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하루 70% 이상 실내 생활··· 신(新) 공기정화법

현대인, 하루 70% 이상 실내 생활··· 신(新) 공기정화법

주제 환경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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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사무실, 지하역사, 병원 등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인구가 증가했다. 2001년도 미국 인간행동패턴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 기준으로 하루의 약 81%를 건물, 사무실, 집, 학교 등에서 보내며 6% 정도를 대중교통 또는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04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내 62.9%, 이동수단 7.2% 등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듯 실내에 갇힌 현대인들은 갇힌 공기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갇힌 실내 공기는 건축자재, 가구, 벽지, 전자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나 유해화합물로 인해 오염되기 십상이다. 특히 천식,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이 증가하고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은 공기감염 질환이 꾸준하게 유행함에 따라 실내 공기오염은 사회 문제로까지 커졌다.

그렇다면 거대한 밀폐 공간의 실내공기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환기나 공기청정기 등의 대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몇 년 새 꾸준하게 화두가 되고 있는 새집증후군과 석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건축자재를 개발함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공기질을 감시하고 유해물질을 미리 차단해 공기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형 제어 기술 역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습도 제어에 미생물 살균까지···‘스마트’한 정화 기술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이 발의되며 각 부처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던 실내공기질을 정부 통합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영화상영관, 전시관, 학원, PC방 등의 4개 군이 포함된 25개 시설군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2006년부터 대중교통 공기질 관리 가이드라인을 신설해 도시철도와 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공기질 관리를 수행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실내공기질 관리정책을 포괄하는 중 · 장기 종합계획을 수립,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련 기술 및 산업이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기술과 달리 실내공기질 개선은 실내공기정화 기술, 환기 기술, 오염원 감지 기술, 인간 행동 패턴 예측 기술, 건물 내부 구성체 모두의 오염물질 발생 방지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기술이 융 ·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분야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상호 융합하기 위한 기반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한 발 앞선 해외의 트렌드는 어떠할까. 최근 등장한 공기질 개선 기술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에어필터를 이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집진 기술이다. 집진 효율은 높이고 압력은 쉬이 낮아지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에어필터는 공조기의 부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필터의 기본적인 특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부가 기능까지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도 활발하다. 특히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유 미생물을 미리 차단하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항균 물질을 에어필터 표면에 도포해 집진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멸균하는 항균 기술이 있다. 자외선을 이용해 미생물을 광멸균하는 방식도 있다.

이 연구는 미국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미국 신시내티대 메디컬센터의 ‘건강관련 미세먼지 연구센터’에서는 알레르기를 예방,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90년대 초반부터 부유미생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미네소타주립대 등에서도 일반 미세먼지를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부유미생물 관련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내 오염물질 감지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기존에 개별적으로 운용되던 실내오염물질 센서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 뿐 아니라 이 시스템을 공기청정, 실내환기 기기와 접목한 센서플랫폼이 등장했다. 실내로 오염물질이 방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 발굴, 실내 오염물질을 흡착하거나 습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제어 기술 역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는 KIST 환경복지연구단에서 ‘실내공기청정 융합연구단’을 발족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공간을 만들기 위해 유해물질(VOCs, 초미세입자, 석면), 미생물(곰팡이, 세균), 온실기체(CO2) 등 주요 오염물질을 IT, BT, NT 등을 융합한 원천기술로 처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크게 ‘나노바이오 공기청정화 기술’, ‘인지형 실내 청정공간 시설기술’, ‘실내 유해물질 발생원 저감 기술’로 나뉜 연구 성과는 이후 의료복지시설, 지능형 객차 환기/정화 시스템, 고기밀 초고층 건물 등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KIST 환경복지연구단의 또 다른 목표는 실내공기정화를 위한 항균 에어필터링 기술이다. 특히 KIST 강릉분원 천연물 연구센터에서 찾아낸 천연 항균물질을 사용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천연 항균물질을 이용한 항균 에어필터링 기술은 기존 기술에 비해 적은 양으로도 우수한 항균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우수하고 인체유해성도 적다.

실내 공기정화, 환기, 실내 공기질 센서, 기능성 건축자재 기술은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공간을 구현하는 핵심기술이다. 친환경 건축자재 · 생활용품, 에너지절약형 환기기술 개발 · 보급과 같은 다양한 신성장 동력산업의 발굴도 함께 이끌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법과 시장을 앞서는 순간, 우리의 손에 남는 것은 쾌적한 삶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내 공기질 개선 기술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정재희 · 배귀남 - KIST 환경복지연구단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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