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균독소

진균독소

[ fungal toxin ]

진균독소(또는 진균성 독소)란 진균 또는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이차대사산물 중 사람 및 동물, 식물 등 다른 생물 개체를 병들게 하거나 죽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와 구분하여 진균독소라고 부른다. 독버섯의 독소도 진균독소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나 식량이나 사료를 오염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구분해서 사용한다.

aflatoxin B1. 출처: 최재혁/인천대

곰팡이는 많은 종류의 이차대사산물을 만들 수 있다. 그 중 일부는 항생제처럼 사람에게 유익하게 사용되는 것도 있지만 일부는 독소처럼 해를 끼칠 수 있다. 진균독소에 의한 피해를 진균독소중독(증)(mycotoxicosis)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진균의 감염으로 일어나는 진균증(mycosis)과는 구분된다.

한 종의 곰팡이가 여러 종류의 독소를 만들기도 하며, 한 종류의 독소가 서로 다른 종의 곰팡이로부터 만들어지기도 한다.

진균독소는 곰팡이의 생장과 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차대사산물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독소의 분비를 통해 동식물의 일부 조직을 손상시키고 분해하여 영양분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도움을 주는 특징으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진균독소는 눈에 잘 들어오는 색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맥류에 생기는 붉은곰팡이병은 붉은 계열의 색을 띠고 있는데 이것은 포식자가 함부로 먹지 않도록 경고를 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결국 곰팡이 자신을 보호함으로써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되므로 진화의 측면에서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목차

대표적인 진균독소

아플라톡신 (aflatoxin)

아플라톡신은 Aspergillus flavusAspergillus parasiticus 같은 Aspergillus 속의 곰팡이가 만드는 독소이다. 1960년에 영국 런던에서 10만 마리의 칠면조가 땅콩이 든 사료를 먹고 죽었다. 원인을 몰라서 이름도 'Turkey X disease'라고 불렸다. 나중에 원인은 땅콩을 감염한 Aspergillus flavus가 분비한 독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고 그 곰팡이의 이름을 따서 독소의 이름이 아플라톡신으로 붙여졌다. 아플라톡신의 다양한 변형체가 발견되었으며 그 중 아플라톡신 B1(AFB1)이 가장 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FB1은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지정한 가장 높은 등급(Group 1)의 발암성 물질이다. 급성 또는 만성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가축의 경우 알이나 젖, 고기에 변형된 형태로 잔류되어 섭취하는 사람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땅콩과 같은 견과류, 옥수수와 같은 곡류에 감염을 일으키고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아플라톡신(Aflatoxin) 참조.

맥각 알칼로이드 (ergot alkaloid)

중세시대에 맥각중독(ergotism)이 여러 차례 발생하여 수천명이 죽었다. 맥각(ergot)은 Claviceps 속의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균핵(sclerotia)을 가리키며 호밀(rye) 등의 맥류를 감염할 때 나타난다. 균핵은 진한 색의 단단한 곰팡이 균사 덩어리이다. 맥각 속에는 여러 알칼로이드(alkaloids)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일부가 독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는 lysergic acid diethylamide(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라는 물질이며 LSD로 많이 알려진 환각물질이다. 주로 맥각이 섞인 밀가루로 만든 빵을 섭취하는 것으로 인해 중독증에 걸릴 수 있다. 중독증의 결과는 손발가락의 괴사 또는 환각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곡물 세척과 제분 과정에서 맥각은 거의 제거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맥각중독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가축에는 여전히 위협이 된다.

호밀에 자란 맥각(Ergot on rye). 호밀의 왼쪽으로 튀어나온 검정색 막대 같은 것이 곰팡이의 균사 덩어리인 균핵으로 맥각이라고 부른다. 출처: GettyimagesKorea

오크라톡신 (Ochratoxin )

오크라톡신은 AspergillusPenicillium 속의 곰팡이가 만드는 독소이다. 밀과 보리, 건포도 같은 건조과실, 커피, 포도주, 맥주, 코코아, 포도주스, 돼지고기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십여 종의 유사체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오크라톡신 A이며 독성도 가장 높다. 신장에 독성을 보이며 인체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 Group 2B급으로 지정함).

Ochratoxin A. 출처: 최재혁/인천대

트라이코세신(Trichothecene)

트라이코세신은 주로 Fusarium 속의 곰팡이가 만드는 독소이며 Myrothecium, Trichothecium, Trichoderma, Stachybotrys 속의 곰팡이도 만들 수 있다. 140가지 이상의 유도체가 알려져 있지만 몇 가지만 식품을 오염시킨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구토를 유발하는 deoxynivalenol(DON)이며 밀, 옥수수, 보리 같은 곡류에서 발견된다. 곰팡이에 감염된 곡식을 섭취한 기간에 비례하여 중독증이 심화된다. 경구 투여 시보다 공기를 통한 감염 시 독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곡류를 취급하는 농장뿐 아니라 습도가 높은 건물이나 집, 공조시설 등에서도 확인이 된다.

Trichothecene 계열의 독소인 Nivalenol.  출처: 최재혁/인천대

푸모니신 (Fumonisin)

푸모니신은 옥수수 붉은곰팡이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인 Fusarium moniliforme이 만드는 독소이다. 감염된 옥수수를 섭취하면 인간에게는 암을, 돼지에게는 폐부종(pulmonary edema), 말과 당나귀에는 blind stagger 병을 일으킨다.

Fumonisin B1.  출처: 최재혁/인천대

집필

최재혁/인천대학교

감수

김은자/한국미생물학회

참고문헌

1. Peraica, M., Radic, B., Lucic, A., & Pavlovic, M. (1999). Toxic effects of mycotoxins in humans. Bulleti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77(9), 754-766.

2. Hussein, H. S., & Brasel, J. M. (2001). Toxicity, metabolism, and impact of mycotoxins on humans and animals. Toxicology, 167(2), 101-134.

3. 식품의약품안전처. (2016) '오크라톡신 A.' 유해물질 간편 정보지.

동의어

Fungal toxin, 진균독소, fungal tox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