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하모니카

글래스 하모니카

[ Glass harmonica ]

요약 글래스 하모니카는 유리그릇들을 음높이에 따라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가로축에 꿰어 만든 악기로, 축을 회전시키면서 유리그릇의 테두리를 젖은 손가락으로 문질러 연주한다. 19세기 초반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21세기에 들어서 여러 원전악기 연주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글래스 하모니카(독일, 18세기 말)

글래스 하모니카(독일, 18세기 말)

분류 타악기 >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몸울림악기(Idiophone, 體鳴樂器)
최초 제작시기 1761년
주요 사용 지역 유럽, 미국
주요 사용 시기 18세기 후반 ~ 19세기 초반
주요 사용 명칭 Glass harmonica(영어), Glass armonica(영어), Armonica(영어, 이탈리아어), Armonica de verre(프랑스어), Harmonica de verre(프랑스어), Harmonica de Franklin(프랑스어), Glasharmonika(독일어), Harmonica(네덜란드어)
관련 악기 Glass harp(글래스 하프), Cristal baschet(크리스탈 바셰트)
악기 소리 듣기
Courtesy of William Zeitler>

1. 글래스 하모니카

글래스 하모니카(Glass harmonica)는 유리그릇들을 음높이에 따라 크기 순으로 배열하여, 가로로 설치된 회전축에 꿴 악기이다. 페달로 회전축을 돌리면서 그릇의 가장자리(Rim)를 젖은 손가락으로 문질러 연주한다.

유리잔 테두리를 문질러 연주하는 악기는 중세시대 서양의 음악이론서에도 나타나지만, 기계화된 회전축을 사용하는 글래스 하모니카는 1761년에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발명하였다.

글래스 하모니카는 기존의 유리잔 악기인 글래스 하프(Glass harp)와는 달리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안에 겹쳐지도록 구성된다. 따라서 각 그릇의 테두리가 서로 가까이 있기 때문에, 건반악기처럼 화음이나 빠른 장식음을 쉽게 연주할 수 있다.

프랭클린은 처음에 조화나 화음(harmony) 등을 의미하는 이탈리아 단어 ‘아르모니아’(armonia)를 염두에 두고 이 악기에 ‘아르모니카’(Armonica)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 독일어 식으로 ‘H’가 붙는 바람에, 후에 발명된 자유리드(free reed) 관악기 하모니카(Harmonica)와 비슷한 악기로 오해될 수 있지만, 두 악기의 소리 나는 원리는 전혀 다르므로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글래스 하모니카의 음색은 문질러서 연주하는 대부분의 유리 악기들처럼 부드럽고 은은하며, 음량은 현대의 관현악기들과 앙상블로 연주할 경우 다소 묻힐 정도로 작은 편이다. 마찰하는 소리가 많이 섞여 있는 초기 악기의 음색은 찰현악기(바이올린처럼 활로 현을 문질러 연주하는 악기)의 소리에 비견되기도 했다.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복원 악기들이 연주되고 있으며, 첼레스타(Celesta)나 글로켄슈필(Glockenspiel)과 서로 대체되어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작곡/연주: (William Zeitler), “The Fixed Stars, the Frontier to the Beyond from the album Music of the Spheres”(2003) Courtesy of William Zeitler>

2. 글래스 하모니카의 역사

1) 글래스 하모니카의 기원

글래스 하모니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글래스 하프(Glass harp)는 페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기원하여 11세기 이후 서양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리잔 악기 그림은 15세기 이탈리아 음악이론가 가푸리우스(Franchinus Gaffurius)의 『음악이론』(Theorica musicae, 1492)에 나오는데, 여러 가지 크기의 유리잔과 종(bells)으로 을 하는 장면이 목판화로 실려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글래스 하프는 사교모임의 여흥거리인 유사과학적 장난감이나 신기한 놀잇감으로만 취급되다가 18세기 초가 되어서야 진지하게 음악적으로 사용되었다.

처음에는 채로 유리잔 옆부분을 쳐서 소리를 냈는데, 1744년 영국에서 아일랜드 사람 리처드 포크리치(Richard Pockrich)가 손가락으로 잔 테두리를 때리는 더 세련된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개의 유리잔을 크기 순으로 놓고, 필요한 경우 물을 담아서 유리잔의 음높이를 조율했다.

당시 작곡가들도 글래스 하프에 관심을 가졌다. 대표적으로, 오페라 개혁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프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 ~ 1787)가 1746년에 글래스 하프로 협주곡을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1750년대에는 글래스 하프의 인기 덕택에 연주자들도 많아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연주자로는 앤 포드(Ann Ford)가 있었다.

그녀는 1761년, 알려진 것으로는 최초의 글래스 하프 교본을 출판했다. 여기에서 그녀는 유리잔 옆과 테두리에 적절한 압력을 주어서 연주하는 법, 손가락을 적시는 패드의 사용 등에 대해 분명하게 지시했다. 글래스 하프는 ‘아르모니카’, 즉 글래스 하모니카가 발명된 후에도 계속 연주되었다.

2) ‘아르모니카’, 글래스 하모니카의 발명과 개량

글래스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벤저민 프랭클린

글래스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벤저민 프랭클린 앨런 포스터의 그림(1926)

1761년 봄에 아메리카 식민지 대표로 영국을 방문했던 (Benjamin Franklin, 1706 ~ 1790)은 캠브리지대학교 펨브로크 홀 교수인 에드워드 들라발(Edward Delaval, 1729 ~ 1814)의 글래스 하프 연주를 들었다.

그는 깊은 인상을 받아 이 악기를 발전시키기로 결심하고, 크기 순으로 유리그릇들을 배열한 뒤 회전하는 가로축으로 중앙을 꿰어 페달로 돌릴 수 있게 했다. 이 악기는 그릇의 크기를 세심하게 조정하고 배열해서, 물로 조율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음계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여러 개의 유리잔이 각각 따로 서 있을 때보다 각 그릇의 테두리가 서로 가깝고 더 잘 적셔져서, 화음이나 장식음을 훨씬 쉽게 연주할 수 있었다. 프랭클린은 베카리아(Giovanni Battista Beccaria)라는 이탈리아 과학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악기를 ‘아르모니카’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아르모니카는 당시에 ‘글래시코드’(Glassychord)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알려져 있는 최초의 아르모니카 제작자는 영국의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인데, 프랭클린을 위해 특별히 이 악기를 제작했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글래스 하모니카 도안

벤저민 프랭클린의 글래스 하모니카 도안 베카리아에게 보낸 편지에 실린 그림(이탈리아, 1776년경 출판)

프랭클린의 발명품은 미국에서도 확실히 인기를 얻었지만 유럽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여기에는 프랭클린에게 아르모니카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비르투오소 연주자 마리안 데이비스(Marianne Davies, 743년경 ~ 1818년경)가 큰 역할을 했다. 1768년에 유럽 투어를 시작한 데이비스는 곧 최고 상류사회로 들어가서 수많은 유명인들을 만났다.

1773년에는 모차르트 일가를 만나,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아르모니카에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animal magnetism)의 창시자 프란츠 메스머(Franz Anton Mesmer, 1734 ~ 1815)도 만났는데 그는 환자를 최면 수용상태로 만드는 데 이 악기를 사용했다. 아르모니카 특유의 은은하게 울리는 음색이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뛰어난 아르모니카 연주자 중 한 명인 마리안네 키르히게스너(Marianne Kirchgessner, 1769 ~ 1808)는 1790년부터 1808년 사망할 때까지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며 유명해졌다. W. A.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는 그녀를 위해 아르모니카, 플루트, 오보에, 비올라, 첼로를 위한 아다지오와 론도(K.617, 1791)를 작곡했다. 모차르트는 같은 해에 아르모니카를 위한 C장조 아다지오(K.356/K.617a)도 썼다.

마리안네 키르히게스너의 연주회 포스터(1806)

마리안네 키르히게스너의 연주회 포스터(1806) 프로그램에 모차르트의 아르모니카(독일식으로 ‘Harmonica’라고 표기됨), 플루트, 오보에, 비올라, 첼로를 위한 아다지오와 론도 K.617이 들어 있다.

아르모니카를 개량하려는 시도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발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릇을 자동으로 적시는 장치가 고안되었다. 그릇 아래쪽 틀에 홈을 파고 물을 넣어서, 축이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그릇 테두리가 물에 살짝 적셔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그릇이 회전하면서 아래 통에 담긴 물을 살짝 스치기 때문에 연주자가 따로 손가락을 적실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물이 그릇에 들어가면 음높이가 변하거나 소리가 흐려질 수 있어서, 복원 악기 연주자들은 이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손을 적시는 물그릇을 따로 사용한다.

다른 한 가지는 18세기 말부터 계속 시도된 것으로, 연주자의 손가락이 그릇에 닿지 않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연구되었다. 이것은 연주자의 건강과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1)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의 헤셀(Hessel, 1782), 브라티슬라바의 H. 클레인(H. Klein), 괴를리츠의 뢸리히와 D. J. 니콜라이(Röllig and D. J. Nicolai, 1784), 미국의 프랜시스 홉킨슨(Francis Hopkinson, 1787) 등이 여러 종류의 건반을 장치했고, 비르투오소 아르모니카 연주자 P. J. 프릭(P. J. Frick)은 1769년에 그릇의 진동을 줄이기 위한 패드를 소개했다.

1779년 마추키(Mazzucchi)는 이 악기에 바이올린 활을 사용했다. 하지만 연주 속도와 기능 측면에서 개선되는 점이 있더라도, 음질 면에서는 직접 손으로 연주하는 것에 비할 수 없었다.

아르모니카의 독특한 음색은 프랑스, 독일의 여러 과학자와 낭만주의 작가, 작곡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로 『』(Encyclopédie) 집필에 참여한 디드로(Denis Diderot, 1713 ~ 1784)나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 1832)가 이 악기의 음색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 ~ 1848)가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1835)에서,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 ~ 1921)가 “동물의 사육제”(Carnaval des animaux, 1886) 중 제7곡 ‘수족관’에서 아르모니카를 사용하는 등 19세기에도 종종 이 악기를 염두에 둔 작품들이 작곡되었다.

그러나 유리의 파손 위험이 크고, 큰 연주회장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작은 음량 때문에 아르모니카는 점차 플루트, 첼레스타, 글로켄슈필 등의 다른 악기로 대체되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첫 부분 자필 악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첫 부분 자필 악보 ‘Harmonica’라고 표시되어 있는 가장 위의 성부는 아르모니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첼레스타나 글로켄슈필 등 다른 악기로 대체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3) 글래스 하모니카의 부활

아르모니카의 전성기였던 1830년대까지도 글래스 하프는 여전히 호소력을 잃지 않았다. 아르모니카 연주자들은 글래스 하프도 겸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글래스 하모니카가 부활한 20세기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21세기의 글래스 하모니카 연주자들은 글래스 하프 외에도 크리스탈 바셰트(Cristal Baschet) 등 문질러서 연주하는 여러 가지 유리 악기들을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20세기에 독일 비르투오소 브루노 호프만(Bruno Hoffmann)이 모차르트의 5중주 K.617을 녹음하면서, 글래스 하모니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부활했다. 호프만은 이 외에도 요한 노이만(Johann Gottlieb Naumann, 1741 ~ 1801) 등 여러 작곡가의 아르모니카 레퍼토리를 발굴하여 녹음을 남겼다. 미국의 음악가 겸 유리 장인 제러드 핑켄바이너(Gerhard B. Finkenbeiner, 1930 ~ 1999)는 1960년대에 이 악기를 재발견하고, 1984년에 프랭클린의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글래스 하모니카를 재생산했다.

그는 불어서 만든 투명한 유리관 가운데를 잘라 두 개의 그릇을 만드는 식으로 이 악기를 제작했다. 핑켄바이너의 악기는 유리그릇 테두리에 색을 둘러 음높이를 구분한 오리지널 악기의 아이디어를 따 오기는 했지만, 여러 색을 쓰지 않고 금색 테두리로 반음을 표시하여 단순화했다. 핑켄바이너 사(Finkenbeiner Inc.)는 2014년 판매용 버전을 내놓았으며, 납을 함유하지 않은 석영으로 그릇을 제작하고 있다.

악기가 복원 생산되면서 원전연주도 늘어났다. 21세기에도 많은 유리 악기 연주자들이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발굴하여 연주, 녹음해 왔으며, 새로운 레퍼토리도 계속 창작되고 있다.비르투오소 글래스 하모니카 연주자이자 학자인 토마 블로크(Thomas Bloch)에 따르면, 1917년까지 이 작곡되었다고 한다.

3. 글래스 하모니카 관련 악기

크리스탈 바셰트(Cristal baschet)

프랑스의 악기제작자 겸 예술가인 베르나르 바셰트와 프랑수아 바셰트(Bernard와 François Baschet)가 1952년에 발명한 마찰식 유리 악기이다. 크리스탈 오르간(Crystal organ) 또는 크리스탈 디 바셰트(Cristal di Baschet)라고도 한다.

크리스탈 바셰트

크리스탈 바셰트

이 악기는 독일 음향학자 (Ernst Chladni)가 글래스 하모니카를 변형시켜 만든 오이폰(Euphon)과 클라비칠린더(Klavizylinder)를 현대적으로 다시 변형한 것인데, 반음계로 조율된 금속막대를 수직으로 배열하고, 여기에 유리막대들을 수평으로 닿도록 배열한 후, 이를 젖은 손가락으로 문질러 연주한다. 유리막대의 두께와 길이는 모두 같다. 금속막대 위쪽에 금속 블록들을 부착하여 공명을 강화하고, 불꽃 모양으로 재단한 금속 깔대기(Corns)를 이용하여 소리를 증폭한다.

참고문헌

  • “Chladni, Ernst.” (Grove Music Online).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 “Glass Harmonica.” .
  • “Glass harmonica.”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 “Hoffmann, Bruno.” (Grove Music Online).
  • “Kirchgässner, Marianne.” (Grove Music Online).
  • “Klavizylinder.” (Grove Music Online).
  • “Musical Glasses.” (Grove Music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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