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춤과장

상좌춤과장

상좌춤과장은 상좌가 춤을 추며 놀이판을 정화하는 과장이다. 가면극의 첫 과장에는 흔히 놀이판을 정화하고 가면극을 시작하는 벽사적인 의식무가 설정되어 있다. 송파산대놀이·양주별산대놀이·봉산탈춤 등에서는 상좌춤, 강령탈춤·은율탈춤 등에서는 사자춤, 진주오광대·가산오광대 등에서는 오방신장무가 첫 과장으로 연행되고 있다. 상좌춤으로 벽사의 의식무를 시작하는 가면극은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 중에서 서울·경기의 산대놀이 가면극과 황해도 탈춤이다. 양주, 송파, 퇴계원 등 서울·경기 산대놀이 가면극에서는 상좌춤이 첫 과장으로 연행된다. 황해도 탈춤 중 봉산탈춤도 사상좌춤으로 시작하는 반면, 강령과 은율탈춤은 사자춤으로 시작하여 놀이판을 정화한다. 은율탈춤의 상좌춤과장은 사자춤이 끝난 뒤 제2과장으로 연행되며, 강령탈춤의 상좌춤과장은 제1과장 사자춤, 제2과장 말뚝이 곤장춤, 제3과장 먹중춤 다음에 연행된다.

상좌춤과장은 1778년에 공연된 본산대놀이를 묘사한 강이천(姜彛天, 1769-1801)의 한시 〈남성관희자(南城觀戱子)〉(1789)에서도 확인된다. "평평한 언덕에 새로 자리를 펼쳐 / 상좌 아이 깨끼춤 추는데(平陂更展席 僧雛舞緇素)"라는 구절은 상좌춤과장을 묘사한 부분이다. 이로 볼 때 상좌춤으로 놀이판을 정화하는 전통이 이미 오래 전에 성립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양주별산대놀이 제1과장 상좌춤과장에서는 첫째상좌가 등장하여 중앙에서 합장 재배와 천신 재배를 하고, 이어서 네 방위를 향해 차례로 사방치기 춤을 춘다. 그리고 깨끼춤·거드름춤·팔뚝잡이춤을 춘다. 이어 둘째상좌가 등장해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과장 전체가 무언으로 진행되는데, 상좌들이 진행하는 축귀의식무라 할 수 있다. 상좌의 춤은 과장 후반부에 이르면 의식적인 춤에서 타령조의 깨끼춤으로 바뀐다. 이것을 그동안 수도를 쌓은 상좌가 타락하여, 세속적인 놀이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행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송파산대놀이 역시 제1과장은 상좌춤이다. 첫째상좌가 흰 장삼에 붉은 띠·붉은 한삼·붉은 고깔을 쓰고 나와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으면 염불장단이 나온다. 첫 장단 끝에 활개를 폈다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리고 앞으로 한 장단 나아가 배하고, 우로 돌아 한 장단에 나아가 배하고, 계속하여 사방재배를 한 뒤 손뼉으로 느린 도드리타령을 불러 팔뚝잽이를 하고 활개를 펴서, 반화장·화장무·한삼치기·곱사위·거울보기·여닫이를 춘다. 그리고 다시 손뼉으로 장단을 몰아 불러 자진타령장단에 화장무·자진화장·여닫이·몰아치기·건드렁·멍석말이춤을 추고, 악사 반대쪽에 가서 덜미잡이를 하고 앉는다.

이때 둘째상좌가 횐 장삼에 남색 띠·남색 한삼·남색 고깔을 쓰고 반대편에서 나와 손을 들어 사방을 둘러본다. 그리고 첫째상좌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별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한 다음, 다른 손도 들어 손뼉으로 장단을 불러 건드렁·여닫이로 나가 춤을 추고, 첫째상좌 쪽으로 자진화장무로 가까이 가서 곱사위로 돌아서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돌아 첫째상좌를 바라보고 서서 활개를 펴고 양팔을 좌우로 흔들다가 뒤로 젖히며 첫째상좌를 어른다. 그러면 첫째상좌가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양팔을 펴고 모둠발로 깡충깡충 뛰어 나오면서 몸을 일으키고 건드렁으로 한 장단 먹고 대무를 시작한다. 화장무·자진화장으로 교차하고 곱사위로 돌아서 마주보고, 여닫이로 장내를 돌다가 팔을 어깨 위로 제치고 고갯짓을 하고 마주 돌아 헤어져 마주보고, 깨끼리·수장잡이를 추고 첫째상좌가 연풍대로 퇴장하면, 둘째상좌만 춤을 춘다.

퇴계원산대놀이 상좌춤과장은 8-9세 정도의 어린 상좌중과 15-16세가량의 상좌중이 나와 추는 춤이다. 사방신(四方神)에게 재배(再拜)하여, 잡귀를 쫓고 연희자와 관중들의 무사를 기원하는 벽사의식무이다. 춤은 잡귀를 물리치는 동작이고, 절은 잡귀를 물리치게 해달라는 청원이다.

봉산탈춤에서는 4명의 상좌가 등장하여 구경 온 관객의 안녕과 복을 빌고 놀이판을 정화하며, 연희자가 공연을 잘 마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원으로 동서남북 사방신에게 제를 올리는 상좌가 추는 의식무를 춘다. 상좌 넷이 등장하는데, 모두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를 두르고 고깔을 썼다. 먹중 하나가 상좌를 업고 달음질하여 등장한 다음, 불림으로 타령곡을 청하여 장내를 한 바퀴 돌고 새면(악사석) 앞에 상좌를 내려놓고 퇴장한다. 다음 상좌들도 같은 방법으로 넷째 상좌까지 차례로 등장하여 일렬로 선다. 상좌들은 악사들이 연주하는 느린 영산회상곡(靈山會上曲)에 맞추어 춤추다가, 도드리곡으로 바뀌면 두 사람씩 동서로 갈라져서 대무(對舞)한다. 다시 타령곡으로 바뀌면 첫째먹중이 등장하여 쓰러지고 상좌들은 타령곡으로 계속 춤추면서 퇴장한다. 사상좌춤의 춤사위는 양손뿌리기와 활개펴뛰기가 있다.

강령탈춤 제4과장 상좌춤과장에서는 2명의 상좌가 등장한다. 상좌들은 소매가 길고 넓은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두르고, 머리에는 흰 고깔을 쓰며 목에는 긴 염주를 걸고 있다.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서 등장하여,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서 대무(對舞)를 한다. 이 대무는 염불도드리장단에 맞춰 느린 동작으로 부드럽고 섬세하게 추는 춤으로서, 잡귀를 쫓는 2인의 의식무이다. 이어서 타령장단과 굿거리장단이 연주되는데, 타령장단에서는 점점 고조되어 가는 춤의 흥과 멋이 어우러진다. 굿거리장단에서는 장삼춤의 맛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기교를 선보이는데, 장삼을 이용해 합장하고, 뿌리고, 감고, 채고, 어르는 등의 동작을 한다.

은율탈춤의 경우 제2과장 헛목춤과장이 상좌춤과장에 해당한다. 다른 가면극의 상좌를 은율탈춤에서는 헛목이라고 부른다. 상좌역이 봉산탈춤에서는 4명, 강령탈춤에서는 2명이지만, 은율탈춤에서는 1명뿐이다. 헛목은 흰 장삼에 흰 고깔을 쓰고 붉은 어깨띠를 양어깨에 두르고 흰 바지를 입었다. 상좌는 사방에 배례(拜禮)하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사자춤과 마찬가지로 놀이판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으며, 염불, 늦타령, 자진타령장단 순으로 춤을 추고 퇴장한다. 지금은 헛목(상좌)도 가면을 쓰지만, 원래 헛목은 가면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상좌춤

상좌춤 양주별산대놀이

사상좌춤

사상좌춤 봉산탈춤

헛목춤

헛목춤 은율탈춤

참고문헌

  • 강령탈춤보존회, 『강령탈춤 교본』, 강령탈춤보존회, 1989.
  • 김일출, 『조선민속탈놀이연구』, 평양 : 과학원출판사, 1958.
  • 박전열, 『봉산탈춤』, 화산문화, 2001.
  • 서연호, 『황해도탈놀이』, 열화당, 1988.
  • 양종승, 「강령탈춤 춤형식 및 춤사위 연구」, 한국고전희곡학회 학술발표회, 대구대학교, 2002.
  • 양주별산대놀이보존회, 『양주별산대놀이 전수교재』, 2002.
  • 이병옥, 『송파산대놀이』, 도서출판 피아, 2006.
  • 전경욱, 『은율탈춤』,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 정형호, 『양주별산대놀이』, 화산문화, 2000.
  •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퇴계원산대놀이』, 월인, 1999.

참조어

사상좌춤, 상좌춤놀이, 헛목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