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파문학

실학파문학

[ 實學派文學 ]

요약 조선시대에 실학(實學)의 정신에 입각하여 활동한 학자들의 문학작품.

실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은 종래의 공리공담(空理空談)이 위주가 된 주자학적(朱子學的) 도학(道學)의 관념적 세계에 예리한 비판을 가하고 실생활과 직결된 학문의 추구 및 서유럽의 진보된 신학문 도입을 시도하였다. 이 일군(一群)의 학자들은 그때까지 당시(唐詩)와 당 ·송 고문(唐宋古文)을 지상(至上)의 것으로 여기던 사대부(士大夫)의 진부하고 형식적인 정통문학(正統文學)에 대하여 신선한 구상과 사실적(寫實的)인 수법으로 평이한 시와 산문을 제작하였으며, 한국의 속담 ·이언(俚諺)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풍자와 해학으로 서민적인 정취를 섭취, 한문장(漢文章)에서 중국의 전형을 탈피한 독자적인 한문체(漢文體)를 확립시켰다. 이러한 실학파 문학의 조류는 이미 선조 때 이수광(李晬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등에 등장하며, 허균(許筠)의 《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 등 몇몇 한문소설과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항간(巷間)의 기사이담(奇事異談)에서 주로 취재한 유몽인(柳夢寅)의 《홍도(紅桃)》 《진이(眞伊)》 등 일련의 한문소설로 이어진다.

그 후 이익(李瀷)의 우언(寓言)소설인 《동방일사전(東方一士傳)》, 이용휴(李用休)의 골계(滑稽)소설인 《해서개자(海西丐者)》, 안정복(安鼎福)의 우언소설인 《홍생원유기(洪生遠游記)》, 채제공(蔡濟恭)의 협사(俠邪)소설인 《이충백전(李忠伯傳)》 등에서 더욱 성행하다가 박지원(朴趾源)의 여러 작품에서 완성되었다. 박지원은 《양반전(兩班傳)》 《허생전(許生傳)》 《호질(虎叱)》 《마장전(馬駔  傳)》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민옹전(閔翁傳)》 《김신선전(金神仙傳)》 《광문자전(廣文者傳)》 등 일련의 소설 작품을 통해서 허식과 현학(衒學)을 일삼는 당시의 유학자들을 통렬히 비판, 풍자하였다.

그는 실학을 통한 사회개혁의 의지를 문장을 통하여 작품화하고 이론화시켰다. 이는 박지원의 문하(門下)로서 조선 실학4대가(實學四大家)로 불리는 박제가(朴齊家)의 기행문 《북학의(北學議)》, 이덕무(李德懋)의 협사소설 《은애전(銀愛傳)》 및 염정(艶情)소설 《김신부부전(金申夫婦傳)》, 유득공(柳得恭)의 골계소설 《유우춘전(柳遇春傳)》과 이서구(李書九)의 한시집(漢詩集)인 《강산집(薑山集)》 등으로 계승 ·발전되어 조선 후기 한문학의 주류를 이룬다. 이처럼 실학파의 문학이 조선 후기에 크게 융성한 것은 영 ·정조의 학문 보호책에 힘입은 바 컸으나, 이들 문인들은 대개 재야(在野)에서 정권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으므로 결국 한말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신문물(新文物)에 압도되고 말았다.

그 밖에도 실학파의 문학으로서는 정약용(丁若鏞)의 골계소설 《장천용전(張天慵 傳)》 및 협사소설 《죽대선생전(竹帶先生傳)》 《조신선전(曹神仙傳)》과 풍자소설 《출동전(黜僮  傳)》, 김려(金鑢  ) 의 골계소설 《가수재전(賈秀才傳)》 및 풍자소설 《유구왕세자외전(琉球王世子外傳)》과 협사소설 《삭랑자전(索囊子傳)》 《장생전(蔣生傳)》, 우언소설 《한숙원전(韓淑媛傳)》, 이옥(李鈺)의 단편 《신아전(申啞傳)》 《성진사전(成進士傳)》 《유광억전(柳光億傳)》 《심생전(沈生傳)》 등과 유본학(柳本學)의 《오원전(烏圓傳)》 《김풍헌전(金風憲傳)》 《김광택전(金光澤傳)》 《이정해전(李廷楷傳)》 등 허다한 한문소설 작품을 들 수 있다. 조선 후기, 특히 영 ·정조 시대에 융성한 실학파문학은 그것이 한문학(漢文學)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생활과 의식체계를 국문학에 본격적으로 도입하였으며, 특히 산문(散文) 문학의 정수라 할 소설문학의 일대 부흥을 가져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