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마

플라스마

[ plasma ]

플라스마는 일부 또는 전체가 전리되어 있어 전류가 잘 흐르는 기체이다. 고체, 액체, 중성 기체와 구별되는 물질의 또 다른 상태이다. 전류는 대부분 음의 전하를 갖는 자유전자의 흐름에 의해서 결정된다. 디바이 길이(Debye length)라고 하는 크기보다 큰 규모에서 보면 양의 전하량과 음의 전하량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전하 밀도는 0이고, 전기장도 없다. 그러나 이보다 작은 규모에서 보면 전하 밀도는 0이 아니며, 전기장도 0이 아니다. 플라스마의 물리는 어느 규모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개 디바이 길이보다 큰 규모가 플라스마 물리학의 관심사이다. 플라스마 물리학의 아버지인 알펜(Hannes Alfven)은 플라스마에 자기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보통 기체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새로운 파동, 곧 알펜파가 존재함을 이론적으로 예언하였다. 그는 이 공로로 197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보통 기체가 플라스마로 바뀌기 위해서는, 기체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전리되어, 자유전자를 내어야 한다. 기체가 전리되려면 기체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가 적당한 에너지를 갖는 광자 또는 다른 입자와 충돌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체는 온도가 높을수록 이런 충돌이 활발해 입자가 잘 전리되므로, 고온 기체는 대부분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밀도와 온도에 따라 플라스마는 매우 다양하다(그림 1).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불, 번개, 형광등, 네온사인은 모두 플라스마이다. 핵융합 실험을 위해 자기장으로 밀폐시킨 고온 기체는 전형적인 실험실 플라스마이다. 오로라, 태양 코로나, 태양풍은 대표적 우주 플라스마이다. 또 우주에서 밝은 빛을 내는 항성, 항성풍, 기체로 된 성운(가령 HII영역이나 행성상성운, 초신성잔해)은 대부분 플라스마이다. 우주에 있으나 밝게 빛나지 않는 저온 기체는 대부분 중성 입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런 기체조차도 작은 양이지만 자유전자를 함유하고 있어 종종 플라스마로 간주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주에 있는 거의 모든 기체는 플라스마로 볼 수 있다. 온도가 3 천 K 보다 높았던 초기우주는 전체가 플라스마 상태였다.

그림 1. 다양한 플라스마. (출처: 한국천문학회)

목차

플라스마의 구성

플라스마는 자유전자, 이온, 중성 입자로 구성된다(그림 2 참조). 자유전자는 음의 전하를 갖고 있으며, 이온은 양의 전하를 갖고 있고, 자유전자 전체의 전하량과 양이온 전체의 전하량은 같다. 따라서 플라스마의 평균 전하량은 거의 0이다. 플라스를 구성하는 이온과 중성입자의 종류는 플라스마의 원소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다르다.

그림 2. 플라스마는 자유전자와 이온, 중성입자로 구성된 기체이다. (출처: 채종철/한국천문학회)

우주플라스마의 구성

우주 플라스마의 화학조성은 대개 비슷하다. 우주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원소 중 가장 많은 것은 수소이다. 전체 원자 수의 90%를 차지한다. 그 다음 많은 헬륨은 약 9 %를 차지하고, 나머지 1%는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차지한다.

기체가 국부열역학적평형(local thermodynamic equilibrium, LTE) 상태에 있다면, 사하방정식을 써서 기체를 구성하는 원소의 전리율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이 원소의 전리포테셜(ionization potential)과 자유전자의 밀도, 온도를 알면, 이 원소의 전리율을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유용한 것은 어떤 원소의 전리율이 50%가 되는 반전리 온도(half ionization temperature)이다. 수소 원자의 반전리 온도는 항성 대기에서는 8천에서 1만 K 사이고, 초기우주에서는 3천 K이다. 초기우주의 반전리 온도가 낮은 것은 초기우주 전체의 전자밀도가 항성대기의 전자밀도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항성의 대기를 구성하는 수소 원자들은 온도가 8천 K 쯤되면 수십 % 전리되고, 이보다 훨씬 높으면 100% 전리된다. 그러므로 온도가 8천 K 이상 되는 대기는 주로 수소원자가 전리되면서 나온 자유전자와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약간의 헬륨 중성원자가 있다고 보면 된다(예: 그림 2에 보인 채층 플라스마). 온도가 10 만 K를 넘으면 수소는 물론이고 헬륨도 전리되므로, 모든 원소는 전리되어 중성 입자는 사라지고, 플라스마는 자유전자와 다양한 양이온(양성자, 헬륨원자핵, 그리고 기타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으로 구성된다(예: 그림 2에 보인 코로나 플라스마).

이와 달리 온도가 8천 K보다 훨씬 낮은 항성 대기 기체에서는 수소와 헬륨 원자가 거의 전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체를 구성하는 입자의 대부분은 중성 입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체도 종종 플라스마로 취급되는 것은 소량이나마 자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자유전자들은 헬륨보다 무거운 금속 원소가 전리될 때 나온다. 금속 원소는 함량이 매우 적지만, 낮은 온도에서도 전리가 잘 되어, 자유전자를 만들어 낸다. 칼륨, 나트륨, 칼슘, 철 등의 금속 원자들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첫 단계 전리가 일어난다. 온도가 6000 K 가량인 태양의 광구나 4천 K 가량인 태양흑점을 플라스마로 볼 수 있는 것은 이런 금속들의 전리되면서 내는 자유전자 때문이다(예: 그림 2의 광구 플라스마).

온도가 3 천 K보다 높았던 초기우주는 수소들이 대부분 전리되어 있었다. 주로 자유전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플라스마 상태에 있었다.

그림 3. 태양 플라스마. 가시광, 근적외선을 내는 태양 광구 플라스마, H알파 빛을 내는 채층 플라스마, 극자외선을 내는 코로나 플라스마. (출처: 채종철/한국천문학회)

플라스마의 성질

전자기파 방출과 진행에 영향을 줌

플라스마는 몇 가지 점에서 보통 기체와 다르다. 일반 기체도 빛을 내지만 플라스마는 빛, 곧 전자기파를 더 잘 낸다. 고온 플라스마는 가시광이나 자외선, 극자외선, 엑스선을 낸다. 빛은 양이온과 자유전자가 재결합하는 과정(자유-구속 천이)에서 나오기도 하고, 자유전자의 에너지 변화(자유-자유 천이)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나오는 빛의 종류는 대개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온도가 6000 K 인 광구 플라스마와 온도가 4000 K인 흑점 플라스마에서는 가시광과 극자외선이 나오고, 온도가 8000 K 이상인 채층 플라스마에서는 H알파 빛과 자외선이 나온다. 또 온도가 1백만 K보다 높은 코로나 플라스마에서는 극자외선과 엑스선이 나온다. 이런 빛들은 모두 플라스마 온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열적복사라고 한다.

자기장이 있으면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자유전자는 자기력선 주위로 회전하는 자이로 운동을 하면서 빛을 낸다(이를 자유전자 운동이 비상대론적일 때는 자이로 복사, 상대론적일 때는 싱크로트론 복사라고 함). 또한 외부 전기장이 있으면, 플라스마 진동에 의해 자유전자는 주로 전파를 방출한다. 제II형태양전파폭발은 코로나질량방출과 연관된 행성간충격파가 지나가는 공간에 있는 플라스마가 전파를 내는 현상이다. 이런 빛들은 플라스마 온도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비열적복사라고 한다.

플라스마는 전자기파의 진행에도 영향을 준다.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자유전자는 모든 전자기파를 산란시켜, 전자기파의 자유로운 진행을 방해한다. 또 양이온 가까이에 있는 자유전자는 자유-자유 흡수(free-fee absorption) 과정에 의해 전자기파를 흡수할 수 있다. 플라스마는 특히 전파의 진행에 영향을 준다. 전파의 진행 속도 변이, 흡수, 반사 등에 영향을 준다. 지상간 전파 통신 및 지상-위성간 전파 통신은 지구 전리권의 상태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자기장과 상호작용함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자유전자와 양이온은 외부 자기장에 반응하며, 자기력을 받는다.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중성 입자들은 직접 자기력을 받지 않지만, 충돌이 잦으면 자유전자와 묶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성입자를 포함한 플라스마 덩어리가 자기력을 받는다. 플라스마 덩어리가 받는 순 자기력이 0이 아니려면, 플라스마에 전류가 흘러야 하고, 그 전류는 자기장에 수직인 방향의 성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플라스마는 외부 자기장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자기장이 있는 공간에서 플라스마가 움직이면, 이 플라스마에 기전력이 발생한다. 이 기전력은 전류를 발생하고, 이 전류는 자기장에 새로운 성분을 더함으로써, 외부자기장을 변형시킨다. 플라스마의 운동에 의한 자기장의 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각 플라스마 덩어리마다 짝이 되는 자기력선에 달라붙어 있다고, 바꿔 말하면 자기력선마다 플라스마 덩어리에 동결(얼어 붙음)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결자기장에서 플라스마는 자기력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고, 자기력선을 가로질러 다른 자기력선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력선에 수직인 방향으로 가려면 플라스마는 자기력선을 끌고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력선의 변형, 곧 외부 자기장의 변형이 발생한다. 이는 다이나모이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이다.

자기장이 강한 공간에서는, 플라스마는 자기력선을 가로질러 움직이기도 어렵고, 자기력선을 가로질러 열을 전달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플라스마는 자기력선을 따라 늘어진 구조를 할 때가 많다(그림 3 참조). 자기력선은 보이지 않으나, 이 늘어진 플라스마 구조로부터 자기력선의 방향과 연결을 추론할 수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