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의 여정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의 여정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인문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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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호는 2006년 1월 19일 미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명왕성을 향해 발사됐다. 약 9년 반을 날아 지난 7월 14일에 명왕성을 통과했다.

현실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빛으로 4시간 30분의 거리인 약 50억km의 태양계 최외곽에서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의 소식이 전해졌다. 우주의 신비와 인류의 우주과학기술에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자아냈지만, 사실 이 탐사선은 지구를 떠나기도 쉽지 않았던 미운오리새끼였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다른 천체에 비해서 탐사 우선순위가 낮은 편이었다. 명왕성이 있는 태양계 최외곽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그에 비해 얼음뿐인 천체에서 과학적으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1년에 NASA(미항공우주국)의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가 확정되기 전까지 몇 번이나 이 프로젝트는 취소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는 탐사선을 제작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예산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사실 훨씬 이전에 한 탐사선이 명왕성을 방문할 뻔 했다. 1970년대 미국의 태양계 그랜드 투어 계획인 ‘보이저호’의 초기 계획에 명왕성도 여행 일정에 포함됐었다. 하지만 당시 NASA는 명왕성보다는 더욱 흥미로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관한 근접 탐사를 원했고, 비행경로가 다른 명왕성으로는 보이저호를 보낼 수가 없었다. 명왕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보이저3호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뿐이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명왕성 탐사 계획이 불사조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내에 ‘명왕성 바라기’와 같은 천문학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1989년 명왕성의 근일점 통과를 계기로 대기층 존재에 관한 관측이 이루어지자 한층 고무됐다. 명왕성은 그냥 얼음뿐인 죽은 천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태양에서 멀어지면 대기가 얼어붙게 돼 탐사 가치는 떨어지게 됐고, 긴 공전주기 때문에 다시 248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2006년 2월 이전까지 탐사선을 발사 할 수 있다면 거리도 해왕성 근처로 가깝고, 중간에 목성의 중력을 이용한다면 10년 정도로 도착할 수 있는 절호의 조건에 놓여있는 상태였다.

이에 자신의 생애동안 다시 올 수 없는 이런 천문학적인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앨런 스턴(현재 탐사선 조사 책임자이자 뉴호라이즌스호의 이름 작명자)과 같은 일단의 천문학자들이 NASA를 계속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뉴호라이즌스호의 근접으로 180km 높이의 대기층이 발견되면서 이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명왕성 계획이 승인됐지만, 문제는 또 그때부터였다. 탐사선을 제작할 시간조차 부족한 ‘런치 윈도우(launch window, 발사 가능 시간)’ 마감을 불과 5년을 남겨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탐사선 제작은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맡았고 이들은 초고속으로 탐사선을 제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보다는 기존의 기술이나 부품을 재활용했다. 당시 이 대학에는 제작이 완료돼 발사를 기다리던 ‘콘투어’라는 혜성핵 탐사선이 있었고, 이 탐사선의 스페어 장비를 많이 활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예비 부품을 활용한 대표적 예가 흔히 원자력 전지로 불리는 ‘방사성 동위 원소 전지’다. 원자력 전지는 1821년 독일의 제베크가 발견한 제베크 효과를 이용한 전지로, 2종의 금속을 둥근 모양으로 접속하고 두 점 사이에 온도차를 주면 기전력이 발생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전류가 생기려면 금속의 한 쪽을 계속 뜨겁게 해야 한다. 방사능 물질은 오랜 시간 열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것이 원자력 전지다.

뉴호라이즌스호에는 이전 외행성 탐사선용으로 개발됐던 남은 플로토늄을 사용하려 했지만 수량이 모자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원자력 전지는 로켓이 폭발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방사능 물질이 노출되지 않도록 특수하게 제작됐다. 원자력 전지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으로부터 관측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중간에 연료탱크를 차단벽으로 사용했다.

탐사선을 제작하는 동안 과학자들이 씨름한 가장 큰 문제는 전력과 무게였다. 원자력 전지로부터 나오는 전력이 100W(와트)짜리 가정용 전등 2개 정도에 해당하는 전력에 불과했기 때문에,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장비들을 장착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부착되지 못한 것이 ‘리액션 휠’이라고 하는 일종의 전자석 팽이로 로켓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탐사선의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장비다. 모든 인공위성에 장착되는 필수장비지만 전력과 무게 문제로 실릴 수 없었고, 뉴호라이즌스호는 평소에는 자체 회전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회전을 멈추고 연료를 사용하는 추력기로 자세를 제어하게 됐다.

이외에도 카메라와 같은 관측 장비는 촬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플랫폼위에 장착되는데,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정형으로 설치하게 됐다. 이 때문에 촬영을 위해 탐사선 전체를 움직여야 했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지구와 통신이 끊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뉴호라이즌스호의 근접 비행당시 지구에서는 바로바로 근접 사진을 받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무게에 민감한 이유는 바로 ‘속도’ 때문이었다.

명왕성으로 가능한 빨리 보내기 위해서는 ‘태양계 탈출 속도(제3속도)’로 뉴호라이즌스호가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야 했다.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로켓의 전체 무게에 비해 탐사선이 가벼워야만 했던 것이다. 573t(톤)의 발사용 로켓 무게에 비해 뉴호라이즌스호는 478kg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감량의 덕분에 뉴호라이즌스호는 지구 중력을 벗어난 당시 속도가 초속 37km로 인간이 만든 탐사선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지구중력을 탈출했다. 불과 9시간 만에 달을 지났고 13개월 만에 목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성까지 23개월이 걸린 ‘보이저호’에 비하면 얼마나 빠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목성에서 다시 중력 도움으로 속도를 높여 더욱 빨리 명왕성에 도착했다.

탐사선 제작과 발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중급 규모인 800억 원에 불과한 탐사 예산으로 진행된 뉴호라이즌스호는 앞으로 9개월간 계속해서 명왕성을 근접 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동안 획득한 정보를 바로 지구로 보내올 것이다. 이후 NASA가 계속 운영을 승인할 경우, 탐사선은 카이퍼 벨트(Kuiper Belt, 태양으로부터 약 30~50AU 정도의 거리에 위치, 단주기혜성의 기원) 속에서 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비행경로 상에 위치한 2-3개의 천체를 후보로 찾고 있다.

뉴호라이즌스호의 장비들은 마치 우주복처럼 18겹의 다층 박막 단열재로 둘러싸여 있어 태양계 최외곽의 극한에서도 전자장비들이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2019년경에도 살아남아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 50억 년 전 태양계 행성 초기에 카이퍼 벨트 바깥 행성들도 탄생했고, 태양계의 극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이후 그렇게 빨리 노쇠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상의 천체들에 대한 탐사는 행성의 형성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지구에서의 출발은 미운오리새끼처럼 시작됐지만, 뉴호라이즌스호의 활약으로 인류의 새로운 지평은 계속 넓혀질 것이다.

  • 정홍철 - 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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