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김소희

[ 金素姬 ]

김소희(金素姬, 1917-1995)는 전북 고창군 흥덕면에서 태어나 20세기에 활동한 판소리 여성 명창이다. 본명은 김순옥(金順玉)이며, 호는 만정(晩汀)이다.

15세(1931)에 송만갑(宋萬甲, 1865-1939) 문하에서 〈심청가〉와 〈흥보가〉를 익히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18세 때 정정렬(丁貞烈, 1876-1938)에게 〈춘향가〉와 〈수궁가〉를 배웠으며, 22세 때 박석기(朴錫基, 1899-1952)의 주선으로 담양군 남면의 지실초당에서 박동실(朴東實, 1897-1968)에게 〈심청가〉·〈수궁가〉·〈흥보가〉를 학습했다. 김소희는 30대에 정응민(鄭應珉, 1896-1963), 정권진(鄭權鎭, 1927-1986), 박록주(朴綠珠, 1909-1979), 김여란(金如蘭, 1906-1983), 박봉술(朴鳳述, 1922-1989) 등을 찾아가 소리를 학습하기도 했다. 판소리 외에 16세 때 전계문(全桂文, 1872-1940)에게 가곡과 시조, 김용건에게 거문고와 양금을 배웠다. 17세에 정경린으로부터 무용을 전수받았으며, 이후 서예와 한학도 공부했다. 안향련(安香蓮, 1944-1981), 한농선(韓弄仙, 1934-2002), 박초선(朴招宣, 1931- ), 박송희(朴松熙, 1927- ), 김동애(金洞愛, 1948-1984), 오정숙(吳貞淑, 1935-2008), 안숙선(安淑善, 1949- ), 성창순(成昌順, 1934- ), 남해성(南海星, 1935- ), 이일주(李一珠, 1936- ), 신영희(申英姬, 1942- ), 박양덕(朴良德, 1947- ), 오정해 등이 그의 제자이다.

송만갑에게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이화중선(李花中仙, 1899-1943)이 송만갑을 찾아왔다. 송만갑은 이화중선에게 김소희를 소개했고, 그의 소리에 탄복한 이화중선은 바로 그날 저녁 김소희를 광주극장 무대에 세웠다. 이 일을 계기로 김소희는 이화중선의 협률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다음 해 남원 명창 대회에 나가 1등상을 수상했다. 18세부터 오케레코드와 콜럼비아레코드에서 〈심청가〉와 〈적벽가〉를 취입해 소녀 명창으로 이름을 얻었으며, 20세에는 당대 쟁쟁한 명창들과 함께 빅타레코드의 『춘향전 전집』을 녹음했다. 조선성악연구회에서 활발히 공연활동을 했으며, 32세 때 여성국악동호회 설립에 참여했다. 〈옥중화〉, 〈햇님달님〉 등이 당시 그의 출연작이다. 창극 및 여성국극, 판소리에 두루 매진했던 김소희는 38세에 민속예술원을 설립하고 초대 원장을 지냈다.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수많은 국악 공연을 했다.

김소희

김소희 이정규 발행. 『한국 국보급 국창 명창 명고 명금 사진시집(韓國 國寶級 國唱 名唱 名鼓 名琴 寫眞詩集)』. 순천사진인쇄공사

〈춘향가〉 중 '어사, 춘향 상봉 대목'(Columbia 40386-B 春香傳 春香再逢 金素姬 鼓韓成俊), 〈심청가〉 중 '범피중류'(Columbia C2020 沈淸傳 中 泛彼中流(上)·(下) 金素姬 長鼓韓成俊), 〈적벽가〉 중 '군사설움 대목'(Victor 빅타-大衆盤 KJ-1073 三國誌 高堂上(下) 金素姬 伽倻琴沈相健·洞簫鄭海時·奚琴金德鎭·杖鼓韓成俊) 등을 유성기음반으로 남겼으며, 그가 58세에 녹음한 〈심청가〉 완창과 61세에 녹음한 〈춘향가〉 완창 음반은 명반으로 평가된다.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그가 부른 〈춘향가〉는 김소희 자신이 재구성한 만정제이다.

천부적인 목을 타고난 명창으로 평가된다. 청아하고 미려한 목을 지녔으며, 극한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절제미를 잘 발휘해 우아하고 유장한 창을 구사한다. 섬세하면서도 지나친 기교를 멀리하는 창법을 지향했다.

〈춘향가〉와 〈심청가〉, 〈흥보가〉를 장기로 삼았다. 정정렬, 송만갑, 정권진, 박봉술, 박동실 등 여러 스승에게 배운 소리 대목 가운데 좋은 대목을 적절히 조합해 새롭게 구성한 만정제 〈춘향가〉는 동·서편 소리의 특성을 고루 갖춘 소리로 평가된다.

김소희는 국창(國唱)의 칭호를 얻었던 명창으로, 우아함을 추구하는 여창 판소리의 한 정점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만정제 판소리의 정립으로 판소리 예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여성국악동호회와 국악예술학교(현재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설립에 참여하는 등 국악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박록주, 박초월(朴初月, 1917-1983)과 함께 현대 판소리사를 대표하는 여성 명창이라 할 수 있다.

『김소희 춘향가(북 : 김명환)』 1-6 표지

『김소희 춘향가(북 : 김명환)』 1-6 표지 서울음반. 1995

참고문헌

  • 김소희, 『김소희 춘향가(북 : 김명환)』 1-6, 서울음반, 1995.
  • 김소희, 『김소희 심청가(북 : 김명환)』 1-4, 서울음반, 1996.
  • 동리연구회, 『동리연구』 3 : 만정 김소희 선생 일주기 기념 논문집, 박이정, 1996.
  • 성기련, 「고창과 여성명창」, 『판소리연구』 20, 판소리학회, 2005.
  • 최혜진, 「한국 여성 명창의 계보와 판소리사」, 『판소리연구』 13, 판소리학회,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