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음악

그리스음악

[ Greek music ]

요약 고대그리스의 음악.

그리스의 음악은 언어와 밀접히 결부되어 있었다기보다는 그 속에 포함되어 버린 포괄적인 개념을 나타낸다. 즉 음악은 독립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무시케:musikē’의 한 측면이었다. 오늘날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음악’이라는 말은 무시케를 어원(語源)으로 하고 있으나, 양자는 다른 사상(事象)을 의미하고 있다. 무시케란 “여신(女神) 무사이에 관계되는 행위, 또는 도야(陶冶)”를 뜻하고, 전인격적인 것을 규정하는 하나의 능력(디나미스:dynamis)이며, 교양(파이디아)의 총체였다. 구체적으로 무시케란 시·노래·기악·무용이 통일된 것으로서, 그 핵심은 시다. 오늘날 무시케의 음악적 성분, 즉 음(音)예술을 충분한 모습으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시의 운율과 공통된 리듬을 제외하고는 음악을 기록할 만한 악보가 겨우 15점, 그것도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현존하는 작품은 매우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음악의 역사와 이론은 상당히 구명(究明)되어 있다. 그것은 그리스문화의 과학적인 경향을 반영하여 음향학(音響學)·음악이론·음악미학 등 음악에 관한 연구가 서적 형태로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의 조율법(調律法)은 오늘날에도 서양음악 조율법의 기초가 되고, 아리스토크세노스의 음계이론이나 리듬론(論)은 체계적인 면에서 후세의 모범이 되었다. 또,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가는 음악에 관한 미학적인 사색의 저술을 남겼다. 고대그리스의 음악은 시민적인 제사·제전의 행사로서, 도시국가(폴리스)의 관리 아래 거행되었다. 특히 다수의 도시국가가 참가한 올림피아 등의 경기에는 체육경기와 함께 반드시 음악의 경연(agon)이 벌어졌다. 음악은 청년의 교육에 불가결한 일부가 되어, 그 결과 그리스의 시민은 일반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력을 가졌으며, 특히 음정과 리듬에 대한 감각은 극히 섬세했다. 그러나 10세기 이후의 서양음악의 특색인 화성이나 대위법의 관념은 없고, 모두 단선율(單旋律)로, 가사에서 벗어난 순수한 기악은 발달하지 못하였다.

그리스음악의 역사
그리스음악이 유사시대(有史時代)에 들어간 것은 BC 7세기 이후인데, 그 이전의 시대에는 오르페우스·암피온·아폴론 등의 신화·전설과 장려(壯麗)한 육운각(六韻脚:헥사메트로스)으로 된 호메로스 일파의 낭창서사시(朗唱敍事詩)가 있다. BC 7세기의 스파르타시대의 음악에는 이집트·크레타의 영향이 강하다. 음악가로서 사상 최초로 이름이 남아 있는 사람은, 거북의 등딱지로 만든 현악기 키타라를 조주(助奏)로 한 노래에 뛰어났다고 하는 테르판드로스(BC 647?)와 오보에족의 관악기 아울로스의 연주에 뛰어난 사카다스(BC 586?)다. 또, 합창과 원무(圓舞)를 위한 음악으로서 애호된 히포르케마·김노파이디아 등의 작곡자로는 탈레타스의 이름이 남아 있다. 그 후 솔론을 잇는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출현에 의해 문예의 중심은 아테네로 옮겨지고, 그리스문화는 소위 아티카의 황금시대로 들어갔다. 이 시대의 그리스음악의 총아는 극음악이었다.

비극은 디오니소스신(神)의 봄의 제전에 거행된 합창무용가 디티람보스에서 비롯되었으나, BC 6세기 중엽의 테스피스는 그 속에 한 사람의 배우를 등장시켜 몸짓과 대화를 곁들임으로써 그리스비극의 기원(起源)을 열었다. 이어 BC 5세기에는 에우리피데스 등의 그리스비극의 3대 시인이 등장하였다. 그리스극은 본래 음악·무용·연기를 합한 종합예술로서, 특히 음악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코러스(chorus)였다. 아티카의 극음악 작품으로는 비극 외에 희극이 있었는데, 그 대표자는 아리스토파네스였다. 또 음악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에 역시 음악적으로 낭창된 사포 ·아나크레온 ·핀다로스 등의 서정가곡의 완성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음악은 그 문화와 마찬가지로 BC 4세기를 고비로 내리막길을 걸어 BC 2세기에 국토가 로마의 속령이 됨으로써 고전적인 전통을 잃었다.  

그리스음악의 음계와 리듬
그리스음계는 테트라코르도를 기본 단위로 하여 구성되었다. 테트라코르도란 4개의 음의 양 끝이 4도음정을 이루는 음렬(音列)이다. 이것을 2개 겹쳐 쌓아 양 끝이 8도가 되게 한 것을 옥타브속(屬)이라고 하며 7종으로 대표되는데, 그리스선법(旋法)이라고 한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형은 도리아의 테트라코르도 및 옥타브속이다. 또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각 음계의 진행이 하행(下行)을 취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그리스음악이 항상 문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서사시적인 낭창의 선율형에서 출발하였음을 말해 준다. 리듬은 가사의 시각(詩脚:pus)과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2음 1각에서 5음 1각까지의 여러 정형(定型)과 제각기의 변종이 있다. 기보법(記譜法)은 기악과 성악의 두 종류의 문자기보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