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문학비평

다른 표기 언어 literary criticism , 文學批評

요약 문학비평은 작품 자체를 정확하게 식별한 후, 작품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거쳐 작품을 전체적으로 감상하고 작품의 미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문학비평은 문학의 요소 중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나눈다. 첫째, 작품이 세계나 인생을 반영 또는 모사한다는 입장에서 전개되는 모방론적 비평, 둘째, 작품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가를 주목하는 표현론적 비평, 셋째, 작품이 독자들에게 주는 영향을 강조하는 효용론적 비평, 넷째, 작품 자체의 짜임새에서 미적인 요소를 찾는 객관론적 비평 또는 형식주의 비평이 있다. 문학비평은 문학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작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평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 문학비평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하는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 등을 문제삼는다.

그 영역은 철학적·묘사적·평가적인 3가지 큰 범주로 나누어진다.

문학비평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하는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 등을 문제삼는다.

서구 비평의 전통은 BC 4세기 플라톤에게서 시작되었다. 그는 〈국가 Republic〉에서 시인들을 2가지 측면에서 공격해, 이들의 예술이 단순한 모방에 불과하며, 인간 본성의 착한 면보다는 오히려 나쁜 면을 부각시킨다고 비판했다.

플라톤 (Platon)
플라톤 (Platon)

한 세대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Poetics〉에서 플라톤의 이러한 견해를 반박해, 문학이란 모방의 수준을 넘어 상상적 진실의 수준에 속하며, 문학작품이 감정을 격앙시키는 것은 오히려 감정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발전시킨 문학용어들과 그가 확립한 문학적 구성의 원칙들은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 문학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러한 영향은 17세기 작가들에게까지 미쳐서 1674년에 부알로는 그의 저서 〈시 예술 L'Art Poétique〉에서 시간·행위·장소의 삼일치라는 고전적 원칙을 지킬 것을 주장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도 비평은 대부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벌인 논쟁의 기초를 이루는 2가지 문제, 즉 문학의 도덕적 가치와 문학 대 현실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왔다.

16세기말 필립 시드니 경은 〈시의 변호 Defence of Poesie〉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식으로 도덕적·철학적 진실을 표현하는 것이 문학의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1세기 뒤에 존 드라이든은 〈극시론 Of Dramatick Poesie, an Essay〉(1668)에서 문학의 1차적인 역할은 "인류에게 기쁨과 교훈을 주기 위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묘사하는 것이라고 다소 현실감있는 의견을 밝혔다.

이 주장은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문학비평의 기본 전제였으며, 알렉산더 포프의 〈비평에 관한 에세이 Essay on Criticism〉(1711)와 새뮤얼 존슨의 방대한 저술에 깔린 기초사상이었다.

18세기 후반이 되자 문학비평은 영국과 독일에서 점차 큰 호응을 받던 낭만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워즈워스〈서정 민요집 Lyrical Ballads〉(1800)의 제2판에 붙인 서문에서 시의 목표는 "뜨거운 감정에 의해 마음속에 생생히 표출되는 진실"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세기 중반의 사상과는 뚜렷히 다른 새로운 견해였다.

서정 민요집(Lyrical Ballads)
서정 민요집(Lyrical Ballads)

낭만주의 시대에 발표된 또다른 중요한 문학비평서는 콜리지의 〈문학평전 Biographia Literaria〉(1817)으로, 이 책은 셸링이나 슐레겔과 같은 독일 비평가들의 비평서와 셸리의 〈시의 변호 Defence of Poetry〉와 많은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19세기 후반에 문학비평은 2가지 방향으로 발전했다.

하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 즉 예술지상주의의 심미비평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또 하나는 매슈 아널드가 주장했듯이 문학은 과거에 종교가 맡았던 도덕적·철학적 기능을 이어받는 문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학비평의 미래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19세기말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문학이 점차 학문적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데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엄청난 양의 문학비평서가 발표되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영국과 북아메리카에 있는 대학에서 발간된 것이었다.

20세기초에 나온 I. A. 리처드의 〈문학비평의 원칙 Principles of Literary Criticism〉(1924)은 '실용비평'의 기초가 되었으며, 이 실용비평은 1940, 1950년대에 존 크로 랜섬이나 클린스 브룩스와 같은 미국 비평가가 참여한 '신(新)비평'으로 발전했다. 문학작품을 별개의 자족적(自足的) 존재로 다루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신비평은 19세기에 뿌리를 둔 여러 가지 비평들, 즉 전기적 비평, 마르크스주의 비평, 정신분석학적 비평, 역사적 비평 등 문학을 작품 외적 시각으로 보려는 비평들과 상반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전통적 방식의 문학비평은 급진적인 재평가 작업을 거쳤다. 1920년대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가들의 저술과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언어 구조 연구에 기초해, 문학비평가들은 과연 '작가'가 자기 작품의 의미를 제공하는 출처로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구조주의 비평, 해체). 롤랑 바르트와 자크 데리다를 비롯한 구조주의 및 후기 구조주의 비평가들은 작품의 의미란 작가보다는 언어 및 문화라는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출했다.

문학비평은 M. H. 에이브럼스에 의하면 문학작품이 대상(현실)·작가·독자와 맺는 관계에 따라 4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작품과 대상(현실)과의 관계를 문제삼는 비평, 즉 작품이 세계나 인생을 반영 또는 모사한다는 입장에서 전개되는 비평으로 '모방론적 비평'이라고 한다. 이 비평은 무엇보다도 작품이 대상을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 또는 모방했느냐가 1차적 판단기준이 되며, 문학사회학이나 사실주의 문학이론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작품과 독자와의 관계를 문제삼는 비평으로 '효용론적 비평'이라고 한다. 이 비평은 작품이 독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느냐는 입장에서 전개되며 대체로 '수용미학'으로 통칭되는 이론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작가와 작품 사이의 관계를 문제삼는 비평으로 '표현론적 비평'이라고 한다. 이 비평은 작가의 의도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주로 낭만주의 비평가들에 의해 연구되었는데, 특히 정신분석학적 비평가들의 이론과 제네바 학파의 몇몇 비평가들의 이론, 그리고 창작심리학에 대한 이론 등이 이에 속한다. 넷째, 작품 자체만을 문제삼는 비평으로 '객관론적 비평' 또는 '형식주의 비평'이라고 한다.

이 비평은 작품의 내재적 요인에 의해 작품이 판단·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 신비평 이론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르네 웰렉에 의하면 문학비평은 작품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내재적 연구(intrinsic study)와 작품의 외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외재적 연구(extrinsic study)로 나누어지는데, 위에서 언급한 형식주의 비평은 바로 내재적 연구에 해당되며 그밖에 모방론적 비평, 실용론적 비평, 표현론적 비평은 외재적 연구에 해당된다.

또한 문학비평은 이론비평(theoretical criticism)과 실제비평(practical criticism)으로 나누어지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론비평은 어떤 보편적 원칙에 따라 문학에 대한 일반이론이나 논의의 방법을 수립하려는 비평을 말한다.

실제비평은 실천비평 또는 응용비평이라고도 하며 보통 구체적인 작가나 작품, 현장적인 문학활동에 대한 비평을 말한다. 따라서 실제비평은 문학에 대한 일반이론의 수립보다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평가를 위해 주로 행해진다. 물론 실제비평에도 일정한 문학이론이나 비평적 관점이 있으나 그것은 대체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존재한다.

한국의 문학비평

한국에서 근대적인 문학비평이 전개된 것은 대체로 1920년대 이후로 이해된다.

그 이전의 문학비평은 주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정도였으며, 1920년대 마르크스주의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사상의 복합적인 구도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문학비평도 전문성·과학성·독자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어떤 나라의 근대사보다도 역사적 격동이 심했던 한국근대사는 문학비평에도 큰 영향을 주어 이른바 정론적 비평, 즉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념적 비평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임화·박영희·김기진·김남천·한효 등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KAPF) 계열의 비평가들이 근대문학비평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면서 정치와 문학이 어떠한 방식으로 맺어지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따라서 작품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내재적 비평은 상당히 미약했으며, 다만 김환태와 김문집을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 비평, 최재서의 모더니즘 비평, 백철의 휴머니즘 비평 등이 정치적 비평을 제외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문학비평을 전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문학비평도 마르크스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념비평을 의식하면서 씌어졌는데, 이런 점은 한국의 근대문학비평이 독자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기보다는 사회현실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제의 정치적 탄압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문학비평은 이념적 선택이 가능했던 8·15해방 직후에 와서 다시 활발하게 전개된다.

특히 이때는 작품의 창작보다 좌우익 할 것 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을 나타낸 문학비평이나 정치비평이 주를 이루었다. 1950년 6·25전쟁 후 미국문화의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미국의 신비평이 한국의 문학비평에 수용되어 한국문단의 주도권을 잡은 이른바 '문협정통파'의 중요한 이론이 되었으며, 한국의 제도적인 문학교육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서구에서 제2차세계대전 전후에 유행했던 실존주의 사상과 비평이론이 다투어 소개되었는데, 이때 나온 비평가로는 이어령·김우종·유종호·김양수·홍사중·고석규 등을 들 수 있다. 그뒤 1960년대의 문학비평은 4·19의거에 영향을 받아 순수한 우리말과 문체의 확립, 외국문학 이론의 원전탐독 등을 내세웠으며, 김윤식·김우창·백낙청·김현·김병익·염무웅·김치수·김주연 등이 이때 등장한 비평가들이다.

이들은 자료 뒤지기나 정치적 선전에 머물러 있던 전대의 문학비평을 반성하고 문학과 사회에 대한 합리적 인식, 세련된 강단 비평 등의 기치를 내걸고 비평활동을 전개했는데, 이들의 비평에 와서 비로소 한국의 문학비평은 체계성·독자성을 지니게 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문학비평은 민족문학론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주로 백낙청에 의해 마련된 민족문학론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 민족문학의 정립과 민중문학에 대한 강조, 한국문학사의 민중적 해석, 민족운동에 대한 문학의 기여 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이 시기의 문학비평은 〈창작과 비평〉 외에 〈문학과 지성〉·〈세계의 문학〉 등의 계간지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는 대중에게 문학비평도 중요한 읽을거리이며 문학의 독자적인 양식임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문학의 정치적·자율적 기능이 첨예한 갈등으로 드러났는데, 이른바 '순수참여문학논쟁'이 그것이다.

〈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백낙청·염무웅·임헌영·구중서 등의 민중문학비평 진영에서는 모든 문학은 정치적이라는 전제 아래 문학이 인간해방과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적극적으로 추구했다. 이들이 관심을 보인 문인으로는 신동엽·김수영·김지하·황석영·신경림 등이 있다. 한편 〈문학과 지성〉 계열의 김현·김병익·김치수·오생근 등의 비평가는 다양한 외국 문학이론의 수입, 섬세한 실제비평, 꼼꼼한 책읽기 등의 작업을 중심으로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자율적인 기능의 탐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이 관심을 보인 문인으로는 김승옥·이청준·조세희·황동규·정현종·최인훈·오규원 등이 있다. 그밖에 〈세계의 문학〉을 중심으로 한 유종호·김우창과 어떠한 비평적 계열에도 소속되지 않고 근대문학연구와 실제비평을 병행했던 김윤식·이재선·박철희 등을 들 수 있다.

1980년대에 전개된 문학비평은 기존의 보수적인 문학예술 전통에 대한 반대가 주조를 이루었다.

민중문학이 보수적 문학의 틈새를 비집고 올라와 한국문학의 주류로 부상한 시대가 바로 이 시기이며, 이 점에서는 문학비평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과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비평가들이 등장해 문학의 적극적인 기능과 사회적 의무를 강조했고, 또한 이들은 1970년대에 전개되었던 '순수참여논쟁'을 가짜 대립으로 규정짓고 문학은 사회적·정치적이라는 것, 다만 참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문학과 지성〉 계열의 전통을 잇는 신진비평가들 역시 기존의 편견과 보수적 문학관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동시에 진보적인 문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허위의식과 전체주의적 속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1980년대말부터 1990년대초에 걸쳐 한국의 진보적인 운동권의 침체는 또 한번의 커다란 변모를 가져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과 거친 이념비평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문학비평은 탈중심의 혼란 속에서 다양한 비평방법과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