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법

기보법

[ musical notation , 記譜法 ]

요약 음악을 가시적으로 표기하는 방법.

오늘날에는 유럽의 5선 기보법이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현재까지에는 가장 표시력이 풍부하고 뛰어난 기보법이다. 그러나 악보라는 것은 결국 작곡과 연주 사이의 매개체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리 정교하고 치밀한 기보법으로도 작곡자의 의도를 완전히 표시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5선 기보법은 역사적으로 본다면, 17세기 이후의 근대 유럽 음악양식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완성된 것이므로 그 이외의 시대와 지역의 음악을 표시하기에는 극히 불완전하고 불철저한 데가 있다. 유럽 ·비(非)유럽을 포함한 모든 기보법을 분류해 보면, 음악의 여러 요소 중에서 개개의 음의 상대적 또는 절대적 높이, 선율형 및 동기, 음이 지속되는 길이, 연주법, 화음법 중의 어느 하나 또는 그 구성을 도표 ·기호 ·문자 ·숫자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며 가장 기본적인 기보법으로서 5가지 기보법을 들 수 있다.

⑴ 동기보(動機譜:ekphonetic notation):기본적인 모티브(동기)나 선율형을 문자 또는 기호로 표시하는 것. 음악이 일정한 음정 ·리듬 등에 의한 고정된 선율형으로 구성되고 있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자유로운 창작은 전혀 불가능하고 제약이 많은 기보법이다. 유대교 성가와 동방 정교회(正敎會)의 성가가 그 실례이다.  ⑶ 태블러처보(tablature:奏法譜):악기의 주법을 문자 ·숫자 또는 그 밖의 기호로 표시한 것. 예를 들면, 현악기의 현을 누르는 곳, 현의 위치, 관 구멍의 여닫음 등을 지시하는 것으로 각 악기가 구조 ·주법에 따른 독자적인 태블러처보를 갖게 된다. 한국이나 중국에도 옛날부터 태블러처보는 존재하고 있었고, 유럽에서도 15~16세기에 애용되었다. 현재의 기타 ·우쿨렐레 ·하모니카 등의 악곡에는 아직도 태블러처보에 의한 것이 있다.

⑷ 문자보(文字譜:letter notation):개개의 음높이를 문자나 그 밖의 기호로 표시한 것. 이 문자보에서는 문자는 주법이 아닌 개개의 음높이 자체를 표시한다. 중세 유럽과 동양 등에 그 용례가 많다.

⑸ 보선보(譜線譜:staff notation):수평으로 된 선을 1개 또는 그 이상 긋고, 선과 음표와의 상하관계에서 개개의 음표 높이를 표시하는 것. 유럽에서 10세기 이래 사용되어 왔는데, 선의 수도 1∼18개까지 있었으나 13세기 이후 폴리포니 악곡의 경우는 5선이 원칙이 되었다. 또 12세기부터는 음이 지속되는 장단을 음표 모양으로 표시하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그것은 모들 기보법(12∼13세기) ·검은음표 정량(定量)기보법(14∼15세기 전반) ·흰음표 정량기보법(15세기 후반∼16세기) 등의 변천을 거쳐, 17세기에 오늘날의 근대 5선 기보법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이 기보법 역시 많은 제약과 결함이 있어서 현대 음악작품은 그것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네덜란드의 코르넬리스 포트에 의해서 ‘클라바르스크리보(Klavarscribo, 건반기보법)’와 같은 새로운 기보법이 제창되고 있으며, 뮤직 콩크레이트 ·전자음악, 그 밖의 전위음악(前衛音樂) 등도 각각의 내용에 알맞은 독자적인 표시법을 고안 ·사용하고 있다.

국악(國樂)에서는 예로부터 여러 가지 기보법이 사용되어 왔는데 대부분 음의 높이만을 표시하는 문자보였다. 즉, 율자보(律字譜) ·공척보(工尺譜)등이 그것이다. 또한 구음(口音), 즉 악기의 음색을 흉내내서 기보화한 육보(肉譜)가 있었고, 태블러처보와 같이 악기의 주법 하나하나를 자세한 부호로 표시한 합자보(合字譜)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악보보다 두드러진 것은 조선 세종(世宗)이 만든 정간보(井間譜)로, 이 기보법은 井자 모양의 칸을 질러 놓고 한칸을 1박으로 쳐서 음의 시가(時價)를 표시하고 그 정간(井間) 속에 음의 고저를 나타내는 음이름을 적어 넣게 한 것으로, 종전 기보법들의 단점을 보완해 음의 시가와 고저를 분명하게 표시할 수 있는 편리한 기보법이었다. 동양 최초의 유량기보법(有量記譜法)이기도 한 이 기보법은 오늘날까지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