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착원반

부착원반

[ accretion disk ]

부착원반(accretion disk)이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등 천체들의 중력에 의해 주변 기체들이 회전하면서 끌려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원반을 말한다. 기체가 전혀 회전하지 않을 때는 구형부착흐름(spherical accretion flow)이 된다. 부착원반의 기체들은 점성(viscosity)에 의해 각운동량을 바깥으로 전달하면서 중심 천체로 끌려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중력퍼텐셜 에너지를 방출한다. 부착원반은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물리학적 과정이며, 중력이 강할수록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아지고 방출되는 광자들의 에너지도 커진다. 활동은하핵, 퀘이사 등 작은 부피에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엑스선쌍성계나 블레이자 같이 엑스선, 감마선 등 고에너지 광자들을 많이 방출하는 천체들 대부분은 부착원반으로 설명된다.

목차

부착원반의 기본 원리

태양을 도는 행성 같이 덩어리진 천체는 변하지 않는 일정한 궤도를 운행한다. 반면에 기체들은 중심 천체의 중력에 의해 궤도 운동을 할 경우 점성에 의해 퍼지면서 원반을 형성한다. 원운동하는 원반의 안쪽은 빠른 각속도로 회전하고 바깥쪽은 느린 각속도로 차등회전하면서 층밀림(shear)이 생겨서 서로의 각운동량을 점성으로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안쪽 기체들은 각운동량을 잃으면서 더 안쪽으로 유입되어 마지막에는 중심 천체(중성자별, 블랙홀 등)에 부착(accretion)된다. 결과적으로 멀리 있는 기체들이 회전하면서 서서히 중심 천체로 부착되는 부착원반이 생성 유지된다. 부착원반에 의해 중심 천체의 질량은 부착된 질량만큼 늘어난다.

부착원반의 에너지 방출

물체가 중심 천체의 중력장에 의해 끌려 들어갈 때 출발 위치와 최종 위치 사이의 중력 퍼텐셜에너지의 일부가 방출된다. 부착원반에서는 원반의 안쪽 가장자리의 위치에 의해 방출 에너지가 결정된다. 원반의 안쪽 가장자리는 중심 천체의 표면이 되거나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같이 밀집천체(compact object)에서는 가장 안쪽 안정된 원운동궤도(innermost stable circular orbit, ISCO)에 위치한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경우 원반의 안쪽 가장자리는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의 3배여서 부착원반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부착되는 질량에너지(mc2)의 5.7%가 방출된다. 별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수소핵융합반응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질량에너지의 0.7%이므로 부착원반은 핵융합에 비해서도 매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최대로 회전하는(maximally rotating) 블랙홀에 부착되는 경우 방출되는 에너지는 무려 질량에너지의 42.3%까지도 방출된다. 이처럼 부착원반은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천체물리학적 과정이므로 퀘이사 등 작은 부피에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는 대부분 블랙홀 주위 부착원반으로 설명된다.

그림 1: 동반성으로부터 블랙홀로 기체가 끌려 들어가면서 형성되는 부착원반과 제트 상상도.(출처 : )

부착원반의 종류

부착원반은 기하학적 형태 및 물리적 상태에 따라 납작한 부착원반, 두꺼운 부착원반, 이류부착원반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납작한 부착원반(thin accretion disk)

납작한 부착원반은 부착되는 기체의 온도가 낮아서 원반이 매우 납작해진다. 원반의 두께는 기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두꺼워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납작해진다. 기체의 밀도가 높으면 쉽게 냉각이 되어 온도가 낮아지고 빛을 잘 흡수하게 되어 불투명해진다. 기체들은 원운동을 하며 아주 서서히 중심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아주 효율적으로 빛을 방출한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서 주로 가시광선과 자외선을 방출한다. 일반적인 엑스선쌍성계나 퀘이사 같은 천체들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림 2: 납작한 부착원반을 옆에서 보았을 때(왼쪽)와 위에서 보았을 때(오른쪽)의 모습. 화살표는 기체의 운동을 나타낸다.(출처 : 박명구/한국천문학회)

두꺼운 부착원반(thick accretion disk)

더 많은 질량의 기체가 부착되면 부착원반이 매우 불투명해지고 빛이 거의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원반 내부의 복사압력이 증가한다. 압력 증가로 원반은 두껍게 부풀어 오르고 압력 중심방향으로의 기체 속도도 증가한다. 원반은 전체적으로 도넛과 비슷한 형태가 된다. 에딩턴광도에 가깝게 광도가 매우 큰 엑스선천체들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그림 3: 두꺼운 부착원반을 옆에서 보았을 때(왼쪽)와 위에서 보았을 때(오른쪽)의 모습. 화살표는 기체의 운동을 나타낸다.(출처 : 박명구/한국천문학회)

복사비효율부착흐름(radiatively inefficient accretion flow, RIAF)

부착되는 기체들의 밀도가 낮고 중심 천체로 빨리 끌려 들어가서 복사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부착흐름(accretion flow)을 말한다. 나라얀(Ramesh Narayan)과 이인수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된 이 종류의 부착흐름은 온도가 매우 높아서 원반이라기 보다는 구형흐름에 가깝다. 기체의 회전 속도는 원운동 속도에 비해 느리고, 대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이류(advection)에 의해 기체의 열에너지가 복사로 방출되지 못하고 블랙홀로 끌려 들어간다. 이러한 이류부착흐름(advection-dominated accretion flow)는 복사비효율부착흐름의 대표적 예이다. 납작한 부착원반과는 반대로 이류부착흐름의 광도는 낮지만 고에너지 광자를 방출하므로 우리 은하 중심부의 궁수자리 A* 같이 광도가 낮은 초대질량블랙홀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그림 4: 복사비효율부착흐름을 옆에서 보았을 때(왼쪽)와 위에서 보았을 때(오른쪽)의 모습. 화살표는 기체의 운동을 나타낸다.(출처 : 박명구/한국천문학회)

부착원반과 제트

특별한 경우에는 부착원반의 중심부에서 부착되던 기체들이 방향을 바꾸어 수직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뿜어져 나가는 제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그림 1). 제트가 만들어지는 자세한 과정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플라스마 상태인 부착원반과 그 자기장에 의해 제트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센타우루스 A 같은 전파은하(radio galaxy)에서 보이는 제트가 이런 모형으로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