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기한 여객선을 소개해주마!

우리나라의 신기한 여객선을 소개해주마!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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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올해 9월부터 한강에 ‘수상택시’가 다닐 예정이다. 수상택시는 8인승으로 잠실, 서울숲, 여의도 등 11개 승강장이 확정됐고 출퇴근 요금은 5000원이다. 10월부터는 바다와 육지를 자유롭게 오가는 ‘수륙양용버스’를 인천과 서울에서 시범운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부산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수륙양용버스가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 버스는 내년 2월부터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일대의 바다와 육지를 달리게 된다.

앞으로 나올 수상택시나 수륙양용버스가 기대되지만 사실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재미있는 해상교통수단들이 우리나라 강과 바다를 누비고 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해상교통수단 중에서 재미있는 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혹시 이번 피서에 이 배들을 보게 된다면 폼 잡고 아는 척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안정적인 배, 카타마란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 가면 ‘골드코스트’, ‘뉴아카디아’, ‘로얄페리’ 이름이 붙은 쾌속선을 탈 수 있다. 그런데 이 배를 가만히 보면 배의 몸체가 하나가 아니고 두 개로 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배를 ‘카타마란’(Catamaran)이라 부른다. 카타마란은 원래 뉴질랜드 지방의 원주민이 타고 다니는 배로 배 두개를 막대로 연결해 물고기를 잡거나 화물을 날랐다.

이렇게 연결하면 무엇보다도 배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카타마란은 특히 안정성이 요구되는 고속여객선등에 널리 쓰인다. 카타마란과 비슷한 배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 카타마란에 포함되는 ‘SWATH’(Small Waterplane Area Twin Hull Ship)라는 배는 수면에 닿는 부분을 가늘게 만들어 그 면적을 최소화 하고 대신 물속에 잠수함 같은 형태를 달아 배가 달리면서 뜨도록 한다. 이렇게 수면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면 배가 운항하며 발생 되는 파도가 줄어들어 더 빨리 갈 수 있다.

원주민이 사용하던 카타마란(좌)와 물속에 잠수함 모양으로 부력을 만들어 달리는 SWATH(우)

원주민이 사용하던 카타마란(좌)와 물속에 잠수함 모양으로 부력을 만들어 달리는 SWATH(우)

공기로 떠 질주하는 SES
카타마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배 앞부분이 커튼 같은 것으로 막혀 있는 배도 볼 수 있다. ‘데모크라시’, ‘페레스트로이카’라는 이름이 붙은 배는 공기부양선(SES)이다. 공기부양선은 배 밑에 ‘스커트’(Skirt)라고 불리는 일종의 커튼을 두르고 그 안에 공기를 집어넣어 에어쿠션을 만들어 배를 물 위로 뜨게 한다.

SES는 우리가 영화 등에서 많이 봐서 익숙한 호버크라프트의 단점을 보완한 배다. 호버크라프트는 배를 완전히 띄우기 때문에 수륙양용으로 운항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공기를 배 밑으로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SES는 배 양옆은 배의 선체 그대로 두고 앞뒤에만 스커트를 달았다. 이렇게 하면 배의 선체는 물에 조금은 잠겨 있어야 해 수륙양용으로 쓸 수는 없지만 스커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배를 띄울 수 있다. 배는 물 위로 조금 떠서 달린다. 이로서 물에 의한 저항이 줄어들어 고속으로 달릴 수 있게 된다. 인천과 백령도를 운항하는 ‘데모크라시5’와 여수와 거문도를 운항하는 ‘가고오고’호도 SES선박이다.

SES선 '가고오고호'(좌) 출처: http://blog.naver.com/bustourgo와 호버크레프트(우)

SES선 '가고오고호'(좌) 출처: http://blog.naver.com/bustourgo와 호버크레프트(우)

날개 달고 나르는 수중익선
만약 일본으로 배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배 밑바닥까지 물 위에 올라와 달리는 신기한 배를 탈 수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 사이를 운항하는 ‘코비호’, ‘비틀호’는 배 밑에 날개를 달아서 물위로 떠오르는 수중익선이다. 덩치는 좀 작지만 부산과 거제도를 운항하는 ‘엔젤9호’도 수중익선이다.

비행기에 날개가 있는 것처럼 수중익선 밑에는 날개가 있어 고속으로 운항할 때 이 날개에서 발행하는 양력으로 배가 물위로 뜬다. 비행기처럼 커다란 날개가 있을 필요는 없다. 날개가 받는 양력은 밀도에 비례하는데 물의 밀도는 공기보다 1000배 크기 때문에 수중익선은 작은 날개로도 무거운 배를 물 위로 띄울 수 있다.

물속에 날개 부분만 잠겨있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고래 등과 같이 예기치 못한 물체와 부딪히면 날개가 파손되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올해 4월 코비호가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한 적이 있다. 부산과 일본 간의 고속선의 사고일지를 보면 대부분 수중날개의 파손으로 생긴 사고였다.

우리나라에 볼 수는 없겠지만 ‘스플래쉬’라는 멋진 수륙양용차가 있다. 스플래쉬는 땅에서는 시속 200km, 물에서는 시속 80km의 놀라운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스플래쉬의 고속항주의 비결도 물속에 날개를 달아 차를 물위에 띄우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떤가. 이번 여름휴가 때 카타마란, SES, 수중익선을 탈 기회가 있으면 조금은 아는 척하며 이야기할 만하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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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래쉬도 물 밑에 수중익을 설치하여 고속 운항을 가능하게 했다.

  • 유병용 - ‘과학으로 만드는 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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