면 더 이상 접을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접었다고 하더라도 찌그러진 모양이므로 정확하게 반으로 접었다고 할 수 없다.

신문지를 10번 접으면 모두 1024장이 되는데, 편의상 이때의 두께를 1cm라고 하자(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두껍다.). 11번 접으면 2cm, 12번 접으면 4cm, 13번 접으면 8cm가 되므로 결국 이성계가 계산했듯이 신문지를 20번을 접는다면 2를 20번 곱한 것이 되고 1,048,576cm가 된다. 따라서 약 10.5km의 두께가 되는 것이다. 상상이 되는가?

어쨌든 종이접기는 놀면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여가 활동이다. 특히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논다는 것은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종이접기는 집중력과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뇌 활동을 자극하는 아주 좋은 놀이일 뿐만 아니라, 접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 여러 가지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창의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이런 종이접기의 특성은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풀잎이나 나뭇잎으로 접기를 했다고 한다. 얇고 넓적한 것이 있으면 접기를 하거나 그것으로 뭔가를 만들려고 하니, 종이접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정신적 충동이거나 기능적인 육체적 충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종이접기가 인간의 원초적인 정신적 충동이라는 면이 바로 수학의 성격과 비슷하다. 실제로 수학은 원시 시대부터 시작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많은 유물들이 발굴되어 일찍이 그와 같은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

지금 종이접기를 시작해 보자. 그럼 그것이 바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된다.

  • 이광연 -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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