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시원함을 입다, 쿨맵시룩

과학적으로 시원함을 입다, 쿨맵시룩

주제 과학일반/정책, 환경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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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쿨비즈룩이 대세!’, ‘2012년 서울시 쿨맵시 캠페인 시작’, ‘휘들옷 입고 에너지 절약하세요’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말들이다. 쿨비즈, 쿨맵시, 휘들옷 등의 생소한 용어들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쿨비즈는 시원하다의 ‘Cool’과 사업 · 업무의 약어인 ‘Biz’를 합성한 단어로, 여름철 재킷과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옷차림을 가볍게 해 실내온도를 섭씨 28도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생겨난 용어다.

이 캠페인은 일본에서 시작됐으며, 영국에서는 ‘쿨 워크(Cool Work)’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쿨맵시’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시작해, 올해 역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2년 서울시는 기온이 가장 높은 6월부터 8월까지 일반시민 접촉이 많은 부서를 제외하고 공무원들의 반바지, 샌들 등 자유 복장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유력인사들이 솔선수범해 쿨맵시 복장을 선보여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단지 넥타이를 푸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데,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착용하면 실제로 체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까? 이 캠페인이 과연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과학적 조사에 의하면 재킷을 벗은 반팔 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약 2℃ 낮아진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낮아진 체감온도가 사무실 냉방온도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쿨맵시 복장을 할 경우 얼마나 온도 절감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성인남성 4명과 마네킹 1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일반 복장과 쿨맵시 복장을 착용하고 평균 사무실 온도인 25℃와 여름철 적정온도인 27℃에서 평균 피부온도를 측정했다. 복장별 피부온도의 변화와 더불어 국소발한량, 주관적 쾌적감 등을 측정해 이를 바탕으로 냉방에너지 절감량과 온실가스 감축잠재량도 산정했다.

실험자들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사무실에서의 일상적 업무인 컴퓨터 작업 또는 독서활동을 했다. 각 실험자별로 3회 반복실험을 한 결과, 평균 피부온도는 27℃ 일반 > 27℃ 쿨맵시 > 25℃ 일반 > 25℃ 쿨맵시 순으로 나타났다. 의복 내 상대습도는 27℃ 일반 > 27℃ 쿨맵시 > 25℃ 일반 > 25℃ 쿨맵시 순으로 나타났다. 국소발한율은 일반 복장 착용 시 쿨맵시 복장보다 최대 4배까지 상승했다.

일반 복장과 쿨맵시 복장 착용 시 평균 피부온도

25℃에서의 평균피부온도

25℃에서의 평균피부온도

27℃에서의 평균피부온도

27℃에서의 평균피부온도

실험자들의 개인적인 느낌을 알기 위해 주관적 온열감, 습윤감, 쾌적감 등을 조사한 결과, 27℃에서 쿨맵시 복장을 한 경우 가장 쾌적하게 느꼈다. 25℃에서 쿨맵시 복장을 한 경우엔 오히려 약간 춥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온도에서는 일반 복장이 쿨맵시 복장보다 덥게 느낀 것으로 나타나 주관적 온열감은 실내온도보다 의복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주관적 습윤감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본에서 진행한 조사결과도 있다. 니케이BP 컨설팅사의 온라인설문조사에 의하면 쿨비즈를 실시하는 사무실이 그렇지 않은 사무실보다 냉방 설정 온도가 1.5℃ 높았다. 또 쿨비즈를 시행하는 사무실의 약 60%가 냉방온도를 28℃로 설정하고 있다.

냉방온도를 높이는 것은 우리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원한 실내에서만 생활하면 더운 기후에 대한 우리 몸의 방위체력이 저하된다. 방위체력이란 체온조절능력, 면역력,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의 체력을 말한다. 방위체력이 저하되면 외출 시 기온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불쾌감이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여름철 실내 온도를 26~28℃로 맞춰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면 내열성이 점차 증가하고 혈관조절에 의한 체온조절 범위가 확대돼 더위도 잘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친 냉방에 의한 두통, 어지럼증, 피부 건조증 등의 냉방병 증세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일 모든 사무실에서 쿨맵시 복장을 하고 냉방온도를 2℃ 올린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에너지관리공단의 조사에 의하면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약 17% 줄어 29억 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금액으로 3천억 원, 원자력 발전소 2기분에 해당되는 양이다.

환경부는 온 국민이 쿨맵시를 착용해 전국의 실내 냉방 온도를 2℃ 높이면 연간 39만 TOE(1TOE=1,000만 kcal)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연간 160~290만 톤 줄일 수 있다. 이는 약 3,000억 원의 비용 절감, 약 7억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쿨맵시 복장으로 인한 체감온도 저하 효과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감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다만 이를 빌미로 과도한 노출이나 요란한 복장을 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격식을 갖춘 옷이라도 통기성이 우수하고 땀의 흡수와 건조가 빠른 기능성 소재를 통해 충분히 쿨맵시가 가능하다. 이미 쿨맵시 캠페인의 파급효과는 기능성 섬유소재 개발 등 다방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과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까.

참고 자료

  • 제품 · 생활패턴별 온실가스배출량 산정 및 감축잠재량 평가, 국립환경과학원, 2010.

  • 유기현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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