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낙태죄

[ 落胎罪 ]

요약 자연분만기에 앞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내에서 태아를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부터 사람이 되기까지의 생명체이며, 수술을 하든 약물을 사용하든 낙태의 방법과 수단에는 제한이 없다. 태아를 살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낙태죄는 중세 교회법에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태아의 생명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이해했던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오늘날에는 주된 보호법익으로서 태아의 생명뿐만 아니라 임신한 부녀의 신체도 부차적인 보호법익으로 인정되고 있다.

법률 규정

형법상 부녀 스스로 낙태를 하는 자기낙태죄가 기본적 구성요건(해당 범죄유형에서 본질적이고 공통적인 표지를 갖추고 있는 구성요건)이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69조 제1항).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는 동의낙태죄의 처벌도 동일하다(동법 제269조 제2항).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는 업무상 낙태죄는 가중적 구성요건(형벌을 가중하는 사유가 포함된 구성요건)으로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동법 제270조 제1항),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하는 부동의 낙태죄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동법 제270조). 이 가운데 제269조 제1항의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인 의사낙태죄 조항에 관해서는 2019년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으며,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였다.

한편, 〈모자보건법〉 제28조에 따라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한 자에게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제270조 제1항 적용을 배제하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인공 임신중절수술 사유로는 ① 부모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② 부모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으며(모건보자법 제14조 제1항), 인공 임신중절수술은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전제로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한 수술일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해외 동향

196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낙태의 자유화 내지 낙태의 비범죄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독일은 1974년 형법 개정을 통해 임신 12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는 기한 방식을 도입하였으나, 이 규정은 태아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았고, 1995년에 이르러 기간 방식과 상담 제도가 결합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즉, 임신 12주 이내에 낙태를 요구할 수 있고, 최소한 수술 3일 이전에 상담 증명서를 받아 의사가 수술한 경우에 허용되며, 낙태 이외에 임신한 여성의 현재와 미래의 생활관계를 고려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의 중대한 위험을 제거할 방법이 없는 때 허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Roe v. Wade’ 사건에서 임신한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외에 낙태를 금지하고 있던 텍사스 주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성폭력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제인 로(Jane Roe)라는 가명을 사용한 여성이 텍사스주 댈러스의 지방검사 웨이드(Wad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사건이었다. 단체소송으로서 이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셋이었는데, 특히 Roe는 텍사스주의 낙태금지규정이 미연방수정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해당 규정의 위헌 선언을 청구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3분기 구분 방식을 제시하였다. 임신 초기 3개월까지의 낙태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과 여성의 프라이버시권은 임신을 중지시킬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포함할 만큼 광범위하다는 점을 이유로 임신 후 첫 3개월 간 낙태에 대한 자유로운 결정권을 갖고, 다음 3개월은 정부가 합리적인 규제를 할 수 있으며, 세 번째 3개월 동안에는 태아가 모체의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추정되므로 국가가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4주 이내에서 낙태를 결정하는 것을 헌법상 프라이버시권으로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입장은 그 후로도 유지되었다. 그러나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은 헌법이 24주 이내의 낙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기존의 판례를 폐기하면서, 낙태의 불법 여부는 각 주의 법률이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국제인권에서의 여러 기준들은 낙태의 비범죄화를 촉구해왔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이나 UN 건강권 특별보고관 보고서 등에서는 가능한 낙태를 하는 여성에게 부과되는 형벌 조항을 폐지하도록 권고하였다. 실제로 낙태에 대한 처벌은 낙태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임신 초기인 12주까지 본인 요청에 의한 임신중절을 허용한다. 스웨덴은 18주까지 본인 요청에 의해 가능하고, 이탈리아·핀란드 등은 12주, 영국은 24주까지 사회경제적 사유를 허용한다. 낙태가 전면 금지인 국가는 엘살바도르·몰타·니카라과·도미니카공화국·칠레·남수단이다.

국내 동향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는 2012년에 낙태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2019년에는 위헌판결을 내렸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 조항(형법 제269조 제1항)에 관한 2012년 결정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또한,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의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과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현재보다 훨씬 더 만연하게 되고 성교육과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낙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점,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의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한다는 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2019년 결정에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았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임신의 유지·종결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라는 점, 지금의 의료기술이 뒷받침될 경우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는 점, 모자보건법상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인공임신중절수술 사유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으로 보았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므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의 개선입법을 촉구하되,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참고로 4인의 헌법불합치 의견과 달리 3인의 단순위헌 의견에서는 임신 제1 사분기에 해당하는, 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참조항목

낙태

역참조항목

영아살해죄, 대향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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