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층

채층

[ chromosphere ]

그림 1. 채층을 보여주는 태양 일식 사진. 일식 때 노출을 짧게 주고 찍으면 코로나가 매우 어둡게 보이는 대신 붉은 색을 띤 채층을 볼 수 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채층은 광구코로나 사이에 있고 높이에 따라 온도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태양 대기층이다. 태양 대기에서 온도는 표면에서부터 밖으로 갈수록 감소하다가 온도최저영역(temperature minimum region)에서 최저가 되고 그 위에서 높이에 따라 완만히 증가한다. 그리고 어느 높이에 이르게 되면 온도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는 지역, 곧 천이영역(transition region)이 나타나고, 이 천이영역 위에 코로나가 있다. 채층은 바로 온도최저영역과 천이영역 사이의 대기층이다.

지상에서 일상적으로 채층을 관측하려면 망원경에 중성수소 에이취알파선 필터나 전리칼슘 H선 또는 K선 필터를 장착하면 된다. 에이취알파선 필터를 장착하여 찍은 태양 원반의 채층 영상에는 백색광으로 찍은 광구 영상과 달리 매우 다양한 형체들이 보인다. 특히 어둡고 길다린 구조물(피브릴)이 많은데, 이는 태양 자기장 구조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피브릴은 원반 밖에서 보이는 바늘 모양의 스피큘과 같은 형체이다. 에이취알파선 태양 원반 영상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형체는 매우 어둡고 길고 큰 필라멘트이다. 필라멘트는 원반 밖에서 보이는 홍염과 같은 것이다. 채층은 자외선을 방출하므로, 채층의 온도 구조를 조사하려면 우주에서 자외선 관측을 수행하여야 한다. 표준 대기 모형에 따르면 채층의 온도는 최저 4500 K에서 최고20000 K 범위에 있으며, 주로 6000 K에서 8000 K까지 분포한다.

목차

채층 관측

채층은 광구에 비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가시광 연속 복사(continuum radiation)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채층을 구성하는 중성 수소, 중성 헬륨, 전리된 칼슘(Ca II), 중성 나트륨은 선 복사(line radiation)를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특히 중성 수소는 가시광 영역에서 에이취알파(H@@NAMATH_INLINE@@\alpha@@NAMATH_INLINE@@), 에이취베타(H@@NAMATH_INLINE@@\beta@@NAMATH_INLINE@@) 선복사를 잘 방출한다. 또 전리 칼슘은 H선 복사, K선 복사를 방출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개기일식때 달이 광구를 가리면 그 위에 있는 층에서 나오는 가시광 빛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주로 H, K선 복사, 에이취알파선 복사, 에이취베타선 복사이다. H, K선 복사는 보라색, 에이취알파선 복사는 적색, 에이취베타선 복사는 청록색이므로, 이 대기층은 백색과는 다른 화려한 색을 띠게 되어, 채층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채층은 자외선 빛을 내는 태양의 층이다. 가장 강한 자외선 복사는 중성수소가 내는 라이먼알파(Ly@@NAMATH_INLINE@@\alpha@@NAMATH_INLINE@@)선 복사이다. 그외에도 중성 또는 전리된 탄소, 산소, 질소와 같은 원소들이 자외선 영역에서 선 복사를 낸다. 채층의 상부에서는 온도가 높아서 전리된 원소에서 나오는 선 복사가 중요하다. 온도가 낮은 채층의 하부는 약하지만 자외선 영역에서 연속 복사를 낸다. 자외선 영역의 연속 복사가 채층에서 나오는 것은 가시광 영역의 연속복사에 비해 흡수 계수가 크기 때문이다.

가시광으로 채층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채층에서 나오는 선 복사를 광구에서 나오는 백색광 빛에서 분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처음 사용된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기일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달이 자연스레 광구 빛을 차단해 주어 순수한 채층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후 개발된 관측 방법은 필터나 분광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1897년 헤일(Hale)은 분광기를 써서 원하는 파장의 빛만을 분리해 사진을 찍는 태양분광단색영상기(spectroheliograph)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에위치알파 파장에서 태양 원반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1933년 리오(Lyot)는 협대역 복굴절 필터를 이용해서 에이취알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분광기와 필터의 도입으로 채층은 일식이 없더라도 늘상 관측할 수 있는 층이 되었다. 개기일식 때 찍은 태양 영상은 옆에서 본 채층의 모습을 보여 주고, 분광기나 필터를 사용해서 찍은 태양 원반 영상은 위에서 내려다 본 태양 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협대역 필터를 이용해서 에이취알파 영상 관측은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채층 관측법이다(그림 2 참조).

그림 2. 빅베어태양천문대 1.6미터 구데망원경에 에이취알파 협대역 필터를 부착하여 찍은 태양 원반 가장 자리 사진(출처: 채종철). 원반 가장자리 바깥에서 에이취알파 빛을 내는 층이 채층이다. 층의 두께가 5000 km 가령이다(지구의 지름보다 조금 작다). 이는 경험적 대기 모형에서 말하는 2000 km 두께보다 크다(본문 참조).

채층의 모습

채층의 모습은 지역에 따라, 관측하는 복사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채층이 자기장, 온도, 밀도, 운동 상태에 따라 밝기와 모양이 다른 여러가지 플라스마 형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채층을 구성하는 플라스마 형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기장이다. 자기력선이 태양 표면을 관통하는 지점인 자기력선 족점(footpoint) 지역에는 둥그스럼하고 밝은 채층 형체가 무리지어 나타난다. 족점에서 나와 비슷듬하게 위로 나가는 자기력선을 따라가서는 어두운 채층 형체가 자기력선 방향으로 늘어져 보인다. 어떤 파장으로 보면 밝은 채층 형체가 잘 보이고, 또 다른 파장으로 보면 어두운 채층 형체가 잘 보인다.

에이취알파선 모습

그림 3. 에이취알파 협대역 필터를 부착하여 찍은 태양 전원반 사진(출처: ).

그림 3에서 보듯이 에이취알파선으로 보는 채층의 모습은 지역에 따라 모습이 아주 다르다. 흑점이 있는 활동역역에서는 가늘게 늘어진 실타래 모양의 어두운 형체, 곧 피브릴(fibril)이 흔하다. 특히 흑점의 바깥에는 방사선 방향으로 나가는 거대반암부 피브릴(superpenumral fibril)이 보인다. 피브릴은 태양 표면에서 수천 킬로미터 높이에 있는 수평 자기력선을 따라 만들어진 플라스마 형체이다.

이런 피브릴보다 훨씬 어둡고, 두껍고, 긴 형체들은 필라멘트(filament)이다. 필라멘트는 피브릴보다 더 높은 곳(수 만 km 높이)에 있는 플라스마 형체이다. 필라멘트는 옆에서 보면 원반 있에 있는 구름같은 형체로서 나타난다. 이것이 홍염(prominence)이다.

활동영역에는 또한 주변보다 밝게 보이는 지역, 즉 플라쥐(plage) 지역이 보인다. 플라쥐는 흑점처럼 수직방향 자기력선이 밀집한 지역인데, 자기장 세기는 흑점 자기장 세기에 미치지 못한다. 플라쥐는 채층 형체이다. 플라쥐 지역을 고해상도 백색광 사진에서 보면 주변보다 밝은 점들이 밀집한 지역, 곧 광구 형체인 백반과 겹친다.

흑점이 없는 정온영역(quiet region)의 에이취알파 형체들은 활동영역에 비해 덜 체계적이다. 이는 정온영역의 자기장이 활동지역에 비해 약하면서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온영역 도처에는 찌그러진 반점 같은 털실 모양의 가늘고 길쭉한 형체가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형체을 모틀(mottle)이라고 한다. 모틀은 활동영역의 피브릴과 비슷한 정온 지역 채층 형체이다. 모틀과 피브릴을 옆에서 보면 밖으로 향하는 뾰족한 스피큘(spicule)로 보인다. 또 활동영역 만큼은 아니지만 주변에 비해 약간 밝은 지역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플라제테(plagette)라고 한다. 작은 플라쥐라는 뜻이다. 모틀은 조그만 플라제테를 둘러싸서 무리지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또 플라제테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그물 모양의 망상구조(network structure)를 만들어 낸다. 이 망상구조는 초대형쌀알(supergranule)과 초대형쌀알의 경계선 위에 형성된 채층 형체이다.

정온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형체는 필라멘트이다. 정온영역 필라멘트는 활동영역에 비해 더 크고, 더 높이 있고, 더 복잡하다. 모틀이나 망상구조와 달리 정온영역 필라멘트는 정온영역의 자기장 거대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 태양 원반 바깥 높은 곳에 보이는 홍염들은 대부분 정온영역 필라멘트를 옆에서 본 것이다.

전리칼슘 K선 모습

그림 4. CaII K 필터를 부착하여 찍은 태양 전원반 사진(출처: ).

그림 4에서 보듯이 전리칼슘 K선 필터를 써서 찍은 태양 영상에는 밝은 채층 형체들이 잘 보인다. 활동영역에는 플라쥐가 분명하고, 정온영역에는 망상구조가 잘 보인다. 반면 에이취알파선과 달리 피블릴이나 모틀, 필라멘트 같은 어두운 채층 형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활동영역 플라쥐와 정온영역 망상구조는 흑점 다음으로 자기장이 강한 지역이므로, 건리캴슘 K선 필터 태양의 총 밝기는 태양 자기장의 총 플럭스 척도로도 사용된다.

자외선 영상모습

그림 5. 자외선 영역의 여러 가지 태양 영상. 연속 스펙트럼 영상과, 몇 개의 분광선 스펙트럼 단색광 영상이 있다.(출처: ).

그림 5에 있는 자외선 영역의 연속 복사 또는 선 복사 태양 영상에는 주로 밝은 채층 형체들이 보인다. 활동영역에는 플라쥐가, 정온영역에는 망상구조가 보인다. 정온영역의 망상구조는 자외선 연속 복사 영상과 한 번 전리된 원소의 분광선 영상에 뚜렷이 보인다. 이들은 위의 전리칼슘 K선 영상과 비슷하다. 여러 번 전리된 원소의 선 복사 영상에는 망상구조가 퍼져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전리칼슘 K선 영상에서 보는 채층보다 더 위쪽을 보기 때문이다. 태양 가장자리 영상에는 이런 특징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연속복사, 한 번 전리된 원소, 여러 번 전리된 원소에서 나오는 선 복사로 갈수록 원반의 바깥 경계가 확장되어 보인다. 또 서너 번 전리된 원소의 태양 가장자리 영상에는 스피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관측 특성은 기본적으로 태양 채층에서 온도가 밖으로 갈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채층의 표준 대기 모형

그림 6. 평균정온태양 대기 모형과 흑점암부 대기 모형(출처: 채종철 제작)

채층은 지역에 따라 온도의 수직 구조가 달라진다.흑점의 채층 구조와 플라쥐 지역의 채층 구조와 정온영역 망상구조(network)의 채층 구조와 정온영역의 망상내부(intranetwork) 지역의 구조는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도의 수직 구조는 매우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림 6에 제시된 정온영역의 표준 대기 모형을 보면 표면의 온도는 6500 K이다. 밖으로 갈수록 온도는 떨어지다가, 높이가 525 km인 온도최저점에서 4400 K가 된다. 그 위에서는 밖으로 갈수록 온도가 다시 증가하게 되고 1000 km 높이에서 6000 K 쯤 되고, 그 후 완만히 증가하다가 2100 km 높이에서 10000 K가 되고, 그 이후로는 급격하게 증가하여 2250 km 높이에는 20000 K가 된다. 이 위에는에는 온도가 1백만 K로 매우 급격히 증가하는 층, 채층-코로나 천이영역(transition region)이 있다. 이와 같이 태양 채층은 온도가 높이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에 열이 아닌 비열적 에너지가 아래에서 각 층에 공급되어, 열로 바뀌어야 한다. 채층을 가열하는 구체적 과정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실제 관측되는 정온영역 채층의 두께는 5000 km 정도로서, 표준 모형의 채층 두께 2000 km보다 훨씬 크다. 이 두드러진 차이는 표준 대기 모형을 만들 때 들어간 가정 때문이다. 표준 모형은 평면들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 같은 평면평행(plane-parallel) 대기가 정유체평형 상태에 있다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이 가정은 전리칼슘 K선 영상에 보이는 밝은 형체로 이루어진 채층의 하층부를 설명하기에는 괜챦지만 에이취알파선 영상에 보이는 스피큘이나 모틀과 같은 형체로 이루어진 채층의 상층부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스피큘이 많은 지역의 채층은 평면평행 대기도 아니고 정유체평형 상태에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실제 채층은 표준 대기 모형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