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0원 동전으로는 ‘돈치기’가 힘들다!?

새 10원 동전으로는 ‘돈치기’가 힘들다!?

주제 재료(금속/소재)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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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늘씬해진 실루엣과 한층 세련된 색감에 최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천원권과 만원권이 나왔다. 새 지폐의 등장으로 현금 인출기, 자판기 등 돈과 관련된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12월에는 10원 동전이 옷을 갈아입었다. 색도 바뀌고 크기도 작아졌다.

화폐가 바뀌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10원 동전이 바뀐 이유는 주화의 액면가보다 제조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기존 10원 동전은 액면가는 10원이지만 구리와 아연 같은 원자재의 가격이 올라 제조비용이 20원 이상이었다. 지폐는 위조를 막기 위해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전하는 위조 기술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위조 방지기술도 발전해야 한다.

돈은 과학의 총체다. 금속소재에서 종이와 잉크에 이르기까지 과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10원 동전과 지폐에도 이런 과학이 녹아 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자.

그동안 10원 동전은 구리와 아연을 섞은 합금으로 만들었다. 10원 동전이 1966년 처음 발행됐을 때는 구리 88%와 아연 12%가 섞인 합금이었다. 그러다 1970년에 합금 비율이 구리 65%와 아연 35%로 바뀌었다. 구리의 비율이 줄면 동전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금색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65대 35의 비율로 한 이유는 구리의 비율이 65%보다 낮아지면 너무 물러져 동전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구리 65%는 동전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러다 작년 12월 구리와 아연 합금 원칙을 깨는 ‘구리 씌움 주화’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새로운 10원 동전. 알루미늄에 구리를 씌우는 방법이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새 동전을 보면 앞면은 붉은 색이지만 옆면은 백색이다. 동전의 소재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리 씌움 주화’는 알루미늄을 구리로 덧씌우는 방식이다. 구리와 알루미늄 판에 열을 가한 후 압착해서 만들었다. 알루미늄의 가벼움과 구리의 견고함이 어우러진 것이다. 마모에 강하고 가볍기 때문에 소지하기 편하다. 얼마나 가벼울까? 새로 나온 10원 동전은 약 1g 정도로 이전 10원 동전 무게의 25% 정도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손에 놓인 10원 동전이 1개인지 2개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새로운 소재로 제조비용을 기존의 25%인 약 5원으로 절감한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조폐공사 기술연구원은 “저렴한 소재로 고가의 제품과 같은 미적 색상과 질감을 살려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는 마치 인조가죽으로 고급 악어가죽 구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제조단가를 대폭 줄이면서도 고급스러운 10원 동전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구리와 알루미늄을 합금이 아닌 압착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동전의 일반적인 용도로 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 구리가 알루미늄에서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다.

새로운 동전이 나온 지 한 달 만인 1월 22일 새 만원권과 천원권이 나왔다. 새로운 지폐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위조지폐 방지다. 전문적인 위조지폐 제조범은 지폐가 발행된 뒤 1년 안에 위조지폐 제조를 시도한다고 한다. 유럽연합이 6년마다 유로화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 위조지폐는 아니지만 지난 15일 천안에 사는 20대 두 명이 컬러프린터기로 위조지폐를 만들어 사용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예전 지폐는 발행된 지 오래돼 위조지폐의 제작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 만원권에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와 태극, 숫자 ‘10000’, 4괘가 번갈아 나타나는 ‘홀로그램’기술이 적용됐다. 또한 비스듬히 기울여 보면 WON 글자가 보이는 ‘요판잠상’ 기술, 앞면 초상 오른쪽에 숨어 있는 띠에 빛을 비추어 보면 작은 문자가 보이는 ‘숨은은선’기술, 보는 각도에 따라 액면 숫자의 색깔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는 ‘색변환잉크’기술, 빛에 비추면 어두운 막대와 밝은 막대가 교차로 나타나는 ‘숨은막대’ 기술 등이 추가됐다. 새 천원권은 ‘숨은 그림’ ‘요판잠상기술’ 등이 적용됐지만 홀로그램이나 숨은 막대는 없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관련 기술은 약 40개. 용지에 관한 기술이 15개, 디자인과 인쇄에 관한 기술이 25개다. 각국은 40개의 기술 중 자국의 특성에 맞는 기술을 골라 적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약 21개의 기술을 화폐에 적용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들 기술 중에서 10개를 공개하고, 나머지는 위폐 방지를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 유로화도 약 21개 기술, 엔화와 달러는 약 14개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우리나라 화폐 기술은 세계 3위 정도다”고 자신했다.

한해 새롭게 동전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훼손돼 폐기처리된 지폐는 10억 3천만장으로 지폐 제조비용으로 따지면 670억원에 달한다. 동전과 지폐를 소중히 다뤄 헛되이 낭비되는 비용을 줄여야 할 때다. 새로운 옷을 입은 동전과 지폐가 우리나라 경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오기를 기대한다.

  • 목정민 -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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