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블랙홀

커블랙홀

[ Kerr black hole ]

커블랙홀은 회전하는 블랙홀을 말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안정된 블랙홀은 질량(@@NAMATH_INLINE@@M@@NAMATH_INLINE@@), 각운동량(@@NAMATH_INLINE@@a@@NAMATH_INLINE@@), 전하(@@NAMATH_INLINE@@Q@@NAMATH_INLINE@@)만을 가질 수 있다. 각운동량을 가진 블랙홀에 대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장방정식의 수학적 해를 뉴질랜드 수학자 커(Roy Kerr)가 1963년 처음 발견하여서 커블랙홀이라 이름 붙여졌다. 각운동량과 전하가 모두 0인 블랙홀이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이고 전하만 0이어서 질량과 각운동량을 가지고 회전하는 블랙홀이 커블랙홀이므로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은 커블랙홀의 특수한 경우이다.

목차

커시공간

커블랙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공간을 커시공간(Kerr spacetime)이라 부른다. 수학적으로 특정 시공간은 해당 계량(metric)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질량 @@NAMATH_INLINE@@M@@NAMATH_INLINE@@, 각운동량 @@NAMATH_INLINE@@a@@NAMATH_INLINE@@인 커블랙홀의 시공간 계량을 보이어-린퀴스트 좌표(Boyer-Lindquist coordinates)로 표시하면 @@NAMATH_DISPLAY@@\begin{align} d s^2 &= g^{\alpha\beta} dx^\alpha dx^\beta \\ &= - \left( 1 - \frac{2Mr}{\Sigma} \right) dt^2 - \frac{4aMr \sin^2\theta}{\Sigma} dt d\phi \\ &\quad + \frac{\Sigma}{\Delta} dr^2 + \Sigma d\theta^2 + \left( r^2 + a^2 \frac{2Mra^2 \sin^2\theta}{\Sigma} \right) \sin^2 \theta d \phi^2 \end{align}@@NAMATH_DISPLAY@@ 이다. 여기서 @@NAMATH_INLINE@@ a \equiv J/M @@NAMATH_INLINE@@, @@NAMATH_INLINE@@ \Delta \equiv r^2 - 2Mr + a^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Sigma \equiv r^2 + a^2 \cos^2 \theta @@NAMATH_INLINE@@이다. 모든 물리량은 @@NAMATH_INLINE@@c = G = 1@@NAMATH_INLINE@@인 단위로 표시되어 있다. 회전하지 않는 슈바르츠실트블랙홀과의 차이는 단위 질량당 각운동량 @@NAMATH_INLINE@@a@@NAMATH_INLINE@@의 값에 의해 결정된다. @@NAMATH_INLINE@@a=0@@NAMATH_INLINE@@인 경우 커시공간은 슈바르츠실트시공간과 같아지고 @@NAMATH_INLINE@@a=M@@NAMATH_INLINE@@인 경우가 최대로 회전하는 블랙홀을 나타낸다. @@NAMATH_INLINE@@a>M@@NAMATH_INLINE@@인 해는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된다.

사건의 지평선

슈바르츠실트블랙홀에서와 같이 커블랙홀에서도 사건의 지평선은 @@NAMATH_INLINE@@ g^{rr} = \infty @@NAMATH_INLINE@@, 즉 @@NAMATH_INLINE@@ \Delta = 0 @@NAMATH_INLINE@@가 되는 반지름 @@NAMATH_DISPLAY@@ r_+ = M + (M^2 - a^2 )^{1/2} @@NAMATH_DISPLAY@@ 에 생긴다. 블랙홀이 전혀 회전하지 않는 경우(@@NAMATH_INLINE@@a=0@@NAMATH_INLINE@@) @@NAMATH_INLINE@@ r_+ = 2M = R_{Sch}@@NAMATH_INLINE@@로 슈바르츠실트반지름과 같아지고 최대로 회전하는 경우(@@NAMATH_INLINE@@a=M@@NAMATH_INLINE@@), @@NAMATH_INLINE@@ r_+ = M = R_{Sch}/2@@NAMATH_INLINE@@으로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의 1/2이된다(그림 1). @@NAMATH_INLINE@@ r_+ @@NAMATH_INLINE@@ 안쪽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은 외부와 차단된다.

그림 1. 커시공간에서 사건의 지평선과 정지한계, 에르고구를 나타낸 모습. 거의 최대로 회전하는 (@@NAMATH_INLINE@@a=0.99@@NAMATH_INLINE@@) 경우이다. (출처: 박명구/한국천문학회)

에르고구

커블랙홀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 외에 또 다른 경계가 존재한다. 정지한계(static limit)라 불리는 @@NAMATH_DISPLAY@@ r_0 (\theta) = M + (M^2 - a^2 \cos^2\theta )^{1/2} @@NAMATH_DISPLAY@@ 반지름 안에서는 정지한 관찰자가 존재할 수 없다. 블랙홀의 회전에 의해 근처 시공간이 같이 회전하기 때문에 @@NAMATH_INLINE@@ r(\theta) < r_0 (\theta) @@NAMATH_INLINE@@ 공간에서는 어떤 입자나 관찰자도 정지해 있을 수 없고 블랙홀과 같이 회전해야 하므로 @@NAMATH_INLINE@@ r_0 (\theta) @@NAMATH_INLINE@@를 정지한계라 부른다. 이 정지한계 안쪽, 사건의 지평선 바깥쪽 공간을 에르고구(ergosphere)라 부른다(그림 1). 에르고구 안에서는 시공간 자체가 블랙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는 계끌림(frame dragging)이 일어난다. 각운동량이 0인 입자도 이 에르고구 안에 들어오면 계끌림에 의해 회전하게 된다. 에르고구 안(@@NAMATH_INLINE@@ r_+ < r < r_0 @@NAMATH_INLINE@@)에 있는 입자는 정지할 수는 없지만 블랙홀을 탈출할 수는 있다.

펜로즈과정

영국의 펜로즈는 에르고구 안에서는 총에너지(정지질량에너지+운동에너지+퍼텐셜에너지)가 음의 값을 가지는 궤도가 가능함을 이용하여 에르고구로 들어간 물체가 원래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로 나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일을 뜻하는 그리스말 ergon을 붙여 이 영역을 블랙홀이 일을 해서 에너지가 증가할 수 있는 영역, 즉 에르고구라 부르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어떤 우주선(spaceship)이 외부에서 에르고구로 들어간 다음 우주선 일부(쓰레기 등)를 음의 에너지를 가진 궤도로 분리해서 보내면 우주선 본체는 에너지를 얻어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음을 보였다. 이렇게 회전하는 블랙홀의 계끌림으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펜로즈과정(Penrose process)이라 부른다. 증가한 우주선의 에너지는 블랙홀의 회전에너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블랙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정지한계 안쪽을 에너지구 즉 에르고구(ergosphere)라 부른다.

입자의 궤도

커시공간에서 움직이는 입자의 궤도는 구형대칭인 슈바르츠실트시공간의 경우와 달리 매우 복잡하다. 일반적인 경우 입자의 궤도는 한 평면 상에 있지 않으며 운동 방향이 블랙홀의 회전방향과 같은지 다른지에 따라 궤도 특성도 달라진다. 그림 2는 최대에 가깝게 회전하는 블랙홀 주위를 도는 한 입자의 궤도를 보여준다. 왼쪽 그림은 블랙홀 회전축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고 오른쪽 그림은 회전축 옆에서 본 모습이다. 뉴튼 역학에서의 궤도나 슈바르츠실트시공간에서의 궤도와 달리 매우 복잡함을 알 수 있다.

그림 2. 거의 최대로 회전하는 커블랙홀 주위를 도는 입자의 궤도. 왼쪽 그림은 회전축 위에서 본 모습이고 오른쪽 그림은 회전축 옆에서 본 모습이다. 그림을 클릭하면 애니메이션이 시작된다. (출처: )

천체물리학적으로 중요한 궤도는 원궤도이다. 블랙홀은 주변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 들이면서 부착원반을 형성하는데 부착원반의 기체들은 원운동(또는 원운동에 가깝게)하므로 가장 안쪽 가장자리는 블랙홀 주위 가장 안쪽 안정된 원궤도(Innermost Stable Circular Ortib, ISCO)에 위치하게 된다. 회전하는 커블랙홀의 경우 가장 안쪽 안정된 원궤도의 반지름 @@NAMATH_INLINE@@ r_{isco} @@NAMATH_INLINE@@는 @@NAMATH_DISPLAY@@r_{isco} = M \left[ 3 + F_2 \pm (3-F_1)^{1/2}(3+F_1+2F_2)^{1/2} \right ]@@NAMATH_DISPLAY@@ 이다. 여기서 @@NAMATH_DISPLAY@@ x = a/M @@NAMATH_DISPLAY@@ @@NAMATH_DISPLAY@@ F_1 = 1+(1-x^2)^{1/3}\left [ (1+x)^{1/3} + (1-x)^{1/3}\right ] @@NAMATH_DISPLAY@@ @@NAMATH_DISPLAY@@ F_2 = (3x^2 + F_1^2)^{1/2} @@NAMATH_DISPLAY@@ 이다. @@NAMATH_INLINE@@\pm@@NAMATH_INLINE@@에서 @@NAMATH_INLINE@@-@@NAMATH_INLINE@@는 궤도 방향이 블랙홀 회전방향과 같을 때(순방향), @@NAMATH_INLINE@@+@@NAMATH_INLINE@@는 반대방향(역방향)일 때이다. 최대로 회전하는(@@NAMATH_INLINE@@a=M@@NAMATH_INLINE@@) 커블랙홀의 가장 안쪽 안정된 순방향 원궤도의 반지름은 @@NAMATH_INLINE@@ r = M @@NAMATH_INLINE@@으로 슈바르츠쉴트블랙홀 경우 @@NAMATH_INLINE@@6M = 3 R_{Sch}@@NAMATH_INLINE@@의 1/6이다. 따라서 최대로 회전하는 블랙홀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부착원반은 정지질량에너지의 42.3%까지 방출할 수 있다.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의 경우 정지질량에너지의 5.7%가 방출되므로 같은 질량이 블랙홀에 부착되더라도 블랙홀이 회전하는 경우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회전에너지 추출

커블랙홀의 가장 중요한 천체물리학적 특징은 블랙홀의 회전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전하지 않는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의 경우 에너지 방출은 주로 부착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는 블랙홀 주변 물질들이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면서(부착) 중력퍼텐셜 에너지의 일부가 방출되는 과정이다. 이에 비해 커블랙홀은 회전하는 시공간으로 인해 에르고구가 존재하여 펜로즈과정에 의해 부착되는 물질의 중력퍼텐셜에너지 외에 블랙홀 자체의 회전에너지 일부가 방출될 수 있기에 이론적으로는 실제 부착되는 질량이 거의 없는 경우에도 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

블랜포드-즈나옉과정

블랜포드(Roger Blandford)와 즈나옉(Roman Znajek)은 1977년 퀘이사가 방출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회전하는 블랙홀이 자기권(magnetosphere)을 가질 경우 커시공간의 계끌림에 의해 자기권도 회전하게 되면서 블랙홀의 회전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블랜포드-즈나옉과정은 강한 극각(poloidal) 자기장을 유지하는 부착원반을 필요로 한다.

제트

전파은하블레이자 등에서는 아주 큰 규모의 강력한 제트(jet)가 관측된다. 기체들이 초대질량블랙홀로 부착되면서 부착원반이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빛의 속도에 아주 가깝게 분출되는 제트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대론적 제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직 잘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커블랙홀의 회전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펜로즈과정이나 블랜포드-즈나옉과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관측된 블랙홀 각운동량

실제 블랙홀의 각운동량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방출하지 않고 사건의 지평선이나 에르고구의 각크기도 매우 작아서 직접 관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부착원반의 광도나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부착기체들이 산란 또는 방출하는 스펙트럼선을 분석하고 모형과 비교하여 블랙홀의 각운동량을 추정할 수 있다. 우리은하와 근처 은하의 엑스선원 블랙홀의 @@NAMATH_INLINE@@a/M@@NAMATH_INLINE@@은 0.12 부터 0.95까지 다양한 값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활동은하핵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들에 대한 스펙트럼선 연구는 이들 초대질량블랙홀이 매우 빨리 회전하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부착원반에서 방출되는 저에너지 엑스선 스펙트럼 연구는 블랙홀들의 @@NAMATH_INLINE@@ a/M < 0.86 @@NAMATH_INLINE@@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블랙홀의 각운동량은 블랙홀 형성 과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향후 초대질량블랙홀의 각운동량을 잘 결정하게 되면 초대질량블랙홀들이 어떤 과정에 의해 생성되고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