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장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

한국의 ‘김장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

주제 생명과학, 농림/수산(축산/임업)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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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3년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인 ‘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채소 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전 국민 약속이라도 한 듯 집중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저장해두는 풍속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김장문화에는 단지 음식의 장만뿐만 아니라 공동체 아이덴티티의 나눔이라는 상징적 정서가 숨어 있다.

김장문화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지만 이렇게 담근 김치가 실제로 몸에도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때 유독 한국에서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걸 두고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치가 조류독감과 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 후 발표됐다.

김치와 같은 채소 절임 음식은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먹어 왔다. 기무치의 경우 원래 일본의 전통 야채 절임 음식인 ‘츠케모노’의 하나였는데, 그중에서도 하룻밤 정도 야채를 소금에 절인 뒤 담백한 양념을 넣은 ‘아사츠케’와 비슷하다.

또 중국에는 배추나 무에 고추,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한 후 소금과 식초, 설탕 등을 섞어서 절인 ‘파오차이’라는 음식이 있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아차르’가 있다. 서양의 대표적인 채소 절임 음식은 오이피클이다. 특히 독일에는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만든 ‘사우어크라우트’가 있는데, 발효되면 신맛이 아주 강해 서양 김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치는 재료나 제조법 등에 있어서 다른 채소 절임 음식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일본 기무치의 경우 김치처럼 자연 발효를 시키지 않고 사과산과 구연산 등 여러 가지 인공 첨가물을 넣어 부드러운 신맛을 낸다. 이는 젖산 발효가 일어난 뒤 자연스레 생기는 신맛을 일본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무치는 김치보다 유산균 수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일본 후지 TV에서 실시한 유산균 수 비교 결과에 의하면 김치에는 1g당 8억 마리가 넘는 유산균이, 기무치에는 1g당 480만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어 무려 167배나 차이 났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재료들을 소금, 식초, 설탕, 바이주(白酒)로 섞어 만든 물에 담가 고온 발효시킨다. 때문에 저온 발효로 숙성시키는 김치와 달리 2~3일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에 비해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반나절 정도 담가 숨을 죽인 다음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간다. 이때 소금은 양념의 맛이 채소 조직 내에 잘 침투되고 김치가 발효할 때 좋지 않은 균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그 후 각종 양념과 재료를 섞어 버무리는데, 여기서 우리 조상들은 미생물들을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젓갈과 쌀가루 등을 넣어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게끔 한 것이다. 이 같은 지혜는 타 국가의 저장 식품과는 전혀 다른 김치만의 특징이다.

김치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단백질이나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가 적은 대신 칼슘과 인이 비교적 많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서양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칼슘과 인이 부족하다는 건데, 쌀밥과 김치만 함께 먹어도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김치에는 치명적 단점 하나가 항상 따라 다닌다. 다른 음식에 비해 짜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국인 고혈압의 주된 원인이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세계김치연구소가 발효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고혈압의 발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김현주 박사팀이 발효된 배추김치(염도 2.57%)를 민감성 쥐 그룹에게 섭취시킨 결과, 사료에 2.57%의 소금을 섞어 섭취한 쥐 그룹에 비해 혈압 상승이 12%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장 기능에 장애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백뇨(일정량 이상의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오줌) 역시 52%나 낮게 나타났다. 이는 발효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고혈압 및 신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항산화물질, 식이섬유소, 유산균 등 김치의 여러 기능성 성분과 칼륨 섭취가 이뤄지면서 항고혈압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 밖에도 김치 유래 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플랜타룸 CHLP133’이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등 김치의 효능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김치의 과학적인 우수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 이성규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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