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네시아

멜라네시아, 뉴기니 섬(Melanesia, New Guinea)

일반적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뉴기니 섬, 애드미럴티 제도, 비스마르크 군도, 루이지아드 군도, 솔로몬 제도, 산타크루즈 제도, 누벨칼레도니와 루아요테 제도, 바누아투(이전의 뉴헤브리디스), 피지, 노퍽 섬, 그리고 수많은 작은 섬들이 포함된다.

멜라네시아는 화산과 지진활동이 심한 안산암대(安山岩帶)에 의해 동쪽의 폴리네시아와 구분되며 적도 북쪽에 있는 미크로네시아와 구분된다. 남쪽으로는 남회귀선 및 오스트레일리아와 경계를 이룬다. '멜라네시아'란 이름은 '검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melas'와 '제도'란 의미의 'nēsoi'에서 유래된 것이다.

뒤몽 뒤르빌의 3번째 항해 결과 남양제도의 해도가 대폭 수정되었으며, 여기서 처음으로 이 군도가 멜라네시아·폴리네시아·미크로네시아라는 전통적인 3개 지역으로 구분되었다. 그러나 그의 19세기초의 탐험 이후 언어학과 고고학상의 발견에 따라 멜라네시아라는 명칭은 폐어(廢語)까지는 아니라도 부정확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은 2개의 뚜렷이 다른 인종과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멜레네시아 지리적 인종). 이 지역 최초의 주민인 파푸아인들은 적어도 4만 년 전에 사훌 대륙(나중에 부분적으로 물에 잠겨 뉴기니 섬으로 됨)을 차지했다.

3만 년 전까지는 뉴기니 동쪽의 비스마르크 군도에 파푸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주했다. 파푸아인들은 동남아시아의 발전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9,000년 전에 이미 근채작물과 사탕수수 재배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농업단지를 발전시켰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초기 주민들의 후손들은 현재 파푸아어로 분류되는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다(파푸아뉴기니).

약 4,000년 전부터 새로운 문화가 나타났다. 동남 아시아의 문화적 관습을 가진 해양민족이 뉴기니 북쪽의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고학 증거(특히 라피타 문화 특유의 도기와 관련도구 및 조개장식품의 발굴물들)는 이 해양민족이 약 3,500년 전까지는 비스마르크 군도의 여러 섬에 정착했음을 알려준다.

이들의 언어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군도의 언어와 관계있는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며 이들의 문화는 근채작물과 유실수 재배 및 해양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은 솔로몬 제도 남동부와 바누아투, 누벨칼레도니, 피지의 해안 부락들과 공동교역제도들을 이룩했다. 널리 분포된 이들 부락들이 정치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은 라피타 흑요석과 조개 장식물과 같은 교품들이 넓은 지역에 걸쳐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피지는 처음에는 라피타 문화 민족들에 의해 식민지가 되었고, 그후 피지가 서부 폴리네시아 정착지로 건너가는 교량이 된 후, 멜라네시아 문화에 속하는 검은 피부의 민족들이 정착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언어면으로 오스트로네시아 민족이 다수민족이었으며, 비스마르크 제도 동쪽의 태평양상에 거주하는 흑인종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오세아니아계 오스트로네시아어로 분류된다.

식민지시대 이전의 뉴기니와 그 동쪽의 멜라네시아섬들의 사회들은 혈통을 기초로 하는 친족지역집단들로 조직되고, 지역집단들은 혼혈에 의해 결합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보통 20~100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지역집단들은 비교적 자치적인 정치단위들이었다. 그들은 토지에 대한 공동소유권을 갖는 것이 특징이었다(다만 정원이나 재배한 나무는 가구나 개인소유였음). 토지소유권을 결정하는 것은 혈손이었다. 부계계승제도는 뉴기니의 저지대 대부분 지역과 바누아투 북부 및 누벨칼레도니에서 지배적이며, 모계계승제도는 마심(지금은 파푸아뉴기니의 밀른베이 주로, 당트르카스토 제도와 루이지아드 군도, 주위의 여러 섬들을 포함) 지방 대부분과 비스마르크 군도, 솔로몬 제도 대부분과 뱅크스 제도에서 우세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역집단들은 분가(分家)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작은 부락들을 이루었다. 이 부락들은 흔히 일시적인 취락들이었으며, 그 존속기간은 경작 주기에 의해 결정되었다. 기습공격의 위험이 있을 때에는 여러 부락이 보다 가까이 모여 있었으며, 내륙지방에서는 방어를 위해 능선이나 정상에 부락이 세워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거주형태는 아주 다양했다. 뉴기니의 세피크 평야 일부지역에서는 종족집단들이 모여 큰 마을(1,00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었음)을 이루었다. 트로브리안드(마심)에 있는 키리위나 북부 농업 중심지에서는 중앙 축제장을 중심으로 최고 200명으로 구성되는 마을들이 모여 있었으며, 말라이타 북부(솔로몬 제도)의 초호지역에서는 적어도 그 정도 크기의 마을들이 작은 산호대지들에 모여 있었다. 일반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정착해온 큰 마을들은 해안지대에 자리잡고 작은 이동부락들은 내륙지대에 자리잡았다(키리위나 제도).

남녀의 구별이 확실했으며, 남녀가 따로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종교적 의식이나 군사적 결속을 다짐하기 위해 모이던 남성회관들은 뉴기니와 멜라네시아 군도 여러 지역, 특히 뉴기니의 세피크 강 분지지대와 파푸아 남부해안에서는 일반적이었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주로 가정에 거처했다.

파푸아어를 사용하는 뉴기니와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는 멜라네시아 군도에서는 지역집단의 지도자를 흔히 '큰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그의 역할이 주로 모험에 성공함으로써 획득한 지위와 그에 따른 영향력과 책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멜라네시아 군도에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초기에는 많은 사회가 세습추장이 다스리는 사회였다. 이러한 형태의 정부는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는 뉴기니 해안지대의 일부(예를 들면 메케오와 모투)와 솔로몬 제도 일부(루가라와 부카, 쇼틀랜드, 소 말라이타), 바누아투 일부(아네이티움), 누벨칼레도니 대부분 지역의 특징이기도 했다. 다른 일부지역에서는 지도자의 자격이 서열을 기초로 결정되었지만, 계승권과 능력발휘도 참작되었다.

화전농업(우림지대의 풀밭을 개간하여 식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난 뒤 최고 한 세대 동안 묵히는 이동식 경작법)이 파푸아와 오스트로네시아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고대 근채작물 재배방법의 기본을 이룬다(경제체제). 삼림은 석기(일부 산호섬 지역에서는 조개로 만든 도구)를 이용하거나 때로는 불을 놓아 개간했다. 땅을 파는 막대기를 이용해 경작하는 이곳 섬 사람들은 토란과 마를 주로 심었으며 보완작물로는 플랜틴과 사고야자, 판다누스, 닥풀과 같은 푸성귀, 사탕수수 등을 심었다. 근채류와 나무를 재배하는 외에 섬 주민들은 돼지를 사육하고 물고기를 잡으며 유대류와 새들을 사냥하기도 했다. 때로는 곤충과 유충류를 잡기도 했다. 덩이줄기와 푸성귀, 견과류(특히 카나리엄 아몬드), 과일을 포함한 야채류를 수확해 식단을 다양하게 만들거나 비상식량으로 삼았다.

멜라네시아의 파푸아어 사용권과 오스트로네시아어 사용권에서 다같이 주목할 만한 물물교환 제도들이 발달했는데, 대표적인 것은 잉여의 돼지와 근채작물을 화폐로 삼아 제례용의 귀중품들(조개껍질이나 돌고래 이빨, 개 이빨 등과 같은 재료로 만든 것)과 교환하는 축제였다. 적어도 어떤 지역에서는 이러한 자유경쟁을 통한 물물교환으로 인해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물물교환이 살인행위에 대한 보상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음). 뉴기니 동쪽 끝 주변의 여러 섬들의 또다른 특징은 지역간의 형평에 입각한 교역제도의 발달이다. 마심에서는 앰플렛 제도에서 생산된 도자기와 무루아(우들락)에서 생산된 카누용 목재 및 녹암 칼날, 조각한 접시와 카누 뱃머리 판, 기타 여러 특산품이 다른 지역의 마나 돼지와 교환되었는데, 이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면적도 적고 생태학적 혜택도 적은 섬들 사이의 보완적인 교역방식인 것이다.

파푸아어를 사용하는 뉴기니인들의 종교는 다양하다. 텔레폴·비민쿠스쿠스민·박타민과 같은 산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도로 복잡한 남성 성년식이 행해지는데, 이 의식은 신입자들에게 우주의 신비를 단계적으로 알려주는 의식이다. 멜라네시아 섬에서와 같이 뉴기니에서도 마법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고 고지대의 포레족과 같은 종족들에게 있어서 마법을 비난하는 것은 집단이나 혈족간에 불화를 야기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는 멜라네시아인들은 조상들의 영혼과 다른 영적 존재가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관여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전망이 불투명한 전쟁이나 농사일, 특권을 추구하는 일 등 어디에 있어서건 하잘것없는 인간의 노력에 확실한 힘이 되어주는 것으로 믿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망령이나 영혼의 존재와 이들의 영향력은 꿈으로 현시되거나, 예언으로 나타나며 인간의 성공이나 실패, 번영이나 재난, 건강과 죽음에서 추론되어졌다. 멜라네시아 섬 어느 집단사회에도 종교에 전념하는 매개자는 없었다. 야채재배나 물고기를 잡는 일, 귀중품이나 연인을 구하는 일 등과 같이 일상생활과 관련된 형태의 마법들은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전투나 도둑과 관련된 마법들은 비밀리에 보존되었다.

그리스도교가 들어옴에 따라 식민지시대 이전의 멜라네시아에 널리 보급되었던 종교양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식민지 초기의 놀라운 현상 중 하나는 뉴기니 해안지대와 멜라네시아 군도에 화물숭배의 등장이다. 어떤 점에서 그리스도교의 천년지복 운동과도 비슷한 이러한 현상은 초자연적인 그 무엇이 보내주는 '화물'(유럽에서 온 상품을 뜻함)의 도착은 새로운 시대를 보다 빨리 앞당길 것이라는 신념을 고취시켰다(화물숭배). 종교와 마찬가지로 멜라네시아의 예술도 아주 다양하다.

뉴기니 고원지대의 예술은 대부분 얼굴과 몸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가발이나 머리 장식물, 정교하게 만든 의상과 더불어 육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뉴기니 저지대의 세피크나 마심의 전통예술과 같은 열광적인 예술적 전통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멜라네시아의 대부분 지역이 그리스도교로 개종됨으로써 여러 가지 형태의 전통음악이나 춤이 일찍이 사라졌고, 그것들의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와 주요작품들은 대부분 추측에 의존할 따름이다. 음악은 제사 때에 부르는 애도가나 사랑 노래에서부터, 솔로몬 제도의 말라이타에서 교향악단의 연주에 맞춰 8개의 화음으로 합창되는 다양한 팬파이프 음악과 같이 아주 복잡한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사시 형태의 설화나 전설, 민간설화, 은유법과 인유법을 가미한 수사 등의 형태로 된 이야기에서도 종교가 특징을 이룬다.

지금의 멜라네시아 지역 원주민들 대부분은 그리스도교와 서구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1세기 이상 지속되는 지역들도 있다. 그러나 일부 내륙지방, 특히 험준하여 실제로 들어가기 힘든 뉴기니 산악지대에는 1930년대 이전까지 또는 그 이후에도 서구의 문화를 접하지 않았던 곳들도 있었다.

지금은 멜라네시아의 어떠한 오지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오지들도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한때 무계급 지역이었던 곳들이 계급사회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현대의 멜라네시아 국가들에서는 도시지역과 농촌배후지의 분극화가 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시주변에서 무단거주지가 급속히 많아지고 도시로의 이동이 늘어감에 따라 시골과 도시의 생활이 연결되고 있다. 보다 오지에 있는 마을들은 가난하며 교육이나 의료혜택, 국가의 경제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전통적인 문화가 가장 활력에 넘쳐 있는 곳은 서구세계와 가장 적게 접촉하고 있는 지역이다. 커피와 기타 고가작물들을 환금작물로 재배하는 자본주의적 기업화 현상이 배후지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육로와 항공편 위주의 지역 교통망이 한때 격리되었던 지역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