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프오, 실은 X-비행체였다?

유에프오, 실은 X-비행체였다?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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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6일 새벽, 미국 서부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소형의 삼각날개를 가진 길이 8.8m, 너비 4.5m 정도의 소형 비행체가 착륙했다. 이 비행체의 정체는 보잉사에서 개발한 무인우주왕복선 ‘X-37B’. 궤도시험기 2호(Orbital Test Vehicle-2)로 불리는 X-37B는 우주에서 15개월 머물고 귀환했는데, 임무는 비밀에 붙여졌다.

X-37B는 2011년 우주왕복선이 모두 은퇴한 미국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유일한 우주비행체다. 추후 군사용으로 발전할지, 민간용으로 사용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주 비행체의 확실한 정보는 아직 ‘실험용’이란 것이다. X-37B에서 X가 이것을 의미한다. X는 ‘eXprimental’에서 따온 이니셜로 1945년 미 공군과 미항공자문위원회(NACA)가 항공우주분야의 기술 발전을 위한 실험용 비행체를 연구하면서부터 붙여졌다.

이번 X-37B의 경우, 사실 1957년 러시아에 의한 스푸트니크1호 위성 발사 이후 미 공군이 독자적으로 준비한 군사용 우주선 ‘X-20’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이나 소어’란 애칭을 가진 이 우주선은 X-37B처럼 삼각형의 날개를 가진 우주비행체로 정찰, 지상 폭격, 적의 위성 공격 등 다가오는 우주전쟁을 대비한 우주 비행체다.

유인으로 운영되는 X-20의 비행을 대비해 1960년에 8명의 ‘우주 군인’이 선발됐는데,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세계 최초의 달 착륙 우주비행사인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이 선발됐었다는 것이다. X-20의 중단으로 공군에서 NASA로 소속을 옮기는 바람에 닐 암스트롱은 훗날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다. 만약 X-20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그의 비행기록은 비밀에 부쳐졌을 것이고 아폴로우주선에도 탑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X-20 계획은 몇 년간 책상에서 설계도만 그려지다 예산부족으로 폐기됐다. 그 후 1970년대에 ‘X-24’와 같은 항공역학적인 모양을 가진 ‘리프팅 바디’(Lifting body, 동체가 날개의 역할인 양력을 만드는 비행체)형의 우주 비행체 연구를 걸쳐 마침내 1980년대 우주 왕복선의 탄생에 이르게 된다.

아폴로 우주선이나 소유즈 우주선 같은 캡슐형 우주선은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전혀 조종을 할 수 없어 동력장치를 별도로 부착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곳에 착륙할 수 없다. 리프팅 바디 기술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다. 즉 리트팅 바디형 우주선은 양력을 만드는 우주선 모양 때문에 특별한 동력이 없어도 우주선을 원하는 곳에 착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착륙형 비행체의 꿈은 결국 우주 왕복선의 탄생을 낳게 된다.

이렇듯 미래 항공우주기술의 시험장인 X-비행체의 시작은 ‘X-1’으로, 당시만 해도 넘을 수 없는 비행의 벽 이었던 초음속을 돌파하기 위한 로켓기였다. 그 유명한 테스트 파일럿인 척 예거(Charles Elwood Yeager) 조종사가 탑승해 초음속에서도 비행조종이 가능함을 기술적으로 증명했으며, 이는 현대 초음속 비행기의 시초가 됐다.

1958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NACA를 흡수하면서 현재 X-비행체의 연구는 주로 미 공군이나 미 국방부 선진연구프로젝트국(DARPA)과의 협력을 통해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위치한 NASA 소속의 드라이덴 비행연구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X-비행체는 실전에서 사용될 비행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매우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아마 사막에서 X-비행체를 본 사람이라면 UFO라 부를 만큼 기괴한 것들이 많다. 날개가 없거나 이상한 패턴으로 비행하는 등 일반적인 비행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X-비행체는 조종사보다 컴퓨터가 비행을 대신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도입할 차기 전투기 사업 후보 중 하나인 F-35도 X-35 계획을 통해 수직이착륙기의 초음속 순항과 같은 첨단 기술을 테스트한 바 있다.

X-비행체에서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X-15’다. 마하 6이라는 극초음속을 돌파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극한의 속도에 도전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4년에는 스크램제트(초음속의 공기를 빨아들여 연소하는 제트엔진)를 이용한 극초음속 비행기 ‘X-43’을 통해 무려 마하 9.8이란 경이로운 속도에 도달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은 추후 서울에서 LA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극초음속 여객기 탄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X-56’까지 진행되고 있는 X-비행체의 최근 연구추세는 무인 비행기에 집중하고 있다. 무인 폭격기(X-45), 항모 탑재형 무인전투기(X-46, 47), 수직이착륙 무인기(X-50) 등이 대표적이며 X-37B도 완전 무인 우주왕복선이다. 이런 무인형 X-37B가 군사적으로 이용될 경우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첩보위성으로는 긴박한 분쟁이 일어난 지역을 신속히 감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궤도 변경을 위해 자신의 연료를 소모할 경우 위성의 수명은 대폭 줄어들게 되고 결국 우주에서 폐기되고 만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처럼 재활용이 가능할 경우 임무가 끝난 X-37B를 지구로 귀환시켜 연료를 충전시키고 다시 우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을 많이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X-37B의 경우 화물칸이 있어 고성능의 탐지 장비들을 실을 수 있다. 심지어 레이저와 같은 공격무기를 실을 수 있게 된다면 킬러위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미래 우주전쟁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러시아나 중국을 자극할 것이고 이들 나라도 X-37B와 비슷한 무인 우주왕복기 개발을 서두르게 될 것이다.

앞으로 X-37의 기술은 군사적 목적 외에도 제 2의 유인용 우주왕복선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X-37의 제작사인 보잉은 X-37B의 크기를 180%정도까지 키워 6명의 우주인이 탑승할 수 있는 유인형 궤도시험기 ‘X-37C’로 발전시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유인형 우주왕복선을 제작, 보잉사가 가진 소모성 발사체인 아틀라스-V를 이용해 우주로 발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1960년대에 날개를 접은 X-20, 다이나 소어의 완벽한 부활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50년 전 X-20의 제작사가 바로 X-37B의 제작사인 보잉사이다. 국립 연구소도 아닌 하나의 기업이 성과가 보장되지 않은 미지의 기술에 이렇게 오랫동안 관련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미국의 저력이 부러워지는 동시에 한국형 X-비행체의 탄생도 기대해 본다.

  • 정홍철 - 과학칼럼니스트(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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