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구분

시대구분

[ 時代區分 ]

고고학에서 연속적인 문화의 커다란 변화를 기준으로 나누는 작업으로, 시대구분과 그 연대를 설정하는 작업은 선사문화를 연구하는데 기본적인 문제 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선사문화의 틀과 변천과정을 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고학의 시대구분은 19세기 전반 처음으로 삼시대법(Three Age System)이 제기되었다. 즉, 톰센(Thomsen)은 1836년에 간행된 덴마크 국립박물관 안내책자에 무기와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된 도구에 따라 돌, 청동 및 철의 순서로 구분 설명하였다. 그의 제자인 월사에(Worsaae)가 층서적인 발굴을 통해 이를 보완하면서 선사시대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으로 나누는 삼시대법이 완성되었다.

이 구분은 유럽 등지에서 한동안 사용되었으나 20세기 초반부터 삼시대법이 점차 비판되었고,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C14연대측정법이 보편화되고 문화가 다양하게 설명되면서 도구발전에 따른 시대구분은 더 이상 유럽의 선사문화를 설명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유럽의 고고학 개설서인 ‘유럽의 선사학(The Prehistory of Europe)’에서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으로 분류하고 있어 삼시대법이 비교적 늦게까지 고수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최근에 나온 ‘선사시대의 유럽(Prehistoric Europe)’에서는 시대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문화의 변천에 따르는 시기구분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삼시대법은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하였고 유럽과는 다른 시대구분이 이루어졌다. 즉 윌리(G.R.Willey) 등은 미국의 선사문화를 석기(Lithic), 고기(Archaic), 형성기(Formative), 고전기(Classic), 후기고전기(Post Classic) 단계 등으로 나누고 있다. 미국은 지역적으로 워낙 넓어서 문화의 발전단계가 각기 다르고 획일적인 시대구분의 의미가 적기 때문에 지역별로 다른 문화발전 단계가 제시되고 있다.

중국에서의 예를 보면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에 뒤이어 상주시대(商周時代), 진한시대(秦漢時代) 등 왕조로 설명되고 있다. 일찍이 왕조가 등장하였고 역사의 시작이 청동기시대까지 소급되기 때문이다. 한편 장광직(張光直)은 중국의 선사문화를 구석기시대, 초기농경기, 신석기문화기, 문명의 시작, 초기문명기 등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는 미국고고학의 시각에서 시대구분을 한 것이다.

일본은 고고학이 형성되는 초기에 유럽의 고고학을 충실히 받아들였는데 선사시대를 구석기시대(先土器時代, 無土器時代), 죠몽시대(繩文時代), 야요이시대(彌生時代), 고분시대(古墳時代)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구분은 삼시대법을 일본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차이점은 야요이시대가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를 포괄하고 있고, 고분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설정한 점이다. 고분시대(A.D.300-593)란 고총고분이 등장한 시기를 말하는데 아직 국가가 발생되기 이전 단계이며 아스카시대(飛鳥時代)를 시점으로 하는 역사시대와 접목된다.

이상과 같이 삼시대법은 유럽과 미국 고고학계에서 현재 사용되지 않으나 고고학이 학문적으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삼시대법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고고학의 연구전통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고고학의 시대구분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초기철기시대, 원삼국시대, 삼국시대 등이 통용되어 왔다. 이러한 시대구분에 대하여 이미 여러 사람들에 의해 문제점이 지적되고, 일부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아직까지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전환되는 시기인 초기철기시대와 원삼국시대이다. 이를 삼한시대로 하자는 주장과 철기시대로 부르자는 주장이 있다.

고고학에 있어서 시대구분이란 연속적인 문화를 절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커다란 문화적인 변화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각 시대의 문화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시대명칭은 삼시대법에서 사용되었던 도구의 명칭에서 벗어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적인, 혹은 사회적인 특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은 마치 고고학자가 유물을 분류할 때 여러 가지의 형식분류가 나올 수 있듯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대구분이 제시되고 있다.

참고문헌

  • 한국고고학에서 시대구분론(최성락, 황용훈교수정년퇴임기념논총, 1995년)
  • In the Beginning(B,Fagan, Harper Collins, 1991년)
  • 시대구분에 대한 일견해(노혁진, 삼불김원용교수정년퇴임기념논총-고고학편, 1987년)
  • Archaeology of Ancient China(Kwang-chih Chang, Yale University Press, 1986년)
  • 新中國的考古發現和硏究(中國社會科學院考古學硏究所, 文物出版社, 1984년)
  • 日本考古學槪論(薺藤忠, 吉川弘文館, 1982년)
  • 한국고고학에 있어서 시대구분문제(김정배, 한국학보 14, 1979년)
  • The Method and Theory in American Archaeology(G.R.Willey and P.Phillps, Chicago, 195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