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르츠실트블랙홀

슈바르츠실트블랙홀

[ Schwarzschild black hole ]

슈바르츠실트블랙홀(Schwarzschild black hole)은 각운동량과 전하가 없고 질량만 있는 블랙홀을 말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이론에서 안정된 블랙홀의 모든 특성은 질량, 각운동량, 전하 세 물리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은 각운동량과 전하가 0인 가장 간단한 블랙홀이다. 1915년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가 주변이 진공인 점질량(point mass)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의 수학적 해로 발견하였다.

목차

슈바르츠실트시공간

슈바르츠실트블랙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공간을 슈바르츠실트시공간(Schwarzschild spacetime)이라 부른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에너지가 존재하면 이에 의해 시공간이 휘게 되고 이 시공간의 휨에 의해 중력의 효과가 나타난다. 시공간의 특성은 수학적으로는 계량(거리함수, metric)에 의해 표현된다. 평탄한 민코프스키시공간(Minkowski spacetime)의 계량은 @@NAMATH_DISPLAY@@ d s^2 = - c^2 dt^2 + dr^2 + r^2( d \theta^2 + \sin^2 \theta d \phi^2 ) @@NAMATH_DISPLAY@@ 로 표시된다. 이에 비해 질량이 @@NAMATH_INLINE@@ M_{BH} @@NAMATH_INLINE@@인 슈바르츠칠드블랙홀의 시공간 계량은 @@NAMATH_DISPLAY@@ d s^2 = - \left( 1 - \frac{R_S}{r} \right) c^2 dt^2 + \left( 1 - \frac{R_S}{r} \right)^{-1} dr^2 + r^2( d \theta^2 + \sin^2 \theta d \phi^2 ) @@NAMATH_DISPLAY@@ 이며 임의의 구형대칭인 천체의 바깥쪽 시공간을 표현하는 장방정식의 해이다. 여기서 블랙홀의 크기를 나타내는 슈바르츠실트반지름 @@NAMATH_INLINE@@ R_S \equiv 2GM_{BH}/c^2 @@NAMATH_INLINE@@이다. 이 계량으로 표시되는 시공간을 그림으로 표시해보면 그림 1과 같다. 평평한 시공간과는 달리 블랙홀 중심에서의 거리 @@NAMATH_INLINE@@ r @@NAMATH_INLINE@@이 @@NAMATH_INLINE@@ R_S @@NAMATH_INLINE@@에 가까워지면 시공간 고유거리(proper distance)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슈바르츠실트반지름가까이 갈수록 시공간의 휨이 더 심해지고 외부로 빠져 나오기가 더 힘들어짐을 보여 준다.

그림 1: 슈바르츠실트시공간의 휨 정도를 시각화한 그림(출처: , 수정 :박명구)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의 특성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의 특성은 슈바르츠실트시공간의 기하학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시공간이 휘어 있어서 여러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이 나타난다.

블랙홀에서 아주 멀어지면(@@NAMATH_INLINE@@ r \rightarrow \infty @@NAMATH_INLINE@@) 시공간이 평평해서 중력이 없는 민코프스키시공간과 같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랙홀로 조금씩 가까워지면 시공간이 조금씩 휘면서 중력 효과가 나타난다. 블랙홀에서 거리가 슈바르츠실트반지름에 비해 먼 경우(@@NAMATH_INLINE@@ r \gg R_S @@NAMATH_INLINE@@ ) 이 중력 효과는 뉴튼 중력의 경우와 같아진다. 즉 블랙홀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위치에서의 역학은 뉴튼의 고전역학으로 근사할 수 있다.

시간지연과 적색이동

슈바르츠실트시공간은 시간 @@NAMATH_INLINE@@t@@NAMATH_INLINE@@ 방향으로도 휘어 있어서 블랙홀 중심에서의 거리 @@NAMATH_INLINE@@r@@NAMATH_INLINE@@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간다. 블랙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NAMATH_INLINE@@ r = \infty @@NAMATH_INLINE@@) 곳에서 측정하는 시간 @@NAMATH_INLINE@@ t_\infty @@NAMATH_INLINE@@와 블랙홀 중심에서 거리 @@NAMATH_INLINE@@ r @@NAMATH_INLINE@@ 떨어진 위치에서 측정하는 시간 @@NAMATH_INLINE@@ t_0@@NAMATH_INLINE@@은 @@NAMATH_DISPLAY@@ t_\infty = \frac{t_0}{\sqrt{1 - \frac{R_S}{r}}} @@NAMATH_DISPLAY@@ 의 관계식을 만족한다. @@NAMATH_INLINE@@ r \geq R_S @@NAMATH_INLINE@@이면 언제나 @@NAMATH_INLINE@@ t_\infty \geq t_0 @@NAMATH_INLINE@@이므로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난 사건을 멀리서 보면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중력시간지연(gravitational time dilation)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NAMATH_INLINE@@ r = 2 R_S @@NAMATH_INLINE@@이면, @@NAMATH_INLINE@@ t_\infty = \sqrt{2} t_0 @@NAMATH_INLINE@@이므로 블랙홀 중심에서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의 2배만큼 떨어진 곳에서 1초 동안 일어난 사건을 지구 같이 아주 먼 곳에서 보면 @@NAMATH_INLINE@@ \sqrt{2} @@NAMATH_INLINE@@초간 일어난 사건으로 관찰되고, @@NAMATH_INLINE@@ r =(4/3) R_S @@NAMATH_INLINE@@에서는 @@NAMATH_INLINE@@ t_\infty = 2 t_0 @@NAMATH_INLINE@@여서 지구에서 볼 때 @@NAMATH_INLINE@@ r =(4/3) R_S @@NAMATH_INLINE@@에서는 모든 물리적 과정들이 2배로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블랙홀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블랙홀 가까이 위치한 관찰자라도 자기 자신 근처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것으로 관찰된다. 반대로 블랙홀 가까이에서 지구를 보면 지구의 모든 사건들이 빨리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된다. 따라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처럼 블랙홀 가까이 가서 일정 시간을 보내고 지구로 돌아오면 미래로 시간여행한 셈이 된다.

빛을 포함한 파동의 주기는 파동의 진폭이 반복되는 시간이므로 블랙홀 근처에서 생성된 파동을 멀리서 관측하면 주기가 길어져서 관측된다. 주파수는 주기의 역수이므로 짧아진다. 빛이라면 파동이 길어져 관측되므로 이를 중력적색이동(gravitational redshift)이라 부른다. 중력적색이동의 정도는 질량/반경에 비례한다. 따라서 블랙홀 근처에서 방출된 빛을 지구에서 관측하면 원래보다 파장이 매우 길게 관측된다. 구형대칭인 백색왜성, 중성자별의 외부 시공간도 역시 슈바르츠실트시공간과 같아서 이들 천체 표면에서 방출되는 빛을 분석하여 중력적색이동 정도를 결정하면 이들 천체의 질량을 결정할 수 있다.

운동 궤도

슈바르츠실트시공간에서 입자나 천체의 운동은 블랙홀에서 멀 경우에는 뉴튼역학에서의 궤도와 비슷하나 블랙홀에 가까이 가면 많이 달라진다. 뉴튼역학에서 별의 중력에 의해 생기는 궤도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 중의 하나이다. 먼 거리에서 입사되는 입자는 별 표면에 닿지 않은 한 별을 돌아서 반드시 원래 거리까지 멀어진다. 그러나 슈바르츠실트시공간에서는 입사되는 입자가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 궤도가 존재한다. 그림 2는 슈바르츠실트블랙홀 근처를 지나는 빛의 궤도를 계산한 결과이다. 검은 색 궤도는 블랙홀에 의해 꺾이거나 블랙홀을 돌아 나가는 궤도이고 붉은 색 궤도는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 궤도이다. 블랙홀 옆을 지나가는 빛도 블랙홀로 끌려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슈바르츠실트반지름 안쪽의 입자나 빛은 절대 바깥쪽으로 나올 수 없다. 빛 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어서 블랙홀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처럼 슈바르츠실트반지름 안에서는 어떤 신호나 입자, 에너지도 바깥으로 탈출할 수 없어서 그 내부의 사건은 외부와 차단되므로 슈바르츠실트시공간에서는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을 가지는 구면이 사건의 지평선이 된다.

그림 2: 슈바르츠실트블랙홀 근처를 지나는 빛의 궤도. (출처 : 석우진/한국천문학회, 수정: 박명구)

그림 2에서 빛이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 궤도와 블랙홀을 돌아 나가는 궤도 사이에 빛이 블랙홀에 잡혀서 원운동하는 궤도가 존재한다. 그림에서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의 1.5배 반지름을 가진 원궤도인데 이를 광자고리(photon ring)라고 한다. 빛이 3차원에서 방출되는 경우 광자고리는 광자구(photon sphere)가 된다. 이 광자구를 멀리서 보게 되면 광자들이 다시 휘어서 나가므로 @@NAMATH_INLINE@@ \sqrt{3} = 1.73 @@NAMATH_INLINE@@배 크게 보이게 되어 광자구의 지름은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의 5.2배로 보이게 된다. 그림 3은 지구 상 8곳에 위치한 전파망원경들을 묶어서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내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로 2017년 4월 처녀자리 은하 M87 중심부를 관측하여 얻은 초대질량블랙홀의 광자구 모습이다. 가운데 검은 부분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궤도 방향이므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보는 셈이다. 광자구의 모습과 크기, 한쪽 부분이 상대론적 빛집중(relativistic beaming)에 의해 좀 더 밝게 보이는 점 등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되는 결과와 아주 잘 일치한다.

그림 3: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으로 촬영한 M87 은하 중심부 초대질량블랙홀의 광자구와 사건의 지평선 모습. 고리의 각지름은 고작 0.042밀리각초(mas)이다. (출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