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맹신이 불러온 백수오 논란

건강식품 맹신이 불러온 백수오 논란

주제 농림/수산(축산/임업)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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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주식 투자자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지난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인기 건강식품 백수오의 원료에 이물질인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관련 상품 환불 건으로 홈쇼핑 업무가 마비되고, 코스닥 최고의 기대주였던 관련 기업 주가가 폭락하는 등 그 후폭풍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었다. 백수오가 과연 무엇이길래, 주식 시장을 넘어 한반도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을까.

먼저 백수오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백수오는 갱년기 · 폐경기 증상에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안면홍조 · 불면 · 신경과민 · 우울 · 피로 등에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갱년기 여성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최근의 이슈도 관련 기업의 건강식품이 진짜 백수오가 아니라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섞여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진짜 백수오라도 그 효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백수오의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국내 학술지 발표 임상시험 2편에 불과
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이하 위원회) 등 의학계에서 인정한 관련 임상시험은 5월 5일 기준, 총 2편에 불과하다. 위원회에 따르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백하수오, 백수오, 이엽우피소를 검색어로 논문을 검색한 결과 국내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은 총 164건이 있으나, 이 중 해당 물질과 관련한 논문은 총 20편이며 이 중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은 단 1편이다. 위원회에서 수동으로 추가 검색한 결과, 백수오의 갱년기 증상 완화에 대한 1편의 임상시험이 추가로 검색돼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백수오의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은 총 2편이다.

문제는 이 2편의 논문도 그 효능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2003년 한국생물공학회지에 발표된 첫 백수오 관련 논문은 백수오 · 당귀 · 마른 생강 등을 투여한 폐경기 여성 24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58.3%가 폐경 증상 호전을 보였으나, 백수오 단독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공동저자에 백수오 제품을 생산하는 관련 기업 연구원이 올라가 있는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전통의학정보포털의 논문 검색에서도 백수오 관련 논문 2건, 백하수오 관련 논문 3건, 연구보고서를 4건 찾을 수 있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없었다.

■ 건강식품 맹신이 부작용보다 위험
폐경 증상 자체의 특징 때문에 위약 효과가 더욱 크다는 의견도 있다. 갱년기 증상은 기본적으로 몸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여성호르몬 수치의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되는 것을 약의 효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월 기준 시중 판매되는 백수오 건강식품 32개 제품 중 진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 제품(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0%가 가짜라는 것이다. 이 제품들을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된 것 같다면 위약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백수오의 효능,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 전에 근거 없는 건강식품 열풍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일이다. 대한한의사협회가 2013년 전국의 한의사 3,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6%가 “홍삼과 같은 건강식품 부작용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맹신은 널리 퍼져 있다. 제2, 제3의 백수오 논란이 없도록 좀 더 신중하게 건강식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할 때다.

식약처는 백수오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을 상시적으로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 김청한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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