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 예술

오세아니아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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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오스트레일리아·폴리네시아·멜라네시아·미크로네시아를 포함한 태평양제도의 예술.

대양 대륙이라는 뜻의 오세아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비롯하여 파푸아인·멜라네시아인·미크로네시아인·폴리네시아인 등이 혼합되어 살고 있는 남태평양의 여러 섬을 총칭한다.

이 다양한 인종은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어 보편적인 형태와 양식을 띤 오세아니아 예술 전통을 정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세아니아 예술의 다양성은 그 전통이 한 지방에서조차 다르다는 것에서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문화와 문화사이의 상호교류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 받아들인 문화소산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들 사이에서는 '새'가 남자다움과 힘을 상징하는 모티프인 것처럼 어떤 상징들은 지역을 초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오세아니아 대륙은 15세기 이후 유럽인의 아시아와 신대륙을 향한 탐험이 전개되어 뉴기니·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이 17세기초에는 유럽인의 영유지로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유럽인은 자원개발·무역·선교활동 등을 활발히 전개해 신석기시대에 살고 있던 오세아니아인에게 문명의 이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특히 예술에서 오세아니아인의 고유의 것으로 여겨졌던 자연이 주는 심미적 영감, 순수함으로 엮어낸 예술성은 정체되고 신기술에 밀리는 등 서구의 영향을 물리칠 수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1850년대부터 엄청난 서양문화의 특질이 지배한 폴리네시아는 전통이 침범당했고 이 대륙에서 그리스도교 개종자들이 행사한 전통의식의 말살, 구전된 문화의 변질 등이 여러 기간에 걸쳐 일어났다. 그러나 유럽의 구태의연한 전통만 고수하지 않고 서유럽의 기술과 고유의 문명을 조화시켜 새롭게 해석한 오세아니아 문화의 창조도 있었다.

때때로 빈약하게 보존된 자료만을 가지고 오세아니아의 예술을 '원시적'이라고 한정짓기 쉬우나, 그것은 그 예술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신화적이고 우주창조론적인 복잡한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말이다. 그들의 예술은 심미적인 감상보다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사회적 위계나 정치적 영향을 강화하고 신과 영혼과 조상들을 찬양하며 풍성한 수확이나 성공적인 사냥을 조장하고 공동체의 중요한 행사를 축하하는 등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종교예술, 크래프츠맨십).

문학은 구전하는 과정에서 잘 기억될 수 있도록 율동 있는 가락과 표준 공식이 사용되었다(구술문학, 기억술). 주제로는 주로 신·영혼에 관한 이야기와 창조신화 등이 다루어졌다.

이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자연물의 이름과 지명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외부인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하지만, 그것의 사회적·정치적·종교적 의미 및 성적(性的) 의미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섬 주민들에게는 그들이 인식할 수 있는 상징물이 된다. 공개 낭송은 엄격한 규율을 따르게 되어 있기 때문에 춤추기에 매우 적합하며 정치적·의식적 연설은 보통 일정한 형태로 전해지지만 어느 정도 독창적인 소재를 끼워넣을 수도 있다. 폴리네시아·미크로네시아의 문학에는 일반적이며 지방 특유의 상징성을 지닌 신화적 인물에 대한 일련의 전설이 있다.

마니 티키 티키
마니 티키 티키

그러한 인물로는 불을 발견한 어부이자 여러 지방에서 풍요의 신으로 등장하는 마술사인 마니 티키 티키가 있다.

음악은 그 양식이 다양하나, 멜라네시아의 일부 양식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초월하는 소리를 내는 악기로 반주하는 성악곡 형식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악기들은 선물이나 숭배물과 같이 음악 외적으로 쓰일 때는 정교하게 장식하기도 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대체로 미숙하다.

솔로몬 제도 원주민들의 팬파이프 합주단은 대체로 노래와 을 함께 공연한다. 폴리네시아의 노래와 춤은 사회구조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노래는 족장이나 신분이 높은 손님을 찬양하는 한편, 무용수의 춤사위는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연기화한다기보다는 순서대로 서술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특히 여자들의 춤은 본질적으로 의미전달보다는 우아함을 더 중시하고 있다. 멜라네시아에서는 춤과 함께 북을 두드리는 타퉁(tattooing)이 등장하기도 했다.

복잡한 의상과 가면을 쓴 오스트레일리아와 멜라네시아의 춤은 신과 조상의 활동을 찬양하는 역사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인'(大人, big man)은 멜라네시아 사회에서는 최고를 상징하고 성대한 의식은 부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방편으로 치러진다. 이런 경쟁적인 요소를 띤 공연은 위계적인 족장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더욱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섬에서 공통적으로 갖는 춤의 중요한 동작은 몸의 상반부에서 이루어지며 발은 다만 박자를 맞출 뿐이다. 미술은 오스트레일리아·멜라네시아·미크로네시아·폴리네시아의 각 문화에 대응하는 4개의 주요미술양식이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와 미크로네시아의 미술양식에는 어떤 공통성이 있으나 폴리네시아·멜라네시아에서는 지역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소박한 생활을 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수렵인의 미술은 주로 주술적인 주제를 암벽 위에 그리거나 새기는 형태로 나타났다. 회화양식에는 선이 약동하듯이 표현된 작은 그림에서 초자연적인 것을 나타낸 큰 그림(북서오스트레일리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신체 내부의 여러 기관을 도식적으로 세밀히 나타낸 'X선 양식은 오스트레일리아만의 독특한 것으로 북부에서는 나무껍질 위에 그리는 바크 페인팅으로 나타난다(X선 양식). 멜라네시아 미술에서는 고대의 신화적 인물이나 조상숭배에 입각한 우상을 다룬 것이 중요하게 나타난다.

이런 인물상을 조각하거나 그리는 것, 또는 수공이 많이 들어간 제사용 가면이나 의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이들은 초자연적인 존재와 교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것을 생활의 주요 요소로 여겼다. 멜라네시아 미술에는 기괴하고 환상적인 형태가 많이 사용되며 강렬한 생명력이 돋보인다.

멜라네시아 최대의 섬 뉴기니의 목세공품에는 목걸이, 낚싯바늘, 의자, 북, 사발, 통나무배의 이물 장식, 방패, 기념판 및 기념주(記念柱), 가옥의 기둥, 인물상 등이 있다.

이들 조각품의 특색은 뉴기니의 다른 많은 조각품과 마찬가지로 경쾌하고 평온해보이며, 인물상도 가느다란 형태여서 중후한 양감표현은 찾아 볼 수 없다. 인물형상조각은 어느 지방이나 공통적으로 두상 부분이 크고 과장되어 있다. 세피크 강 유역을 중심으로하는 일명 부리양식의 인물상은 코가 크게 돌출하여 턱 아래까지 뻗어 있다.

인물의 묘사는 가장 주된 주제이나 그밖에 물고기·뱀·악어 등도 있으며 새는 뉴기니의 신화와 미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크로네시아 미술은 오세아니아 미술 중에도 가장 소박하다. 조각은 많지 않고 가면은 거의 볼 수 없으며 장식도 간결해 최소한에 그친다. 미크로네시아에서는 종교적인 것보다 목제 사발이나 돌출부가 있는 통나무배 같은 실용품에 좋은 것이 많다. 지역적으로 변화가 적은 폴리네시아 미술은 대개 양식화된 것이 많고 미크로네시아와 같이 비종교적인 성격을 띤 것 중에 뛰어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피지의 목제 기름접시, 하와이나 마프키즈 제도의 나무사발, 뉴질랜드의 깃털로 만든 상자 등이 있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종교적 화상(畵像) 대신에 노·손도끼·파리채 등이 종교용품으로 제작되었고, 목제 인물상은 양식화되고 정취가 없다. 원통형의 몸통부에는 다소 기복이 있고 얼굴과 손에는 얕은 부조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석조는 목조에 비해 훨씬 드물지만 이스터 섬에 오세아니아 조각으로는 인상적인 큰 인물상이 있다. 이것은 응회암 조각으로, 3.6~4.5m 정도의 높이에 무게는 3~4t이나 된다.

이 석상은 매장지 또는 산허리에 세워지고 움푹 들어간 눈에 뺨·코·눈썹이 돌출해서 독특한 표정을 나타낸다. 마오리족의 미술에서는 독특한 환조(丸彫) 인물상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유형화되어 있어서 팔과 다리는 짧고 굽어 있으며, 얼굴에는 큰 눈썹과 벌린 입 사이로 돌출한 혀가 인상적이고, 상(像) 전체에 소용돌이무늬가 얕게 조각되어 있다. 이것은 중부 폴리네시아에서부터 시작된 장식무늬로 추측된다. 오세아니아의 인물상은 모두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고 대개 종교적 기능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대개 종교활동에서 제외된 여성은 기하학적 무늬의 미술품을 제작하는 일이 많았다. 뉴질랜드를 제외한 전 폴리네시아를 통틀어 여성에 의한 미술작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껍질로 짠 직물인 타파이다. 바탕무늬와 가공무늬와의 대조, 무늬가 없는 부분과 채색된 부분과의 균형이 잘 조화되어 추상회화를 연상케 하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