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저의 색시가 전해 주는 민며느리제

옥저의 색시가 전해 주는 민며느리제

1. 어린 신부가 신랑의 집에 와서 살았던 옥저의 결혼 풍습, 민며느리제

내 이름은 김이쁜. 올해 열여덟 살이다. 이제 내일이면 나는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여덟 살이던 나는 내일 결혼을 하게 될 남자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 옥저에서는 정식으로 결혼이 결정되면 신부가 어렸을 때부터 신랑의 집에 가서 사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신부가 성인이 되면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신랑이 와서 신부의 값을 치르고 혼례를 올리게 된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재물을 주어야 혼인이 되기 때문에 일종의 매매혼(賣買婚)이다.

이를 민며느리제라고 하는데, ‘민며느리’는 ‘미리 며느리를 삼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2. 여덟 살에 시집와 집안일을 하는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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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여덟 살이었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시집의 어른들은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지만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혼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매일 빨래하고 밥하고 물을 긷고···. 처음 한 달 동안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밤마다 울며 잠들었다.

하지만 노동력이 중요한 사회에서 노동력을 사는 결혼 풍습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다.

3. 민며느리제 영향을 받은 조선의 결혼 문화

먼 훗날, 조선이라는 나라에서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의 여자아이를 데려다가 어릴 때부터 길러 15~16세가 되면 결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 옥저의 민며느리제에서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동이 트려한다. 혼례를 잘 치르려면 이제 조금이라도 자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