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

전함

[ battleship , 戰艦 ]

요약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해상세력의 주력이 되었던 군함.
청진항 미주리호

청진항 미주리호

다수의대구경포(大口徑砲)를 장비하고, 함체를 두꺼운 장갑으로 방비함으로써, 포격전에서 가장 큰 공격 및 방어력을 발휘하였고, 순양전함과 함께 함대의 주력이 되어 해양의 지배자 역할을 하였다. 또한 전함은 항공모함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군함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19세기 후반부터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함의 질과 수가 곧 국력의 상징이 되고, 국제정치나 외교상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항공기의 발달로 인해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갑자기 그 실용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함대에서 중심적 지위를 항공모함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특히 대전 후에는 미사일 ·항공기 ·전자무기 등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서 완전히 무용화(無用化)되어, 거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전함의 전신(前身)은 19세기 후반에 건조되기 시작한 장갑함(裝甲艦:ironclad)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군함은 주로 증기기관으로 추진되고, 현측(舷側)을 두꺼운 갑철(甲鐵)로 장갑하였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함포를 장비함으로써 그 때까지 함대의 중심이 되어 왔던 전열함(戰列艦)과 자리를 바꾸게 되었다.

최초 장갑함은 1859년 진수한 프랑스 그로알이며, 이것은 5,600t의 목조로 된 선체에 10cm 두께의 갑철을 입혔고, 16cm 포 30문을 장치하고 있었다. 또한 다음해 진수한 영국의 기범병용(汽帆倂用)의 워리어(Warrior)는 9,000t의 철제함으로, 선체의 장갑두께가 11cm나 되고, 20cm포 38문을 장치해서, 전함과 장갑순양함의 원조(元祖)가 되었다. 그 후 선체의 중심선상에 선회식(旋回式) 주포탑(主砲塔)을 장비한 장갑함이 출현하였고, 선체도 대형화하여, 배수량 1만 t급의 것이 보편화되었으며, 범장(帆裝)도 거의 없어졌다. 청일전쟁 때의 청국함대의 주력함이었던 딩위안[定遠]과 전위안[鎭遠]은 독일에서 건조된 당시의 전형적인 중형(中型) 장갑함이다. 1895년 진수한 영국의 장갑함 머제스틱(Majestic:1만 4900t, 18kn, 30cm포 4문, 15cm포 12문)에 이르러 근대식 전함의 형태가 갖추어지게 되고, 그 후 각국에서 이와 같은 군함을 전투함 또는 전함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편 장갑의 자질이 더욱 향상되었으며, 포력(砲力)을 증강시키기 위해 40∼43cm 구경의 주포를 30cm로 축소하는 대신 15cm의 부포(副砲)를 장착하였다. 그러나 사상 최초로 전함끼리의 함대결전이 있었던 러일전쟁에서 대구경포를 장비한 전함이 해전에서 결정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입증되어, 이 교훈에 의해서 영국은 1905년 전함 드레드노트(Dreadnought)를 불과 1년 만에 건조하였다. 이 전함은 1만 7900t, 21kn로, 부포를 없애고, 30cm의 단일구경의 함포 10문을 장비하고 있었으며, 이 전함의 출현으로 종전까지의 전함의 가치가 일거에 소멸되었다. 그 후 이런 종류의 전함을 노급함(弩級艦)이라 하였고, 34cm 이상의 주포를 장비한 전함에 대해서는 초노급 전함이라 하였으며, 대함거포 시대의 막이 올랐다.

드레드노트와 거의 같은 시기(1909)에 영국에서는 전함의 포력과 순양함의 속력을 겸비한 대형 장갑함 인빈시블(Invincible)을 건조하여 순양전함이라고 하였으며, 이것은 전함과 함께 주력함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렀다. 대전 말기의 전함은 순양전함의 속력과 전함의 공방력(攻防力)을 겸비하게 되고, 배수량 4만 t에, 주포의 구경 40cm 정도의 것이 출현함으로써 그것을 고속전함이라고 불렀다.

1921~1922년 워싱턴 군축조약에 의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의 5대 해군국은 건조 중에 있던 주력함의 건조를 중지하게 되고, 전함은 배수량 3만 5000t, 주포 40cm 이내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기성함(旣成艦)을 폐기하게 되어, 드레드노트의 출현으로부터 시작된 대함거포시대가 일단 막을 내렸다. 그 후 1934년 독일의 재군비로 인해서 여러 나라에서는 다시 새로운 전함건조에 착수하게 되어 일본에서는 세계 최대의 야마토[大和:6만 4000t, 27kn, 45 ·46cm 주포 9문]형 전함을 건조하였다. 이 때에 건조된 새로운 전함은 모두 고속전함이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다시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즉, 그 하나는 미국의 알래스카형 대형순양함(2만 6000t, 30cm포 9문) 및 독일의 샤른호르스트형 전함(3만 1800t, 28cm포 9문)과 같이, 속력 32∼33kn의 중형함(中型艦)으로, 다분히 순양전함의 성격을 띤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야마토형 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에 대부분의 전함이 폐기되고, 미국의 아이오와형(4만 5000t, 31kn, 40cm 포 9문) 4척 중 뉴저지 1척만이 베트남전쟁에서 연안포격용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