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문학

구비문학

다른 표기 언어 oral literature , 口碑文學 동의어 구전문학, 구술문학, 유동문학, 적층문학

요약 말로 된 문학. 글로 된 문학인 기록문학과 구별된다. 구전문학·구술문학·유동문학·적층문학이라고도 한다.

목차

접기
  1. 개념과 특성
  2. 범주와 갈래
  3. 구비문학 작품과 자료
  4. 구비문학 연구의 성과와 의의

개념과 특성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이나 문자를 사용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생성·전승된 구비문학은 그 질과 양에서 문학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록문학과 대비되는 몇 가지 성격을 살펴보면 구비문학의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비문학은 말로 생성되고, 말로 재연되며, 말로 전한다. 따라서 구비문학을 이해하려면 말의 억양·몸짓·표정 등을 곁들인 구연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구비문학은 연극·음악·무용 등과도 관련이 있다. 구비문학은 말로 된 것이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도 않다. 같은 언어권 안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전해지고, 그러는 사이에 내용이 약간씩 변하기도 한다.

구비문학은 특정작가의 문학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학이다. 처음에는 개인의 창작에 의해 출발한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승과정에서 작자와 청중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전승자라면 누구든지 내용에 어느 정도의 손질을 가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공동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구비문학에는 전승집단의 사상이나 감정, 그리고 가치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구비문학 작품에는 고정된 원본이 없고 각각의 구연자(口演者)가 전승하는 각편(各篇) 또는 이본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각편들은 구연자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일정한 원칙, 즉 서사법칙(敍事法則)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구비문학은 아주 오랫동안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도 원형을 유지하고 서로 비슷한 기본구조를 가진다. 이리하여 구비문학의 구체적 모습은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 바탕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거나 공통적이다.

범주와 갈래

구비문학은 말로 된 문학이므로 문학이 아닌 말이나, 말로 되지 않은 문학은 제외된다. 구비문학의 갈래에는 설화·민요·무가·판소리·민속극·속담·수수께끼가 있다. 무가는 주술적인 목적에서 신을 향해 구연되지만 주술성과 함께 문학성을 지닌다. 속담은 지혜나 교훈을 비유하여 압축한 것이므로 문학적 형상화의 좋은 예이다. 수수께끼는 말놀이이지만 문학적 표현에 의해서 말놀이가 성립된다. 그러나 욕설·명명법·금기어 등은 구비전승 되기는 해도 문학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구비문학에서 제외된다.

구비문학 작품과 자료

구비문학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성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자료가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구비문학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문자로 기록해두는 것이다. 구비문학이 기록된다고 해서 전승이 중단되거나 본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구비문학을 기록한 자료는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다. 단편적인 내용을 기록한 자료가 있는가 하면, 그것들을 시대와 주제에 따라 모으고 정리한 방대한 자료도 있다.

중국의 〈태평광기 太平廣記〉나 〈설고 說庫〉 같은 설화집과, J.G.프레이저의 〈황금가지 Golden Bough〉는 대표적인 자료이다.

우리나라의 자료는 삼국시대부터 나타난다. 〈고기 古記〉·〈삼대목 三代目〉·〈화랑세기 花郞世記〉 등과 같이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전하는 자료가 많지 않아서 그 성격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기록문화가 확대되면서 구비문학의 기록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삼국유사〉·〈삼국사기〉·〈제왕운기〉 등의 역사서들은 많은 부분이 구비문학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파한집〉·〈보한집〉·〈동국이상국집〉·〈역옹패설〉 같은 시화집들에도 구비문학 자료들이 실려 전한다. 조선시대에도 구비문학은 역사·지리·문학 등에 관한 서적들에 실려 전한다. 조선 중기에는 서거정의 〈태평한화골계전 太平閑話滑稽傳〉, 남효온의 〈추강냉화 秋江冷話〉, 어숙권의 〈패관잡기 稗官雜記〉, 성현의 〈용재총화〉, 유몽인의 〈어우야담〉 같이 구비문학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기록한 자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주로 단편적인 설화들을 모아놓은 것인 데 비해 조선 후기에는 〈계서야담〉·〈청구야담〉·〈동야휘집〉 등의 설화집처럼 내용도 방대하고 문학적으로 수준이 높은 자료들이 나왔다.

개화기에 와서는 장지연의 〈일사유사 逸士遺事〉,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 朝鮮解語花史〉, 황현의〈매천야록 梅泉野錄〉 같은 작품이 나왔다.

구조가 복잡하고 내용이 길어서 외우기가 힘든 산문 자료와 달리, 운문 자료는 내용이 짧고 구조가 간단하여 외우기가 쉽기 때문에 굳이 기록하지 않고서도 말이나 노래로 전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산문 자료보다 적기는 하지만 운문 자료도 오래전부터 기록되었으며 적지 않은 양이 전해오고 있다.

이름만 전하는 〈삼대목〉은 신라 때의 향가집인데, 당대의 민요와 주술적인 노래 등이 많이 실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현이 엮은 〈소악부 小樂府〉는 당시의 민요를 한시로 기록해 놓은 것이다. 운문 자료에 대한 기록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한글이 창제된 이후의 일로서, 〈악장가사〉·〈악학궤범〉·〈시용향악보〉 등의 문헌에는 전대의 운문 자료가 실려 있다.

그후에 나온 각종 시가집이나 가곡집에는 민요나 가사 등이 들어 있고, 잡가나 내방가사 등은 개개의 작품이 두루마리로 기록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민속극과 같은 연극적 성격의 구비문학은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나 몇몇 주변 자료들을 통해서 그 기원과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용설화〉와 함께 〈처용무 處容舞〉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하며 고려시대 가요 가운데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

〈가락국기〉에 나오는 수로왕 탄생설화나 고구려 건국신화 등에서도 연극적 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최치원의 〈향악잡영오수 鄕樂雜詠五首〉는 신라시대 민속극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밖에도 몇몇 자료가 있지만, 그것들은 다른 기록에 붙어 있거나 다른 자료의 일부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영역의 구비문학은 현장성이 강하기 때문에 문자만으로 전하기가 어렵다. 구비문학 자료는 다른 자료들과 함께 섞여 있고, 그나마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자료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의 연구에 따라서 많은 자료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비문학 연구의 성과와 의의

구비문학의 조사·연구는 17세기경 동양의 중세적 단일 문화인 한문문화에서 벗어나 민족문화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자각이 일어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이 근대 민족문화를 수립하는 데 이르기 전 일제에 의해 나라가 강점되면서 제국주의적 연구와 민족주의적 연구가 대결하게 되었다. 해방 후에는 얼마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으며, 1960년대 들어 국문학의 한 영역으로 연구되기 시작하면서 구비문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나타나게 되었다.

여러 대학의 국문학과에서는 구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개설하고 전공자들을 길렀으며, 이를 계기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서구의 연구방법이 도입되자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 독자적 연구방법을 개발하면서 구비문학 연구는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문서로만 보관되고 있던 자료들 가운데 구비문학적 의의가 있는 자료들이 새롭게 발굴되었으며, 흩어져 있던 여러 가지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주제와 형식에 따라 나누는 작업이 시도되었다.

문헌자료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현장에서 전승되고 있는 구비문학 자료들에 대한 수집활동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대학의 관련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사한 보고서가 있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나라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구비문학대계〉가 있으며, 각 지역에서 낸 군지나 읍지가 있다. 각 지역의 향토사학자들이나 민간연구단체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자료를 모아 편찬한 것도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수집된 설화, 민요, 무가, 수수께끼, 속담, 민속극 대본 등은 앞으로의 연구 작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지금까지 구비문학은 주로 문학적 측면에서 연구되어왔다. 그러나 구비문학은 언어학·역사학·민속학·인류학·사회학·종교학 등의 분야와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러 각도에서 연구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