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구

광구

[ Photosphere ]

그림 1. 백색광으로 관측한 태양의 광구. 원반의 중심부는 밝은 반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어둡게 보인다(출처: )

광구는 태양의 표면이며 태양 대기의 최하부층으로서 우리가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이 나오는 곳이다(그림 1 참조). 광구 안쪽은 광학적으로 불투명하기 때문에 볼 수 없으며 광구의 바깥쪽은 가시광 영역에서 광학적으로 투명하기 때문에 역시 맨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광구는 이 불투명한 내부와 투명한 대기 사이의 경계에 해당한다. 태양이 하나의 거대한 기체 덩어리라고 생각할 때 광구와 같이 뚜렷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다. 이는 광학적으로 불투명한 곳에서부터 투명한 곳까지의 두께, 즉 광구의 두께가 약 500km 정도로 전체 태양 반경(696000km)에 비해 매우 얇기 때문이다.

광구의 온도는 약 4400K에서 6000K까지이며, 광학적 깊이가 2/3인 지점의 온도, 즉 유효온도는 약 5770K이다. 광구의 온도는 바깥으로 갈수록 감소해 높이 약 525km 지점에서 최저(4400K)가 된다. 이온도최저지역이 광구의 가장 바깥 경계에 해당한다. 이 지역을 지나 바깥으로 가면 온도는 다시 증가한다. 광구의 바깥쪽을 채층이라고 한다.

광구 영상을 보면 원반중심에서 밖으로 갈수록 어두워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원반 경계가 어두운 현상을 주연감광이라고 한다. 또 광구 영상에는 어두운 태양흑점들이 보일 때가 많다. 흑점의 움직임을 살피면 태양이 차등회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고분해 광구 영상을 보면 흑점 바깥 지역이 쌀알무늬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목차

표면 관측

주연감광

광구는 ND 필터 등을 사용하여 백색광의 양을 적절히 줄여 관측할 수 있다. 백색광으로 광구 영상을 얻으면 태양원반 중심부가 가장 밝고 원반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밝기가 감소하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주연감광이라 부른다. 이는 광구 영상의 각 지점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깊이를 보여주기 때문으로, 마치 눈 앞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을 때 일정 거리 이상은 볼 수 없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시선방향과 깊이방향이 같아지는 태양원반 중심에서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안쪽 층을 보게 되어 밝아지고 원반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더 차가운 바깥 층을 보게 되어 어두워진다.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광구 영상의 경우 밝기 변화 없이 평평한 원반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이는 주연감광 효과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처리를 거친 것들이다.

그림 2. 일본의 Hinode 태양 관측 위성으로 얻은 흑점과 쌀알무늬 영상. 흑점의 가장 어두운 암부와 주변의 반암부, 그리고 흑점이 없는 지역의 쌀알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출처: )

흑점

광구를 관측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보이는 구조물로서 밝은 광구와 대비되어 어두운 점과 같이 보이는 것들을 일컫는다(그림 2 참조). 흑점이 어둡게 보이는 이유는 그곳의 온도가 흑점이 없는 광구의 온도에 비해 낮기 때문인데, 흑점이 없는 광구의 온도가 약 5780K일 때 흑점 중심인 암부(umbra)의 평균적인 온도는 약 4000K, 흑점 가장자리인 반암부(penumbra)의 온도는 약 5280K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흑점의 암부는 광구에 비해 그 밝기가 77%나 낮아 결과적으로 검게 보인다. 흑점의 온도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일반적인 광구 표면이 대류에 의해 내부로부터 열에너지를 공급받는데, 흑점의 경우 주변에 비해 자기장이 강하게 밀집해있어 이와 같은 대류가 억제되어 충분한 열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쌀알무늬

흑점이 없는 광구 표면을 비교적 높은 해상도의 관측기로 들여다보면 작고 동글동글한 구조물이 광구 전체를 덮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쌀알무늬(granulation)라고 부른다(그림 2 참조). 광구 바로 아래에 위치한 대류층에서는 가열된 기체 덩어리, 즉 대류세포(convection cell)가 수직상승하여 광구에 열에너지를 전달한 후 식으면 다시 하강하는 대류가 일어난다. 대류세포들의 이와 같은 운동의 결과가 광구 표면의 쌀알무늬로 보이는 것이다. 밝은 중심부는 뜨거운 기체가 올라오는 곳, 어두운 가장자리는 식은 기체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곳에 해당한다. 약 1000-2000km 정도의 크기를 보이는 하나의 대류세포는 약 5분에서 10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지속적으로 모양이 변한다. 따라서 광구를 오랜 시간 관측한 영상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쌀알무늬가 반복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며 마치 광구 표면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시사점

차등회전

흑점 등과 같은 광구 구조물을 장시간 관측함으로써 태양의 표면 운동의 특성을 알 수 있다. 태양 내부의 회전 속도는 타코클라인을 지나면서 위도에 따라 재분배되어 표면에서는 적도에서 가장 빠르고 극에서 가장 느린 차등회전을 보인다. 광구의 회전 속도는 흑점과 같은 표면(자기)구조물의 이동을 추적하거나 광구 원반의 가장자리인 주연(limb) 부분에서 도플러이동(Doppler shift) 관측으로 시선방향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알 수 있다. 한 바퀴를 회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도에서 25일, 극에서 36일 정도이다.

태양활동주기

광구 표면의 흑점을 장시간 관측한 결과 알게 된 태양의 또 다른 중요한 성질은 태양활동의 주기성이다. 우리가 광구 표면에서 볼 수 있는 흑점의 개수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흑점 수를 매일 한 번씩 세어보면 약 11년을 주기로 개수가 점차 증가했다가 다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다이나모이론에 따라 대류층에서 발생한 자기다발은 부력에 의해 떠올라 광구 위쪽으로 아치 형태의 고리를 내미는데, 이 고리가 광구와 만나는 두 개의 발바닥이 가시광에서 각각 흑점으로 보인다. 흑점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와 같이 광구 위쪽으로 올라오는 강한 자기력선 다발의 수가 많아진다는 뜻으로, 자기장의 변화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플레어나 코로나질량방출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확률도 그만큼 커진다. 태양의 자기활동은 지구 주변 우주기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요소인 만큼 다가올 활동주기의 시기와 세기를 예측하기 위해 벨기에 왕립 천문대 등에서 흑점 관측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