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크네

아라크네

신화 속 여인

[ Arachne ]

요약 아라크네는 리디아의 콜로폰 출신의 베 짜는 여인이다. 빼어난 베를 짜는 솜씨와 자수 솜씨를 자랑하는 아라크네는 자신의 실력이 직물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에 못하지 않다고 자만하여 여신과 내기를 한다. 아라크네의 실력에 신들도 감탄했지만 신을 조롱하는 대담한 장면을 그려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산다. 아테나 여신은 아라크네를 영원히 베를 짜는 거미로 변신시킨다.
르네 앙투안 우아스, 미네르바만큼 수를 잘 놓는다며 경쟁하려던 아라크네를 쫓아 거미로 변신시키는 미네르바, 1661년경

르네 앙투안 우아스, 미네르바만큼 수를 잘 놓는다며 경쟁하려던 아라크네를 쫓아 거미로 변신시키는 미네르바, 1661년경

외국어 표기 Αράχνη(그리스어)
구분 신화 속 여인
상징 거미
관련 사건, 인물 아테나

아라크네 인물관계도

아라크네는 리디아 출신의 여자로 콜로폰의 염색 기술자 이드몬의 딸이다.

신화 이야기

아라크네는 리디아 출신의 여자로 콜로폰의 염색 기술자 이드몬의 딸이다. 비록 초라한 집안 출신이지만 아라크네의 빼어난 베를 짜는 솜씨는 명성이 높아 주변 숲의 님페까지도 아라크네를 찾아와 그 솜씨에 감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라크네는 겸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베 짜는 여인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큰소리친다. 그녀의 교만은 하늘을 찔러 아테나 여신의 귀에 들어간다.

아테나 여신은 노파로 변장하고 아라크네를 찾아가 아테나 여신에게 겸손하게 용서를 구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아라크네는 되려 노파를 꾸짖으며 왜 아테나 여신이 자신의 도전을 피하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아테나는 노파의 모습을 벗고 여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자리에 있던 님페와 리디아의 여인들은 모두 아테나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렸지만 아라크네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자신의 실력을 굳게 믿고 있는 아라크네는 여신의 등장에도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아라크네는 인간이 신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불행의 구덩이로 뛰어든다. 이렇게 신과 인간의 한판승부가 시작된다.

아테나 여신은 제우스를 중심으로 높은 왕좌에 근엄하게 앉아있는 올림푸스 12신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수놓는다. 그리고 신에게 도전한 인간은 어떤 벌을 받을지 예상할 수 있는 미세화를 네 귀퉁이에 짜 넣는다.

스스로를 제우스와 헤라라고 칭한 대가로 산으로 변해버린 트라키아 왕 하이모스와 그의 아내 로도페, 헤라와의 다툼에서 지고 학이 되어 자신의 백성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키그마이이족의 여왕의 비참한 운명, 감히 헤라와 미모를 다투다 황새로 변한 라오메돈의 아름다운 딸 안티고네, 헤라의 저주를 받아 돌계단으로 변해버린 딸을 부둥켜안고 우는 키니라스의 모습 등 신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들의 비참한 최후를 수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리브 가지로 가장자리를 둘러서 마무리한다. 이렇게 아테나는 신성을 강조하고 신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반면 아라크네는 올림푸스 주신들의 애정행각을 화려하게 베틀에 펼쳐 놓는다. 황소, 독수리, 백조, 황금 소나기, 불, 목자, 뱀으로 변신하여 불륜을 저지르는 제우스, 사나운 황소와 숫양과 말과 돌고래로 변신하여 여성을 겁탈하는 포세이돈, 에리고네를 속이기 위해 포도송이로 변한 디오니소스와 헤라의 눈을 피해 말로 변신하고 오케아노스의 딸 필리라에게 접근한 크로노스 등을 묘사하고 담쟁이 덩굴과 꽃들로 가장 자리를 마무리한다.

알렉상드르 위벨레스키, 아라크네의 작업을 살펴보는 미네르바, 17세기경

알렉상드르 위벨레스키, 아라크네의 작업을 살펴보는 미네르바, 17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시합이 끝났을 때 아테나는 물론 질투의 여신 젤로스조차도 아라크네의 훌륭한 솜씨를 부정할 수 없었다. 제 아무리 여신이라 해도 도저히 흠잡을 데가 없었던 것이다. 금발의 처녀신 아테나는 경쟁자 아라크네의 탁월한 손재주에 마음이 상한다. 결국 여신은 신들을 모욕한 불경스런 아라크네의 작품을 찢어 버린다. 그리고 회양목 북을 들고 아라크네의 이마를 서너 번 내리친다. 이드몬의 딸 아라크네는 억울한 마음에 들보에 목을 매고 만다. 아테나 여신은 불쌍한 생각이 들어 아라크네를 살린다. 하지만 목숨을 보존하는 대가는 아라크네에는 어쩌면 죽음보다도 더 가혹할 수 있다.

거미로 변하는 비참한 아라크네

거미로 변하는 비참한 아라크네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 1861

여신이 아라크네에게 헤카테의 액즙을 끼얹자 그녀의 몸이 변하기 시작한다. 머리카락도 빠지고 코와 귀도 사라지고 머리는 물론 몸 전체가 작아졌다. 그리고 양쪽 옆구리에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자라났다. 그녀는 평생 줄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거미로 변한 것이다.

신화 해설

그리스 신화를 보면 뛰어난 자신의 재주를 믿고 감히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거나 신을 업신여기고 모욕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사람들이 나온다. 아라크네도 예외가 아니다. 아라크네는 베 짜기 분야의 탁월한 명인이다. 그녀는 베 짜는 여인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을 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해 확신에 차있다. 대단한 장인 정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자신감은 결국 화를 불러 영원히 같은 모양으로 실을 짜야 하는 거미로 변하고 만다.

돈 디에고 로드리게즈 다 실바 이 벨라스케즈, 실 잣는 사람들 (아라크네의 우화), 1657년

돈 디에고 로드리게즈 다 실바 이 벨라스케즈, 실 잣는 사람들 (아라크네의 우화), 1657년 © The Bridgeman Art Library - GNC media, Seoul

아테나 여신의 분노에 아라크네의 창조적인 훌륭한 능력은 사라지고 그녀는 단순한 모양의 실을 잣는 거미로 변신한 것이다. 여신에게 도전한 여인 아라크네에게 우리는 신에게 도전하는 교만함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얻어야 하는 걸까. 겸손함이 미덕이라는 교과적인 도덕심을 배워야 하는 걸까. 비록 거미로 변하고 말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믿고 신들의 진실을 낱낱이 고하는 그녀의 용기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라크네의 위풍당당한 장인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고자료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오비디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