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문학

스페인 문학

다른 표기 언어 Spanish literature , 西班牙文学

요약 스페인 문화 및 역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카스티야 문학의 총체(→ 카스티야 방언).

목차

접기
  1. 태동에서부터 중세까지
  2. 13세기의 스페인 문학
  3. 14세기의 스페인 문학
  4. 15세기의 스페인 문학
  5. 16세기의 스페인 문학
  6. 17세기의 스페인 문학
  7. 18세기의 스페인 문학
  8. 19세기의 스페인 문학
  9. 20세기의 스페인 문학
  10. 특징

가톨릭교를 바탕으로 문화가 발전해온 스페인은 문학에서도 종교적 전통이 이어졌다. 13~14세기에는 식자층의 승려문학이 등장했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남녀간의 애정으로 옮겨간 문학이 선보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스페인 문학은 다양한 형태의 소설이 등장하면서 크게 발전했고, 이때 연극도 형성되어 16세기말까지 발전했다. 17세기에는 16세기 중반에 등장한 악한소설이 강한 풍자로 전환되었고,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비관주의 등으로 인해 근대 사실주의 소설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크 시대에 들어서자 여러 분야에서 산문이 등장했고, 18세기에는 계몽주의가 유입되면서 문학이 퇴조하였다.

19세기초에는 스페인에서도 예외 없이 유럽의 낭만주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었고, 이어사실주의, 자연주의 문학으로 이어졌다. 20세기에는 스레인의 국가의식 문제와 현대인의 실존 문제를 다룬 '98 세대'라 불리는 청년작가들의 문학운동이 일어났다.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

태동에서부터 중세까지

오랜 옛날 스페인에는 남쪽에서 유입되어 반도의 남부와 동부에 정착한 이베로족과 피레네 산맥을 통해 들어와 북부 지방에 정착한 겔트족이 거주했는데, 이들은 이후 셀티베로족의 기원을 이루었다. 또한 BC 9세기경에 해양 민족인 페니키아인들이 상업활동을 목적으로 들어와 그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전수했으며, BC 7세기경에는 그리스인들이 반도 동부에 정착하면서 그들의 우수한 문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BC 237년경 로마인들과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온 카르타고인들 사이의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하면서 스페인은 마침내 로마 제국의 일부분이 되었다.

스페인은 이후 5세기초까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다시 게르만 민족의 침공을 받기에 이르렀다. 지금의 안달루시아 지방에 자리잡은 반달족은 이후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로 건너갔으며, 북서지방에 정착한 수에보족, 그리고 중앙 고원과 오늘날의 포르투갈 지역인 루시타니아 지방에 정착한 알라노족은 다시 573년 가장 문명화된 게르만 민족인 비시고도(서고트족) 왕국에 의해 완전히 정복되었다. 또한 자신들의 아리안교마저 포기하고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고 라틴어를 공식어로 사용하면서 스페인 민족의 제도와 풍속에 동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이들 비시고도족도 711년에 침공해온 아랍인들에게 점령당했다.

스페인은 끊임없이 국토회복전쟁을 치르면서 1492년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국왕(가톨릭 국왕 부처) 시기에 아랍인들을 완전히 스페인에서 추방하여 마침내 이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아랍인 통치 지역에 남아 있던 '모사라베'라고 불린 그리스도교도와 그리스도교도 사이에 남아 있던 '무데하르'라는 아랍인들로 인해 11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많은 모사라베들이 사는 도시에서는 그들의 말이 아랍어보다 우세했고, 이슬람교도들 가운데서도 많은 박식한 시인들이 그리스도교도들의 로망스어를 잘 알고 있었다(→ 모사라베어).

그리고 많은 이슬람교도들 또한 일상생활에서 로망스어를 빈번히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르자'라는 문학 형태가 등장하게 되었다(→ 아랍 문학). 하르자는 아랍어와 히브리어로 쓴 '무와슈샤흐'라는 시의 마지막 연에 해당하는 짧은 노래 또는 시구를 말한다.

모사라베인들이 사용했던 통속어로 씌어진 수많은 하르자는 주로 이성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노래로서 주제나 어휘, 표현에서 그이후에 출현하는 갈리시아-포르투갈 서정시나 카스티야 서정시와 매우 유사하다. 하르자는 이같은 서정시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11세기에 나온 것으로 스페인 문학의 기원으로 인정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서정시로 간주되었던 프로방스 시를 포함한 로망스어로 씌어진 모든 서정시의 기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처음으로 기록된 가장 구체적인 문학 형태는 1140년경에 씌어진, 현존하는 스페인 최고의 무훈시 〈시드의 노래 Cantar de mío Cid〉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국토회복기의 국민적 영웅인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의 무훈을 노래한 스페인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역사적 가치 외에도 작품의 뛰어난 사실주의와 휴머니즘, 섬세한 표현 등으로 인해 프랑스의 〈롤랑의 노래〉, 독일의 〈니벨룽겐의 노래〉와 함께 유럽의 3대 서사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3세기의 스페인 문학

13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쟁의 소요가 가라앉음에 따라 신앙심을 고조시키려는 의도에서 신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식자층의 승려문학이 등장했다. 종교적·문학적 성격이 짙은 승려문학은 주로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의 생애 및 신앙심 깊은 전설과 고전 이야기 등을 다루었다. 이 장르의 대표적 작가로는 스페인 문학에 최초로 이름이 알려진 곤살로 데 베르세오를 들 수 있다.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그의 대표작 〈성모 마리아의 기적 Milagros de Nuestra Señora〉은 대중적이고, 섬세하며 깔끔한 문체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14세기의 스페인 문학

14세기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열기가 남녀의 애정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세속적인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이 최초로 선보였다.

가장 뚜렷한 개성을 보인 시인으로는 〈가연지서 Libro de buen amor〉를 쓴 14세기의 후안 루이스이다. 14음절의 4행시 형식으로 총 1,728연에 이르는 이 작품은 르네상스 기운이 엿보이는 14세기 스페인 사회의 세속적인 모습을 15가지의 사랑과 기술을 통해 보여주며, 작가의 종교적 의도와 인간의 관능적인 사랑의 추구라는 2가지 세계를 교차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사실주의와 그 서정적 요소 등으로 인해 이미 12세기 〈시드의 노래〉로부터 시작한 스페인 사실주의 문학의 전통에 큰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고, 그 기지와 해학성 등은 후에 이른바 '악자소설'의 기법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14세기의 산문문학에서는 돈 후안 마누엘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의 현명왕 알폰소 10세의 조카인 그는 최초의 스페인 소설 〈파트로니오의 유쾌한 이야기 책 또는 루카노르 백작 Libro de los enxiemplos del conde Lucanor et de Patronio〉을 1335년에 완성함으로써 서구 문학사에서 장르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1348)보다 13년이나 앞섰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1부는 모두 51편의 모범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육적·도덕적 내용으로 삶의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작품 구성의 독창성과 뚜렷한 개성, 섬세한 문체, 작품 속에 두드러지는 동양적 요소들로 인해 가장 주목받는 14세기 산문작가로 평가된다.

15세기의 스페인 문학

스페인의 한 비평가는 〈돈 키호테〉가 나오지 않았다면 15세기에 페르난도 데 로하스가 쓴 〈셀레스티나 La Celestina〉가 스페인 최고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499년 출판되었는데, 많은 분량으로 인해 희곡이라기보다는 극소설 또는 대화체 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100여 년 앞서 씌어진 이 작품은, 칼릭스토와 멜리베아라는 두 청춘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것으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조소와 함께 전통 사회 체제에 대한 반발, 인간 평등 사상, 자아 의식의 발견 등을 중심 사상으로 하여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대적 전환기의 사상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의 이상주의와 사실주의는 작품 구성의 2개의 축으로 맞물려 전개되며 이러한 구조는 이후 〈돈 키호테〉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작품의 자연스러운 문체는 강한 표현력과 함께 당시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해 진정한 사실주의의 표본이 되고 있다.

16세기의 스페인 문학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의 열기는 드디어 스페인에도 근대정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스페인 문학은 16세기 중반에서 17세기에 걸쳐 공전의 대성황을 보였다.

그래서 이 기간을 특히 '황금시대'라고 부르고 있다. 이같은 스페인의 르네상스는 바르셀로나의 시인인 후안 보스칸 알모가베르의 서정시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페트라르카 이후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새로운 운율과 주제를 스페인에서 시도했던 그의 뒤를 이어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가 이탈리아풍의 시를 완성했는데, 이같은 혁신적인 그의 시는 특히 스페인의 서정시에 큰 영향을 끼쳤다.

16세기의 또다른 대시인으로는 페트라르카풍에서 시작하여 후에 종교적 세계로 전환한 루이스 데 레온을 들 수 있다. 그가 종교적이고 심오한 테마를 간결·소박한 문체로 표현하는 살라망카 학파의 시인들을 대표한다면, 페르난도 데 에레라는 세비야 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간주된다. 살라망카 학파에 비해 세비야 시인들은 장식적인 언어와 풍부한 이미지를 그 특징으로 했다.

스페인의 연극은 르네상스 시대, 다시 말해 1474~1556년경에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16세기말까지 발전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 극작가로는 스페인 연극의 실제적인 효시로 간주되는 후안 델 엔시나를 비롯하여 힐 비센테, 로페 데 루에다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후안 델 엔시나는 그의 연극의 사실적 영감과 점진적인 완벽성, 극적 요소보다는 희극적 요소의 우세함, 목동들의 자연스러운 표현, 완벽한 무대구성 등으로 인해 스페인 연극의 창시자로 인정된다.

로페 데 루에다는 대중들에게 연극을 선보인 최초의 작가로서, 대중적 취향을 지닌 단막극 형식을 개척했다.

16세기 문예부흥기를 통해 스페인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설이 등장했다. 대표적 형태로는 15세기를 풍미했던 기사소설과 함께 목가소설, 역사소설과 악자소설 등을 들 수 있다. 기사소설에서는 훌륭한 기사소설의 한 대계를 만들어내는 데 기원이 된 아마디스 데 가울라 이후 여러 작품들이 계속 그 맥을 이어 〈돈 키호테에 와서 완성을 본 뒤 쇠퇴해갔다.

르네상스와 함께 발생한 신플라톤적 이상주의가 문학에 반영된 장르가 바로 목가소설이다. 자연의 이상적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에 대한 관조와 사랑을 예찬하는 목가소설로는 1559년 호르헤 데 몬테마이오르가 쓴 〈라 디아나 La Diana〉를 들 수 있다. 주인공 목동 시레노와 디아나라는 처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목가소설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진정한 스페인적 소설 장르는 1인칭 형식의 풍자적 사실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악한소설이다.

악한소설은 익명의 작가가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 Lazarillo de Tormes〉가 나왔을 때인 1554년경에 시작되었다. 사회의 밑바닥 인생을 걷는 라사리요의 입을 통해 카를로스 5세 치하의 음울한 서민생활을 풍자적·해학적으로 매우 간결하게 묘사한 이 사실적 악한소설의 대표작은 이후 유럽 각지에 선풍을 일으켰

스페인 문예부흥기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신비주의 문학을 들 수 있다.

유럽에서의 신비주의는 중세를 특징짓는 운동이었지만 스페인에서는 16세기에 와서야 그 빛을 발하게 되었다. 스페인 가톨릭 신앙의 발로에서 시작한 신비주의 문학은 신과의 합일이라는 내적 종교체험을 문학으로 표현한 형태로, 대표적인 작가는 산타 테레사 데 헤수스와 산 후안 델 라 크루스 등이다.

17세기의 스페인 문학

17세기에 접어들면서 스페인은 제국의 정치적 패권의 상실과 함께 쇠퇴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에 의해 도입된 정신적 조화와 신중함, 낙관주의적인 세계관은 17세기에 이르면서 거의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현세적 삶에 대한 르네상스적 긍정과 찬양은 곧 모든 지상적 존재들은 필연적으로 소멸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러한 환멸의 체험은 17세기 문학과 예술을 규정짓는 도덕적 사상의 핵심을 구성했다. 이같은 바로크 예술의 특징으로는 개인적 기준의 우위, 과장을 추구하는 경향, 역동적 성격, 현실과 환상의 대조, 난해성, 현실의 만화적 왜곡 등이다.

시에서도 가르실라소의 우아한 자연성이 세심하게 다듬은 인위성으로 변해갔다.

17세기 시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과식주의를 대표하는 루이스 데 공고라 이 아르고테와 기지주의의 프란시스코 고메스 데 케베도 이 비예가스이다. 공고라 이 아르고테는 독특한 은유적 표현과 장식적·신화적 요소 그리고 신조어와 도치 문장 등을 사용해 절대적 미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황금시대 최고 시인의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케베도 이 비예가스는 여러 시 작품을 통해 그 특유의 기교와 재치, 경구, 말의 유희, 풍자로 도덕적 사상을 묘사함으로써 스페인의 가장 뛰어난 풍자 작가이자 가장 심오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부상했다.

17세기 소설문학에서 우리는 드디어 세계문학 속에 우뚝 선 거장 세르반테스와 만나는 영광을 맛보게 된다.

사실 세르반테스는 희곡·시·소설 등 매우 다양한 장르에서 〈8편의 희극과 8편의 단막극 Ocho comedias y ocho entremeses nuevos〉·〈파르나소의 여행 Viaje del Parnaso〉·〈모범 소설집 Novelas ejemplares〉(1613) 등 많은 작품을 창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르반테스를 세계적 작가군에 자리하게 한 작품은 1605년에 출판된 〈라 만차 출신의 재치 있는 시골양반 돈 키호테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이다.

편력기사 돈 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 판사를 중심으로 한 모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전형적 기사소설의 내용을 다루는 한편,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인물을 하나로 결합하는 예술적 시도로 인해 근대소설의 출발이라는 극찬과 함께 인류의 성서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이 시기의 소설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16세기 중반에 라사리요로 시작되었던 악한소설인데, 17세기의 악한소설은 바로크적인 성격을 지닌 더욱 신랄하고도 짙은 풍자로 전환되었으며, 진솔한 사실성과 고통스러운 비관주의 등으로 인해 근대 사실주의 소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마테오 알레만의 〈구스만 데 알파라체 Gán de Alfarache〉, 케베도 이 비예가스의 〈사기꾼 돈 파블로스의 삶〉과 비센테 에스피넬의 〈종자 마르코스 데 오브레곤의 생애〉(1618) 등이 있다.

스페인 연극의 황금시대는 서정시의 황금시대보다 다소 늦은 1590년경부터 시작해서 1681년 칼데론 데 라 바르카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특히 이 황금시대는 자연스러움과 간결함, 사실주의와 풍부한 시적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로페데베가 학파와, 더욱 기교적이고 심오한 감정과 이상을 표출하는 칼데론데라바르카 학파로 구분된다.

2,200여 편이나 되는 극 작품을 쓴 열정으로 로페 데 베가는 '재능의 불사조', '자연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그는 그 엄청난 작품 수에 못지 않게 진정한 스페인의 국민연극을 만들어냈기에 문학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활극). 아리스토텔레스의 3일치설을 무너뜨리고 무대에 자유를 부여한 그는 역사나 전설 속에서 테마를 찾아내 스페인 국민정신을 이루는 용기, 명예와 민중의 민주적 자주정신, 그리고 사랑 등을 무대 위에 연출해냄으로써 스페인 국민연극의 대표자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명예와 사랑의 문제를 그린 〈세비야의 별〉, 국왕과 지방 영주, 국민의 관계를 묘사한 〈가장 훌륭한 심판관은 국왕이로소이다〉와 지방 토호를 응징하는 농민 반란의 실화를 다룬 〈푸엔테 오베후나 Fuente ovejuna〉(1619) 등을 들 수 있다.

로페 데 베가의 추종자로는 〈세비야의 농락자와 석상의 초대객〉(1630)을 쓴 티르소 데 몰리나를 들 수 있는데 그는 등장인물의 성격 창조나 심리분석, 특히 여성 인물 창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돈 후안이라는 전설적 인물을 다룬 그의 이 대표작은 스페인 국내외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모차르트는 이에 영향을 받아 〈돈 조반니〉를 작곡했다. 또한 기옌 데 카스트로는 엘 시드의 로만세를 이용하여 〈엘 시드의 청년시절 Las mocedades del Cid〉(1618)이라는 역사극을 만들었는데, 이는 후에 프랑스의 피에르 코르네유의 〈르 시드 Le Cid〉(1636)에 영감을 주었다.

황금시대 연극에서 그 후반기를 대표하는 극작가로는 칼데론 데 라 바르카가 있다.

철학적·사상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사고와 형식의 엄격함이 작품의 개성을 이루는 그의 극작품은 시공을 초월하여 불변의 영원성을 부여해주는 숭고한 이상주의로서 이후 독일 낭만파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작으로는 숙명론과 자유의지론의 대결이라는 신학적 테마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들을 다룬 〈인생은 일장춘몽 La vida es sueño〉(1635)과 왕권에 의해 지켜지는 민중의 명예를 주제로 한 〈살라메아의 시장 El alcalde de Zalamea〉 등을 들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산문은 역사·종교·정치·문학비평·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

대표자로는 〈그리스도교 군주의 사상〉에서 작가의 정치사상을 다룬 사아베드라 파하르도와 〈비평꾼 El Criticón〉(1657)을 쓴 발타사르 그라시안을 들 수 있는데, 스페인어로 된 최고의 우의적 소설인 〈비평꾼〉은 이성과 감성의 상징을 통해 인간이 지닌 양면성을 종교적으로 그리고 있다.

18세기의 스페인 문학

18세기는 합스부르크 왕조가 멸망하고, 스페인 땅에 들어선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와 함께 계몽주의가 유입되면서 스페인 문학의 퇴조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처럼 스페인 문학이 프랑스 문학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자, 프랑스 문학의 무조건적 모방에 반발해 스페인의 전통문학을 수호하려는 강한 주체의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에서 가장 두드러졌는데, 독창적·서정적 감각이 결여된 시가 범람하는 가운데 일군의 시인들은 전통적인 시를 고수하면서 외래어의 유입을 막고 스페인어의 정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특징별로 살펴보면 공고라 이 아르고테와 케베도 이 비예가스의 영향이 압도적인 후기 바로크주의의 이그나시오 데 루산, 전통과 혁신을 공존시킨 계몽주의의 모라틴, 우화를 통해 계몽에 나선 신고전주의의 이리아르테와 전통을 고수해나가는 살라망카 시파의 시엔푸에고스, 후안 파블로 포르네르, 호세 킨타나, 그리고 에레라의 영향을 지켜 나가려는 세비야 학파의 알베르토 리스타 등을 들 수 있다. 18세기의 산문에서도 전형적인 계몽주의 문화의 흐름이 이어진다.

〈일반비평서설 Teatro crítico universal〉(1739)에서 인간의 무지와 경솔함을 비판한 페이호오, 당대의 고전주의 예술 이론을 집대성한 〈시학 Poética〉(1737)의 저자 이그나시오 데 루산, 〈모로코의 서한들 Cartas Marruecas〉(1793)이라는 비평적 애국주의의 작품으로 유명한 호세 카달소,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개혁의 메시지를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하면서 조국 발전의 진보적 개혁안을 제시한 18세기 최고의 지성인 호베야노스 등을 들 수 있다. 18세기 연극 또한 이같은 프랑스 모방파와 스페인 전통 고수파 사이의 대립 속에서 이 2가지를 적절히 조화시킨 페르난데스 데 모라틴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스페인의 몰리에르라고 불린 그는 〈노인과 소녀〉(1790)·〈여인들의 대답 El sí de las niñas〉 등의 작품 속에서 신고전주의라는 미학의 범주 내에서 극의 3일치성을 철저히 준수하며 스페인의 문제들을 자신의 희극 속에서 소화해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라몬 데 라 크루스 같은 뛰어난 작가들은 사이네테라는 단막 소극 형식을 만들어 서민적 생활을 사실적·풍자적으로 잘 그려내어 연극과 대중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19세기의 스페인 문학

19세기초 유럽의 여러 나라를 풍미했고 문학의 자유와 철저한 개인주의를 지향한 낭만주의 문학은 스페인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낭만주의 시대 최고의 서정시인이요, 극작가로 활약한 리바스 공작 사베드라는 스페인 낭만주의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돈 알바로, 운명의 힘 Don Álvaro o la fuerza del sino〉(1835)이라는 비극을 통해 스페인 연극의 개가를 알렸다. 이외에도 마르티네스 데 라 로사, 하르첸 부시, 가르시아 구티에레스와, 〈돈 후안 테노리오 Don Juan Tenorio〉(1844)를 쓴 호세 소리야는 스페인 전통에 근거하여 남아 있는 전설에 대한 이야기와 스페인 전통에 관한 주제를 열정적으로 극화하는 데 성공했다.

시에서는 스페인의 '바이런'이라 불리는 전기 낭만주의의 호세 데 에스프론세다 이 델가도와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후기 낭만주의 시인 아돌포 베케르를 들 수 있다.

염세주의적 성격이 강한 혁명적 낭만주의자인 에스프론세다 이 델가도의 효과지향적인 시에 비해, 베케르는 간결하고 절제된 시행을 통해 독창적으로 비극적 사랑과 고독을 노래했다. 요절한 시인 베케르의 청순한 시집 〈서정시 Las Rimas〉(1871)는 지금도 끊임없이 애송되는 젊은이들의 시집이다. 그리고 철학적 내용을 산문성 짙은 시에 담았던 라몬 데 캄포아모르 이 캄포오소리오와 후기 낭만주의 시인인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의 씁쓸한 염세주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신랄하고 삽화적이며 상당히 풍자적인 풍속도가 황금시대 소설에서부터 전해내려온 사실주의 전통을 이어왔는데, 이는 19세기 전반기에 융성했던 풍속주의로 이어진다.

물질적 성장과 중산 계급의 출현 등으로 대두된 사실주의의 전성기는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실주의 소설의 시작은 〈갈매기 La gaviota〉(1849)의 저자인 소설가 페르난 카바예로이다. 그녀는 낭만주의적 색채를 완전히 탈피한 채 관찰과 묘사를 바탕으로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소설화하는 데 정열을 바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뒤를 이어 스페인 단편소설의 꽃이라 불리는 〈삼각모자 El sombrero de tres picos〉(1874)를 쓴 안토니오 데 알라르콘을 비롯해 19세기 소설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페피타 히메네스 Pepita Jiménez〉(1874)를 쓴 심리소설의 개척자 후안 발레라와 사실주의적 자연묘사가 뛰어난 작품 〈암벽 위로 Peñas arriba〉(1895)의 저자 마리아 데 페레다가 있다. 그러나 사실주의 소설에서는 스페인 사실주의 소설의 금자탑인 〈국민일화집 Episodios nacionales〉을 쓴 페레스 갈도스를 빼놓을 수 없다.

심리적 관찰묘사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스페인 정신의 본질을 추구한 그는 특히 〈국민일화집〉에서 나폴레옹 전쟁으로부터 100여 년 간에 이르는 역사적 대사건을 소설형식으로 그려냄으로써 대하소설의 장을 열었다.

19세기 후반의 극은 낭만주의의 지나친 즉흥성에 반발하여 안정과 순수함을 보이면서 고급극 형식을 만들어냈다. 사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도덕적 명제를 발전시킴으로써 교육적 명제를 달성하려는 이같은 시도는 로페스 데 아얄라와 19세기 후반의 최고의 연극인 〈신 연극 Un drama nuevo〉(1867)을 쓴 타마요 이 바우스 등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고전주의 작가들의 과장과 낭만주의 작가들의 효과 를 적절히 융합함으로써 신낭만주의를 시도한 〈위대한 갈레오토 El Gran Galeoto〉(1881)의 저자 호세 에체가라이 이 에이자기레가 큰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1904년 스페인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실주의 문학이 지속되는 동안에 1870년경 프랑스의 작가 에밀 졸라의 영향으로 자연주의가 스페인에 유입되었다.

작가 파르도 바산이 자연주의의 열렬한 중계자가 되고 이론가 역할을 했으나 그 생명은 길지 못했다. 실증주의 철학의 영향으로 과학적인 분석의 방법을 문학의 작품 기법에 도입한 자연주의는 스페인 사회의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정신과 상치하면서 스페인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스페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인간미를 안겨주는 세계를 그리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

〈생동하는 문제 La cuestión palpitante〉(1883)를 쓴 파르도 바산은 자연주의의 특징인 격한 감정과 잔혹한 사실적 표현,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론 등을 분명하게 제시했으나 가톨릭 신자인 작가의 이상주의적 분위기도 엿보인다. 또한 클라린이라는 필명으로 인기를 얻었던 레오폴도 알라스 이 우레냐도 매우 신랄한 비평과 함께 〈레헨타〉(1885)라는 작품에서 세밀하고 확실한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광범위한 정경을 다루어 19세기 최고의 소설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외에도 여성의 성격창조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산 술피시오 수녀 La hermana San Sulpicio〉(1889)의 작가 팔라시오 발데스도 풍속주의·지역주의·사실주의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판잣집〉(1894)의 블라스코 이바녜스는 혁명적 이념,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 형태, 유전적 결함에 대한 관심 등으로 자연주의의 마지막 추종자라고까지 불리면서 졸라의 뒤를 끝까지 고수했다.

20세기의 스페인 문학

20세기 들어와서 스페인 문학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루어놓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98 세대'라고 불리는 애국적인 청년작가들의 문학운동이었다. 호아킨 코스타와 앙헬 가니베트 등에게서 이상적 토대의 영향을 받은 젊은 작가들은 무너져가는 조국 스페인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예술 각 분야에서 조국이 나아갈 방향과 새로운 민족혼을 부르짖으며 가차없는 개혁을 주장했다. 특히 스페인의 위대한 사상가이며 문학가인 미겔 데 우나무노는 그의 작품 〈삶의 비극적 감정 Del sentimiento trágico de la vida〉(1913)·〈국수주의에 관하여 En torno al casticismo〉 등에서 불멸에 대한 집념과 인간 자아의 우월성을 부르짖으며, 스페인 부흥의 정신과 민족적 가치의 재확립 운동이라는 철학적 명제와 사상을 확인했다.

98세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는 카스티야의 대지와 풍경을 노래하며 98세대의 문학적 이념에 동참한 대표작 〈카스티야 평원 Campos de Castilla〉1912)을 쓴 안토니오 마차도가 있다.

또한 98세대와 같은 시기에 니카라과 시인인 루벤 다리오에 의한 모더니즘 운동이 두드러진다. 모더니즘 시라는 것은 형식이나 표현방식에서 절대적인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며 시의 감각적 미와 색채감, 음악적 효과를 강조하는 미학적 문학경향이다.

98세대의 문학이 가장 돋보인 문학 형태인 소설은 비극적·절망적 주인공 설정을 통해 스페인의 국가적 문제의식과 더불어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로는 스페인의 전통과 근대 문명과의 갈등을 다룬 〈전쟁중의 평화 Paz en la guerra〉(1897)와 인간 실존의 현실과 그 숙명성과의 갈등을 주제로 열등의식의 내면세계를 그린 〈안개 Niebla〉(1914)를 쓴 미겔 데 우나무노와 자신의 실존적 개념과 철학적 문제의식을 작중 인물의 형상화에 부여한 작품 〈의지 La voluntad〉(1902)의 작가 마르티네스 루이스(필명은 아소린), 그리고 98세대의 대표적 소설가로서 사건의 상세한 서술과 사물의 정확한 묘사에 바탕을 두고 철저한 염세주의와 회의주의로 일관했던 〈지성의 나무 El árbol de la Ciencia〉(1911)의 저자 피오 바로하, '예술을 위한 예술'의 대표적 실천자인 동시에 스페인 사회의 반사회성을 그림으로써 98세대의 애국적 의지를 함께 보여준 바예 잉클란 등이 대표적인 작가군에 속한다.

연극계에서도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건설적인 개혁운동이 일어났는데, 에체가라이를 중심으로 신낭만주의를 배격하고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자연스럽고 평이하게 다루려는 경향이 엿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연극계의 거장 하신토베나벤테 이 마르티네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귀족과 부르주아 사회의 실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그 모순과 위선을 풍자함으로써 극의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시도했다. 또한 그는 1922년 스페인 문인으로는 2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이네테 형식의 현대 풍속극도 대중의 인기를 끌었는데, 킨테로 형제는 이같은 단막극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반 세기에 걸쳐 대중의 인기를 누렸다. 1910년경부터 98세대와 모더니즘의 전형적인 저항의식을 극복하고 안정되고 좀더 지적인 구심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일어났다.

특히 오르테가 이 가세트와 같은 지적인 사상가가 등장함으로써 20세기초와 중반에 스페인 지식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가세트는 〈무척추의 스페인 La España invertebrada〉(1921)과 유명한 〈대중의 반란 La rebelión de las masas〉(1921) 등에서 선택된 소수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대중의 단결을 역설했으며, 〈예술의 비인간화 La deshumanización del arte〉(1925)에서는 정제된 기법으로서의 미학과 함께 20세기 스페인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소설에서는 맑고 정제된 문체로 감각적 요소를 감수성 있게 표현한 가브리엘 미로와 풍부한 지적 요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어휘와 화려한 미사여구, 세련된 뉘앙스 등의 기법을 사용한 페레스 데 아얄라 등의 활동이 돋보였다.

극에서는 스페인의 전통적 윤리관과 인간적 정열, 명예관을 시적 상징성과 비극성으로 다룬 〈피의 결혼 Bodas de sangre〉(1933)·〈예르마 Yerma〉(1934)·〈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La casa de Bernarda Alba〉(1936) 등 3대 비극의 작가 가르시아 로르카와 이상과 현실세계의 갈등을 다룬 〈뭍에 오른 인어 La sirena varada〉(1933)와 죽음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여명의 여인 La dama del alba〉(1944)을 통해 현대 스페인의 내면을 인간적 양심으로 파헤쳐 스페인적인 문제를 세계화하는 데 성공한 알레한드로 카소나, 그리고 장 콕토처럼 신화를 소재로 수사학적 기법으로 다룬 〈탐욕의 거울〉(1931)의 작가 막스 아웁 등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역시 이 시기의 문학은 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완벽의 추구와 절대미의 탐구, 정확한 언어구사를 통해 스페인의 전통적 서정시를 복원하려고 노력한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초기 모더니즘의 영향과 이후의 절대적 주관주의와 완벽성 추구 등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슬픈 아리아스 Arias tristes〉(1903)·〈갓 결혼한 시인의 일기 Diario de un poeta recién casado〉(1916), 산문시 〈플라테로와 나 Platero y yo〉(1914) 등의 작품으로 1956년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계속해서 시 분야에는 20세기 유럽의 전위주의 기법들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준 27년도 세대 작가들이 등장했다.

〈노래집 Canciones〉(1922)·〈집시 노래집 Romancero gitano〉(1928)와 〈뉴욕의 시인 Poeta en Nueva York〉(1940) 등의 작품에서 집시들의 죽음과 고독을 노래하고,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현대 산업사회를 노래한 스페인의 대표적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와 〈사랑의 이유 Razón de amor〉(1936)라는 순수 사랑의 시를 통해 사랑시의 대가라고 불리는 페드로 살리나스를 비롯해 스페인의 폴 발레리라고 불리며 〈선집 Cántico〉(1928)이라는 대표작에서 낙관주의적 삶의 자세에 바탕을 두고 지적 세계를 추구한 호르헤 길옌, 〈대지의 마도로스 Marinero en tierra〉(1925)·〈천사들에 관하여 Sobre los ángeles〉(1929) 등의 대표작에서 신(新)공고리즘의 영향과 초현실주의적 기법이 엿보이는 라파엘 알베르티, 초현실주의 기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 〈파괴 그리고 사랑 La destrucción o el amor〉(1935)의 작가이며 197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신낭만주의의 작가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초현실주의 영향과 시구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루이스 세르누다, 형식의 절대적 우위가 일관성을 이루는 헤라르도 디에고, 전후 문학의 최고봉을 이루는 대표작 〈분노의 자식들 Hijos de la ira〉(1944)에서 생의 비극적 단면을 잘 묘사한 다마소 알론소 등이 유명하다.

이같은 27세대 시인들을 통해 20세기 스페인 문학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으며 화려한 황금기를 만끽했지만 1936년 스페인 내란으로 인해 비극적 결과를 체험했다.

1939년에 3년간의 내란이 끝나면서 스페인 문학의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즉 인간 조건과 현실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인간적·사실적 문학 형태에서 다루게 되었다. 시에서는 스페인의 전통적 경향에 맥락을 두고 인간적인 열정으로 삶과 사랑,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다룬 작가 미겔 에르난데스, 민중의 영혼을 해석하며 종교적 감정을 시적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루이스 로살레스, 스페인에 사회시의 지평을 연 장본인 블라스 데 오테로, 사회 변혁의 도구로서의 시의 역할을 주장한 가브리엘 셀라야에 이어 신낭만주의와 초현실주의적인 감성을 보여주는 펠릭스 그란데까지 이어져내려온다.

소설도 주지적·미학적 경향에서 탈피해 인간화와 리얼리즘의 추구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예술작품에서 사회의 증인으로 전환했다.

대표작가로는 내란으로 인한 비극과 그 참담한 현실을 일깨워준 라몬 센데르와, 갈도스의 계보라 할 수 있는 스페인 사실주의 작가로 작품 〈궤양 La úlcera〉(1949) 에서 인간 심리의 왜곡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후안 안토니오 순수네기 등이 있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문제를 형이상학적으로 다룬 작품 〈삼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네 La sombra del ciprés es alargada〉로 1947년 스페인 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나달 문학상을 수상한 미겔 델리베스, 1944년 나달 문학상 수상작인 실존적 작품 〈무 Nada〉(1945)를 통해 내란 후의 인간의 허무와 절망을 실감 있게 다룬 카르멘 라포레트, 스페인 내란을 통해 세계 모든 지성인이 지니고 있는 현대적 고뇌를 분석한 호세 마리아 히로네야 등이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사람은 198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호세 카밀로 셀라이다. 카뮈의 〈이방인〉과 비교되는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La familia de Pascual Duarte〉(1942)에서 그는 내란에 멍든 스페인의 모습을 왜곡된 인간심리를 통해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냈으며, 〈벌집 La colmena〉(1951)에서는 스페인 내란 후 일상생활 속에 투영되는 마드리드의 인간 군상을 실존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침묵의 시간 Tiempo de silencio〉(1962)의 작가 루이스 마르탱 산토스와 〈손장난 Juegos de manos〉(1954)의 후안 고이티솔로도 빼놓을 수 없는 현대 소설 작가들이며, 이들로부터 스페인 소설은 신경향주의의 특징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마련된다.

전후 극에서도 큰 양적·질적 성장을 보였는데, 정치적·사회적·윤리적 주제에 관심을 가진 〈성벽 La muralla〉(1954)의 호아킨 칼보 소텔로와, 유머와 관습을 통해 언어와 사회적 관습의 매너리즘을 공격한 〈3개의 삼각모자 Tres sombreros de copa〉(1952)의 미겔 미우라, 예리한 재치로써 보수적 귀족계급을 풍자해 1960년대 도시 중산층의 인기를 끈 알폰소 파소와 함께 현대 스페인 극 문학의 대표자로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극화시킨 〈계단의 역사 Historia de una escalera〉(1949)의 작가 부에로 바예호, 스페인 현실참여 문학의 선구자인 알폰소 사스트레, 초현실주의와 부조리극의 기법을 통해 현대 극작가 대열에 들어선 페르난도 아라발과 안토니오 갈라, 호세 로페스 루비오, 페드로 무뇨스 세카 등이 오늘날 스페인의 문학을 이끌고 있다.

특징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가톨릭교를 바탕으로 모든 문화가 발전되어온 국가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스페인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스페인 민족 정신의 뿌리를 이루어온 전통 종교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중세로부터 19세기말까지 스페인은 종교를 고수하기 위해서 과학과 지식을 거부해왔으며, 전통적으로 신의 섭리를 국가의 기초로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은 98세 대에 이르러서야 스페인 문학이 유럽 문학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개방화되었다. 인간의 내면에 깃든 이상주의와 현실 세계의 대립을 그린 것이 〈돈 키호테〉라면 그 특징 속에서 스페인 문학의 총체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 속에서 스페인 지성인들의 고민과 갈등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돈 키호테
돈 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