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서정시

[ 抒情詩 ]

요약 시의 3대 부문(서사시·서정시·극시)의 하나로 작자 자신의 감동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읊은 운문으로 된 문학 작품.

유럽어의 리리크(lyric)에 해당하는데, 리리크의 어원은 하프를 닮은 고대 그리스의 악기인 리라에 맞춰서 하는 노래(리리코스)이다. 오르페우스나 바커스의 신화가 운율과 음악을 결부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호메로스서사시가 악기에 의하여 불려졌다고 하지만 그것을 서정시로 볼 수는 없다. 감동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노래한 리리크는 시형(詩形)이 짧고 그 시 자체가 음악적 리듬을 지니고 있다. 이미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 로마의 대시인 호라티우스에 의해 수준 높은 음창시(吟唱詩)가 쓰여졌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등에 나타난 여러 신과 영웅들 대신, 그리스·로마의 서정시에는 인간 그 자체의 존엄(尊嚴)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서정시는 주관적인 개성의 문학인 동시에 자신의 감정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시의 장르로서 서정시가 문학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한 것은 중세의 시인들에 의해서였는데, 인간 개인의 종교적 정조(情操)에 바탕을 둔 사랑의 노래가 번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근세에 들어와 페트라르카, 셰익스피어, 워즈워스 등에 의해 근대 서정시는 완성되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파의 주관적·신비적 풍조는 근대 서정시를 화려하게 꽃피웠다. 고전주의합리주의, 질서와 논리에 반기를 든 낭만주의파의 주장은 종교개혁이 성황을 이룬 나라들에서 가장 강렬하였다. 독일에서는 괴테와 실러가 '질풍노도(疾風怒濤:슈투름 운트 드랑)' 운동을 통하여 자아(自我)를 구가하였고, 슐레겔 형제, 브렌타노, 아이헨도르프, 하이네, 잔파울, 휠더린, 크라이스트 등이 이를 이었다.

그 후 신낭만주의 대두시대에는 독일에서는 데멜, 게오르게, 릴케, 호프만스탈 등이, 영국에서는 번스, 블레이크, 셸리, 키츠 등이, 프랑스에서는 롱사르, 라마르틴, 위고 등이 대표적 시인으로 근대 서정시의 황금시대를 이룩하였다. 그들은 연애를 찬미하였고 생활의 기쁨과 슬픔과 고뇌를 노래하였으며, 때로는 예술지상주의자가 되었고, 때로는 탐미주의자가 되기도 하였다.

서정시의 형태는 그리스의 시형이 원형이며, 발라드[譚詩]·엘레지[悲歌]·오드[頌歌] 등의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네트(14행시)로서 단테나 페트라르카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셰익스피어도 또한 뛰어난 소네트 작가였다. 릴케의 《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는 그 걸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근대 서정시는 19세기 말이 되자 보들레르나 투르게네프 등의 시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자유시 또는 산문시의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근대문명의 여러 가지 모순이 예민한 시인들로부터 고전적인 시형을 빼앗았다.

한국에서는 신라 경덕왕 때 《도솔가(兜率歌)》를 지은 월명사(月明師)를 비롯하여 역시 같은 신라 때의 최치원(崔致遠), 고려시대의 이규보(李奎報), 조선시대에 들어와 황진이, 최근세와 현대에 걸쳐 김소월(金素月)· 한용운(韓龍雲)·정지용(鄭芝溶)·김광균(金光均)·김영랑(金永郞)·조지훈(趙芝薰)·박목월(朴木月) 등을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그후에 나타난 시인들 또한 대부분 서정에 바탕을 두고 시작(詩作)을 하는 것은 시의 본령이 역시 서정시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