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릭스

케릭스

사제

[ Ceryx ]

요약 그리스 신화에서 데메테르 여신을 섬기는 엘레우시스의 비밀스러운 종교의 사제이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엘레우시스 비교의 창시자로 알려진 에우몰포스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엘레우시스 비교의 대표적인 사제 가문 케리케스의 시조다.
엘레우시스 신비의 가르침을 묘사한 판

엘레우시스 신비의 가르침을 묘사한 판

외국어 표기 κήρυξ(그리스어)
구분 사제
상징 전도, 복음전파
어원 전령, 전달자
관련 사건, 인물 엘레우시스 비교

케릭스 인물관계도

※ 관계도 내 인명 클릭시 해당 표제어로 연결됩니다.

케릭스 인물관계도
포세이돈키오네에우몰포스

케릭스는 에우몰포스의 아들이거나, 헤르메스케크롭스의 딸 아글라우로스 혹은 판드로소스 사이에서 난 아들로 케리케스 일족의 시조다.

신화 이야기

개요

케릭스는 엘레우시스에서 행해지던 데메테르 여신의 제사를 집전하는 사제로, 에우몰피다이와 함께 엘레우시스 비교의 대표적인 사제 가문인 케리케스 일족의 시조로 꼽힌다. 케릭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전달하는 자’라는 뜻을 지녔으며, 제사에서 의식이 행해지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였다. 엘레우시스의 비밀스러운 종교 의식을 집전하는 ‘히에로케릭스(Hierokeryx)’, 즉 성스러운 전령은 항상 케리케스 일족에서 선출되었다. 케리케스 일족은 케릭스를 전령의 신 헤르메스케크롭스 왕의 딸인 아글라우로스 혹은 판드로소스와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파우사니아스 같은 학자들은 케릭스가 엘레우시스 비교의 창시자 중 하나로 언급되는 에우몰포스의 아들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엘레우시스로 간 에우몰포스

케릭스의 아버지로 알려진 트라키아의 왕 에우몰포스보레아스의 딸 키오네가 포세이돈과 몰래 정을 통하여 낳은 아들이라고 한다. 키오네는 아버지의 노여움이 두려워 아이를 낳자마자 바다에 던져버렸는데, 포세이돈이 아이를 구해서 에티오피아로 데려가 자신의 딸 벤테시키메에게 양육을 맡겼다. 에우몰포스가 성장하자 벤테시키메의 남편인 에티오피아의 왕은 자기 딸들 중 한 명을 그와 결혼시켰고 둘 사이에서는 아들 이스마로스가 태어났다. 하지만 에우몰포스는 아내의 자매를 범하려 하다가 에티오피아에서 추방되었다.

에우몰포스는 아들 이스마로스를 데리고 트라키아의 왕 테기리오스를 찾아가 몸을 의탁했다. 테기리오스 왕은 에우몰포스를 극진히 환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 이스마로스를 사위로 삼았다. 하지만 에우몰포스는 테기리오스 왕에 반대하는 음모에 가담했다가 발각되는 바람에 다시 트라키아를 떠나야 했다.

에우몰포스가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바로 엘레우시스였다. 이곳에서 그는 엘레우시스인들에게 큰 호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켈레오스 왕과 함께 엘레우시스 비교를 창설하는 일에도 기여하게 된다.

엘레우시스에 데메테르 여신을 숭배하는 비교가 생겨나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엘레우시스 비교(秘敎)의 탄생

켈레오스 왕이 엘레우시스를 다스리고 있을 때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하데스에게 납치되어 하계로 끌려간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노파의 모습을 하고서 온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 엘레우시스 땅을 지나던 데메테르 여신이 우물가의 올리브 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데 이를 본 켈레오스의 딸들이 불쌍히 여겨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대접하였다. 켈레오스 왕은 노파가 크레타에서 해적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궁에서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 데모폰을 돌보며 함께 지내자고 하였다. 노파의 모습을 한 데메테르 여신은 켈레오스 왕의 제안을 받아들여 데모폰의 유모가 되었다.

데메테르는 데모폰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여신은 아이에게 암브로시아를 발라주고, 밤마다 아궁이의 불속에 넣어 아이의 몸 안에 있는 사멸의 요소를 태워 없애는 의식을 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에서 깬 데모폰의 어머니 메타네이라가 이 광경을 보고는 미친 노파가 아이를 죽이려는 줄 알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바람에 여신은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의식은 미완성인 채로 끝나고 말았다. 데메테르 여신은 본모습을 드러내고는 메타네이라를 꾸짖은 뒤 켈레오스 왕에게 엘레우시스에 자신의 신전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또 켈레오스와 그 딸들에게 자신을 섬기는 비의(秘儀)를 가르쳐 주었다.

에우몰포스는 엘레우시스에서 켈레오스의 딸들과 함께 데메테르 신전의 사제가 되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켄타우로스들을 죽였을 때 그 죄를 씻어주기도 했다. 엘레우시스 비교의 사제 가문인 에우몰피다이는 그의 후손들이다. 파우사니아스가 전하는 것처럼 케릭스가 에우몰포스의 아들이라면 엘레우시스 비교의 대표적인 두 사제 가문 에우몰피다이와 케리케스가 모두 에우몰포스의 후손인 셈이다.

기독교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케리그마(Kerygma)’는 케릭스에서 유래한 말이다(‘엘레우시스 비교’에 관해서는 →‘데메테르’, ‘페르세포네’ 참조).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