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대사산물

세포는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대사산물을 생산하는데, 대사산물은 크게 일차대사산물과 이차대사산물로 구분된다. 일차대사산물은 세포의 성장과 동반되어 생성되는 유기산, 알코올, 아미노산, 핵산, 비타민 등으로 세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반면 이차대사산물은 주로 세포 성장이 정체되는 시점에서 생성되며 생물체의 기본적인 기능 유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지만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로 항생제, 색소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차대사산물의 결핍은 장기적인 번식력, 생존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차대사산물은 주로 일차대사산물을 활용하여 합성되며, 특정 종에서만 한정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발견된 50만 가지 이상의 이차대사산물은 천적에 대한 방어 기작이나 종간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의약학, 화장품, 식품 등의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효용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차대사산물은 분자량이 작은 분자부터 큰 분자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할 뿐 아니라, 화학적으로 합성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생물체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현재는 대부분의 이차대사산물은 이들을 생산하는 식물 또는 미생물로부터 추출하여 얻고 있지만, 이차대사 산물의 생합성 경로를 대장균이나 효모와 같은 미생물에 도입하여 생산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차대사산물의 경우 일차대사산물과는 달리 정확한 합성 대사 경로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목차

알칼로이드는 대부분의 생물체에서 생산되는 이차대사산물로, 분류하는 특정한 기준 없이 질소 원자를 갖는 대부분의 화합물을 일컫는다. 알칼로이드의 존재를 모르던 고대에도 치료용 물질이나 아편, 양귀비 등이 사용되다가 19세기경 처음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현재는 활발한 연구를 통해 알칼로이드의 인공합성이 가능해졌으며, 마취제(코카인), 흥분제(카페인 및 니코틴), 진통제(모르핀) 등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터페노이드, 혹은 이소프레노이드(isoprenoids)는 5개의 탄소를 가진 이소프렌(isoprene) 단위체의 반복으로 만들어 지는 물질이다. 자연계에 5만 종 이상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 터페노이드는 향료 및 색소로서의 활용도뿐 아니라 항산화, 항암 등의 다양한 효능을 갖는다. 꽃향기를 갖는 제라니올, 감귤향을 갖는 리모넨 및 주황색을 띄는 카로티노이드가 모두 이에 속하며, 2015년 노벨상을 수상한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 또한 터페노이드 계열 물질이다.

플라보노이드는 두 개의 페닐 고리와 헤테로사이클릭 고리로 구성된 15개의 탄소 골격을 갖는 이차대사산물이다. 식물의 다양한 색깔을 띄게 하는 주요 물질로 인간의 식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슬리, 블루베리, 땅콩 등의 많은 식품에 포함되어 있다. 플라보노이드가 갖는 활성산소 억제 기능은 면역질환 및 암의 억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폴리케타이드는 생물체가 생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생산해내는 물질의 총칭으로 두 개 이상의 카보닐기(carbonyl group)가 연결된 구조를 가진다. 세균으로부터 생산된 대부분의 폴리케타이드 계 물질은 항생물질로 사용되고 있으며 350여종의 폴리케타이드 유래 항생제가 제약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젠타마이신, 에리스로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등이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페니실린 및 세팔로스포린의 경우 연간 6만톤 이상의 생산량을 가진다.

비 리보솜 펩타이드는 일반적인 리보솜에 의한 단백질 생산 경로와는 다른 방법으로 생산되는 펩타이드로 생명체 내에서 매우 다양한 기능과 활성을 가지고 있다. 항생제, 면역 억제제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상처 치료제의 주 물질인 티로시딘과 그라미시딘이 현재 상용화 된 대표적인 비 리보솜 펩타이드 계 이차대사산물이다.

주요 이차대사산물의 생산 경로 및 대표적 물질 (출처: 한지숙 / 서울대학교)

한지숙/서울대학교

최형태/강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