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파

린파

[ Rinpa , 琳派 ]

요약 17∼18세기에 일본에서 유행한 장식적 기법의 화파.
오가타 고린 <팔교도병풍>

오가타 고린

17∼18세기 일본의 야마토에[大和繪] 전통에 중국의 수묵화 기법을 조화시켜 형성된 에도 시대[江戶時代]의 독창적인 장식화파이다. 린파의 명칭은 이후 메이지 시대에 붙여진 것으로 양식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기보다는 화파와 관련한 대표적인 인물인 오가타 고린(尾形光琳, 1658~1716)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다. '고린파'라고도 하며, 또 다른 주요 인물인 혼아미 고에츠다와라야 소타츠(俵屋宗達)의 이름을 따서 '고에츠파', '소타츠파', '고에츠·고린파', '소타츠·고린파' 등으로도 불린다.

린파의 장식적 양식은 에도 시대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의 산물로서 당시 귀족과 무사 계급의 호사스런 취향에 부합하여 애호되었다. 병풍, 부채, 두루마리, 목판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회화나 서화 뿐 아니라 기모노와 같은 섬유, 칠기, 도예 등의 공예품이나 벽화, 후스마(襖) 문을 장식하는 그림 등으로도 구현되었다.

헤이안 시대로부터의 일본 전통의 야마토에(大和繪) 전통을 계승한 린파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가노파(狩野派)와 비교하여 보다 일본적인 화파로 평가되기도 하며, 또한 19세기 이후 근·현대로 계승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근대 일본화의 형성에 기여한 점도 인정받고 있다.

배경과 역사

일본의 다른 화파들이 집안으로, 혹은 스승에서 제자로 계승된 반면 린파는 그와 같은 세습적, 조직적 계승보다는 유사한 화풍의 공유 및 계승이라는 보다 유연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린파 형성에 주요한 영향을 준 것은 교토 시 출신의 혼아미 고에츠와 다와라야 소타츠로, 이들의 양식은 헤이안 시대 화려한 궁중, 귀족 문화를 계승하였다. 고에츠와 소타츠는 주로 금색 바탕 위에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한 장식적이면서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였고, 고전적·문학적 소재를 자주 다루었다.

린파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발전한 것은 겐로쿠 시대(1688~1704)의 오가타 고린과 오가타 켄잔(尾形 乾山, 1663~1743.07.22) 형제에 의해서였다. 오가타 형제 역시 교토 시 출신으로, 특히 오가타 고린은 고에츠와 소타츠의 작품의 연구를 통해, 그 중에서도 소타츠 작품의 모사를 통해 린파 특유의 타라시코미(溜込) 기법과 화면 구성법 등을 익혔다. 그는 이를 기초로 보다 단순화되고 평면적인, 하지만 보다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독자적 화풍을 개척하며 린파의 형성과 발전을 이끌었다. 오가타 고린 역시 《겐지이야기, 源氏物語》나 《이세이야기, 伊勢物語》 등 일본 고전 문학에 기초한 작품을 남겼으며, 이를 보다 추상적이고 도상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오가타 고린의 장식적 양식은 그의 동생인 오가타 켄잔의 도예 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계승되었으며, 이후에는 사카이 호이츠(酒井抱一, 1761~1829) 등에 의해 이어졌다.

특징

린파의 주요 특징으로는 장식적이고 우아한 화풍과 다채로운 색채의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자연의 소재를 단순화하고 양식화한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과감하고 화려한 색채의 사용 또한 특징적이다. 특히 금박의 배경은 린파의 장식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다.

린파의 주요 기법으로는 안료가 마르기 전 그 위에 다른 층의 안료를 더해 번짐과 고인 듯한 효과를 내는 타라시코미 기법이 있으며, 주요 소재로는 《겐지이야기》나 《이세이야기》와 같은 헤이안 시대의 야마토 전통 문학이나 수묵 전통으로부터의 화조화나 자연 모티프, 사계절 등의 소재가 있다.

발전양상과 후대영향

린파의 화풍은 에도와는 대비되던 교토와 나라, 오사카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장식적 화풍은 이후의 일본 미술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에도 시대 후기에는 사카이 호이츠(酒井抱一, 1761~1828)와 스즈키 키이츠(1796~1858) 등에 의해 계승되었으며, 사카이는 고린의 회화 작품 등을 기초로 한 목판화 100여 점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문학적 소재보다는 사계절과 자연의 소재에 더 집중하였으며, 보다 세밀한 표현을 선보였다.

린파의 초기 작품은 19세기 도안집 등 여러 책자를 통해 전파되었으며, 회화나 서화, 섬유공예, 칠기, 도예 등뿐만 아니라 이후 나타난 우키요에나 일본화의 화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린파 특유의 장식적・조형적 양식은 근대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일본미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