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물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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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pathogen) 또는 기생체(parasite)는 기주(host)로부터 영양분을 획득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활물기생(biotophism)과 사물기생(necrotrophism)으로 구분한다.

활물기생성 병원균(biotrophic pathogen)은 기주 식물을 죽이지 않으며, 살아있는 기주 세포 또는 조직에 거하면서 기주 세포로부터 영양분을 빼앗고 증식한다. 그래서 절대기생체(obligate parasite)이라고도 부른다. 절대기생체의 대표적인 예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기주 세포 밖에서는 증식을 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사물기생성 병원균(necrotrophic pathogen)은 기주의 조직을 죽이고 죽은 세포의 영양분을 빼앗아 살아간다. 여기서는 활물기생과 사물기생에 대해서 식물병원성 진균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깜부기병균(Ustilago maydis)에 의해 감염된 옥수수 조직의 단면 조직. 붉게 염색된 부분이 곰팡이 병원균에 해당됨. 출처: GettyimagesKorea

활물기생성 곰팡이는 생활사의 대부분을 기주 식물에서만 보낸다. 활물기생균은 부착기를 통해 기주의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거나 자연 개구(natural opening)를 통해 들어가서, 세포간극에 정착하면서 흡기(haustorium) 같은 영양섭취 기관을 이용하여 생존한다. 기주의 세포막을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기주의 방어를 억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기주 밖에서도 생존은 가능하지만 증식은 할 수 없다. 절대기생체(obligate parasite)는 기주세포가 죽으면 기생체도 죽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기주 식물과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원인은 기주와 병원균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으로 여겨진다. 유전자 대 유전자 이론으로 불리는 이 상호작용은 양쪽의 특정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단백질의 조합으로 서로를 인식한다. 따라서 이러한 병원균의 기주 범위는 넓지 않다.

흰가루병(powdery mildew)을 일으키는 Blumeria graminis, 녹병(rust)을 일으키는 Uromyces fabae, 옥수수에 깜부기병(smut)을 일으키는 Ustilago maydis, 토마토 잎곰팡이병(tomato leaf mould)을 일으키는 Cladosporium fulvum 등이 활물기생성 곰팡이에 속한다.

사물기생균(necrotrophs)은 특별한 감염기관을 만드는 대신, 다양한 종류의 병원성 요소(예를 들면, 진균독소(mycotoxin) 또는 세포벽 분해효소 등)를 분비한다. 이들의 분비를 통해서 기주세포는 죽게 된다. 감염 전 또는 감염 초기에 기주 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특이성이 낮고 기주의 범위가 넓다. 사물기생균은 기주 없이도 토양 속에서 수년 간 생존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의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주식물을 침입해야 한다. 그래서 임의부생균(facultative saprophyte)라고 부를 수 있다. 사물기생이라고 해서 활물기생보다 기주 식물에 피해가 적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생성 정도와 병원성 사이에는 상관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잿빛곰팡이병(gray mold)을 일으키는 Botrytis cineria, 옥수수 깨씨무늬병(corn leaf blight)을 일으키는 Cochliobolus heterostrophus, 유관속 시들음병(vascular wilt)을 일으키는 Fusarium oxysporum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활물기생성인 사과나무검은별무늬병균 출처: GettyimagesKorea

반활물기생(hemibiotrophism)은 초기에는 활물기생 상태로 있다가 일정 시점 후에 조건이 맞으면 사물기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사과나무검은별무늬병균(Venturia inaequalis) 같은 균류는 자연계에서 균의 생활사를 완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기주식물에서 기생생활을 보내고 같은 기주식물의 죽은 조직에서 부생생활을 한다.

도열병(blast disease)을 일으키는 Pyricularia oryzae, 탄저병(anthracnose)을 일으키는 Colletotrichum spp., 사과나무 검은별무늬병을 일으키는 Venturia inaequalis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재혁/인천대학교

김은자/한국미생물학회

Agrios, G. N. (2005). Plant pathology. 5th. Elsevier Academic Press. Burlington. MA, USA, pp 7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