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텍스

라텍스

[ latex ]

라텍스는 식물의 유관(laticifer)에서 분비되는 액체 성분의 물질로서, 수지(resin) 성분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성분의 2차대사산물들(알칼로이드, 탄닌 등)과 단백질, 녹말, 설탕, 오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1) 일반적으로 라텍스는 조직에 상처가 났을 때 스며나온다. 대부분의 식물에서 라텍스는 흰색을 띠고 있으나, 일부 식물의 경우 라텍스가 황색, 주황색, 또는 진홍색 등을 띠는 경우도 있다. 라텍스는 식물에서 초식동물과 병원체에 대한 방어 등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라텍스 성분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며, 이러한 성분 차이에 따라 라텍스의 상업적 활용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로, 고무 식물의 라텍스는 천연 고무의 원료로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라텍스 장갑, 라텍스 직물 등 다양한 천연 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주원료로서 이용되고 있다. 

천연 고무 라텍스의 추출 (출처: )

목차

라텍스 생합성

라텍스가 합성되는 장소는 식물의 유관(laticifer)으로서, 유관은 식물의 줄기뿌리분열조직을 따라 일렬로 배열되어 있는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관은 공기에 노출되면 응고되는 유화된 성분의 유백색 액체를 만드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액체를 라텍스라고 한다.1) 수지(resin)와 비교할 때, 라텍스는 일반적으로 훨씬 더 복잡하며, 유독성이 있어 상대를 쫓아내는 2차대사물질 외에 단백질과 당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유관의 종류에는 일련의 연결된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절유관(articulated laticifers)과 하나의 긴 합포체(syncytial)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무절유관(non-articulated laticifers)이 있다. 이러한 유관 시스템은 성숙한 식물의 뿌리, 줄기, ,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열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관에 존재하고 있으며, 특히 피층(cortex) 조직에 발달되는 경우가 많다. 

라텍스의 식물 분포

라텍스는 쌍떡잎식물외떡잎식물에 걸쳐, 40과 이상의 20,000종이 넘는 식물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텍스는 또한 구과식물(conifers)과 양치식물(pteridophytes)에서도 발견된다. 열대식물 중에는 약 14%, 온대식물 중에는 약 6% 정도의 식물 에서 라텍스 생성이 확인되고 있다. 균계의 일부 종들도 상처 처리 등에 반응하여 라텍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라텍스가 수렴진화의 산물로서 다양한 개별적인 자극을 통해 선택 진화되어 특이적으로 생산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극과 식물의 라텍스 (출처: )

라텍스의 식물에서의 기능

식물에서의 라텍스의 기능과 관련하여 그동안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었다. 폐기되어야 할 대사산물들의 저장 및 방출, 상처입은 조직의 보호, 초식동물에 대한 방어, 병원균에 대한 방어 등 제시된 다양한 가설들 중에서도 가장 유력하게 지지를 받고 있는 가설은 라텍스가 특히 초식동물로부터 식물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1)2)

20세기초 닙(Kniep)은 대극과(Euphorbiaceae) 식물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주어 라텍스를 배출시킴으로써 식물의 라텍스 보유량을 줄인 경우, 민달팽이에 의해 심각한 초식 피해를 입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고무나무(Hevea brasiliensis)에서 분비되는 라텍스는 천연 고무의 원료로서 이용되기 때문에 높은 산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무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많은 양의 라텍스를 방출하고, 이렇게 방출된 라텍스 고무는 초식동물과 병원체를 쫓아내거나 둘러싸서 식물을 보호한다.

아편 양귀비(Papaver somniferum)가 분비하는 라텍스는 높은 농도의 아편, 특히 모르핀과 코데인을 함유하고 있다. 섭취되면, 이 화합물은 초식동물의 신경계에서 아편 수용체에 결합하여 진통 효과를 발휘한다.

박주가리(Asclepias curassavica)와 협죽도(Nerium oleander) 같은 식물들은 상당한 양의 카데놀리드(cardenolide)를 포함하고 있는 라텍스를 생산하며, 이는 유관에 고농도로 존재한다. 이 유독한 스테로이드의 활성은 디기톡신과 유사하고 높은 농도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카데놀리드는 또한 구토를 유도하는 척추동물 뇌의 신경을 활성화한다. 잡식성(generalist) 초식 곤충은 이 화합물에 반응하여 쫓겨나거나 경련으로 고통 받아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모나크 나비의 유충은 독소에 둔감한데, 그들은 박주가리의 을 먹어서 얻은 독성 카데놀리드를 몸속에 격리시켜 보관한다. 

라텍스의 산업적 활용

라텍스의 성분은 식물 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다양한 물질들의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 천연 고무 : 고무 식물에서 분비되는 라텍스는 천연 고무의 원료로서 이용되기 때문에 높은 산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천연 고무 성분의 라텍스는 약 12,000 종 이상의 식물에서 생산되는데, 실제로 상업적으로 이용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을 분비하는 경우는 고무 식물 등 일부 식물들에 한정된다. 고무 식물이 상처를 입으면 많은 양의 라텍스가 방출되고, 이러한 라텍스로부터 고무가 생산된다. 이 고무 성분은 이소프렌(시스-1,4-폴리이소프렌)의 고분자로서, 최대 100만 Da의 분자량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 고무 라텍스는 매트리스, 장갑, 수영 모자, 콘돔, 풍선, 가면, 옷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무 제품들의 원료로 이용된다.
  • 츄잉껌(chewing gum) : 치클(chicle)과 젤루통(jelutong) 나무에서 분비되는 라텍스는 츄잉껌의 재료로 이용된다.
  • 아편 라텍스 : 아편 양귀비가 분비하는 아편 라텍스에는 코데인(codeine), 테베인(thebaine), 모르핀(morphine)과 같은 진통 효과를 가지는 알칼로이드들(analgesic alkaloids)이 포함되어 있다. 테베인과 모르핀은 의학적인 진통제의 원료로서 이용되거나 헤로인 등의 마약 성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 
합성 라텍스 : 합성 라텍스는 식물의 유관에서 생성되는 천연 라텍스가 아니라 스티렌(styrene)과 같은 단위체를 인위적으로 중합시켜 생성된 중합체 미립체의 안정적인 에멀전(emulsion)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합성 라텍스는 물이 증발함에 따라 중합체 입자들이 결합하고 단단해지게 되면 유독물을 방출하지 않고 필름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코팅제와 접착제 등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1. 전방욱, 김성룡 역 (2017) 식물 생리와 발달(6판), 라이프사이언스
2. Konno K (2011) Plant latex and other exudates as plant defense systems: roles of various defense chemicals and proteins contained therein. Phytochem 72: 1510-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