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

호가호위

(여우 호, 빌릴 가, 범 호, 위엄 위)

[ 狐假虎威 ]

요약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 세도를 부리는 모습.
호가호위 본문 이미지 1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00년 무렵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가리킵니다. 수많은 제후들이 살아남고 나아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온갖 계략을 짜내던 시대입니다. 제자백가(諸子百家)가 탄생한 것도 그때죠. 그러다 보니 온갖 인물의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고, 그 와중에 수많은 고사성어가 탄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고사성어의 대부분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특히 기원전 400년 무렵 이후를 전국시대(戰國時代)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온갖 모략과 계략, 병법과 정략이 출현합니다. 진나라 천하통일의 발판을 마련한 이사, 말더듬이로 태어나 불후의 명작을 남긴 한비자, 진시황 암살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최후를 맞은 자객 형가, 성선설과 성악설을 주장한 맹자와 순자, 연횡책을 주장한 장의와 합종책을 주장한 소진 등 수많은 영웅호걸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들의 활약상은 중국 고전 《전국책》과 《사기》에 자세히 나타나 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한번 읽어보시죠.
호가호위도 이때 만들어진 표현 가운데 하나입니다.

초나라 선왕(宣王) 때의 일입니다. 언젠가 선왕이 말했습니다.
“내 듣자하니, 북방 오랑캐들이 우리 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그러자 대신 강을이 말했습니다.
“북방 오랑캐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여우가 호랑이에게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하늘의 명을 받고 파견되어 온 사신으로 백수의 제왕에 임명되었다. 그런데도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너는 뒤를 따라오며 모든 짐승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확인하라.’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여우를 앞장세우고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과연 여우가 눈에 띄기만 하면 모든 짐승들이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앞장선 여우 때문이 아니라 뒤에 오는 자신 때문인지를 호랑이 자신도 몰랐던 겁니다. 지금 초나라는 그 땅이 사방 오천 리에 백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오랑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대왕의 나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찌 여우를 호랑이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속담에 ‘대신집 송아지 백정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게 있는데, 이 송아지가 호가호위하고 있군요. 또한 ‘사또 덕에 나팔 분다.’, ‘포숫집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우리 조상님들도 호가호위하는 경우가 많았나 보죠? 이런 의미를 가진 속담이 여럿인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