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불법행위

다른 표기 언어 tort , 不法行爲

요약 대한민국 민법상 불법 행위는 행위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채무불이행과 함께 손해배상청구권의 중요한 발생 원인이 된다. 따라서 불법 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는 가해자가 배상해야 한다.
불법 행위는 동시에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 행위자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형벌을 가하는 것을 형사 책임이라고 하고, 피해자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 민사 책임이다. 불법 행위를 구성하는 주요 요건 중에는 가해자의 고의와 과실이 있다. 고의란 어떤 행위로 인해 특정한 결과가 나올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행하는 심리상태를 말하며, 과실이란 부주의로 행위의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불법행위가 성립하게 되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로마 법에서 불법행위(delict)는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배상금 지급의 채무를 지는 것을 말한다.

형사사건을 민사사건에서 분리하여 형사법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은 2~3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때부터는 민사소송이 민사사건의 피해를 구제하는 방법이 되었다. 오늘날 로마 법에서 유래한 법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이 용어는 민사상의 불법행위를 의미하며, 영미법의 '토트'(tort)에 해당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로마의 민법은 잘못을 응징하는 것을 근본이념으로 삼고 있었지만, 벌금은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되어 2배나 3배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고 국가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었다.

불법행위의 주요유형은 절도(furtum), 강도(rapina), 인격권 침해(injuria), 불법으로 가해진 손해(damnum injuria datum) 등 4가지였다.

로마 초기의 성문법인 12표법(BC 451~450)이 '인격권 침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보면 이 법률이 과도기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12표법은 피해자의 개인적 앙갚음을 허용하는 법률체계에서 벗어나 개인적 복수 대신 보상을 받도록 피해자에게 강요하고 국가가 손해배상금의 액수를 결정하는 법률체계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남의 팔다리를 부러뜨렸을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똑같은 상해를 입힐 수 있는 '동해보복'(同害報復 talion)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만 허용되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돈을 받지 않고 앙갚음하는 쪽을 택했을지는 의심스럽다. 초기에는 각각의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법률로 정해져 있었지만 돈의 가치가 달라지자 이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이 되었다.

후기에는 각 사건에서 손해배상금을 결정할 때 약간의 재량이 허용되었다. 또한 '인격권 침해'는 신체에 대한 폭행뿐만 아니라 명예훼손과 모욕행위까지도 포함하게 되었다.

'불법으로 가해진 손해'에 관한 12표법의 조항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조항이 BC 3세기에 아퀼리우스 법(Lex Aquilius)으로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 이 법률은 건물만이 아니라 노예와 동물에 대한 침해도 다루었다. 어떤 사람이 남의 노예나 가축을 불법으로 죽이면 지난 해에 거래된 노예나 가축의 최고값과 맞먹는 손해배상금을 물어야만 했다.

다른 종류의 재산을 불태우거나 망가뜨리거나 파괴하면 지난 30일 동안의 최고값에 해당하는 돈을 피해자에게 보상해 주어야 했다. 어떤 경우든 이 피해는 가해자의 불법행위나 과실이 초래한 것이어야 했다.

영미법에서 불법행위는 생명·신체에 위험을 가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거나, 개인적 평판을 훼손하거나, 재산권 또는 사생활의 권리와 같은 특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를 말한다. 이 개념은 계약과는 독립된 민사적 권리침해만을 포함한다. 영어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토트라는 말은 중세 라틴어의 '토르툼'(tortum:어떤 비틀리거나 꼬이거나 또는 구부러진 것을 의미함)에서 유래한다.

법률용어로서 불법행위라는 말은 민사적 권리침해이다. 즉 계약의무의 위반이나 순전한 형평법상의 의무 위반, 또는 범죄 등과는 별개로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침해이다. 명예훼손(문서비훼와 구두비훼), 폭행, 불법침입, 불법방해, 재산상의 손해, 제조물(製造物) 하자, 사기, 무고(誣告), 과실(過失) 등은 형사책임이나 계약책임과는 별도의 불법행위이다.

불법행위법의 목적은 발생한 손해 또는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성난 황소가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서 이웃 농토를 황폐하게 만들었을 경우, 황소의 주인은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엄격한 법률상의 의무를 부담하므로 손해를 입은 이웃 농부에게 불법행위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의 형태는 보통 금전배상이다. 이것은 불법적 작위(作爲) 또는 부작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따라 산정된다. 불법행위법의 목적은 어떤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한 손해 또는 권리침해의 경우에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여부와 그 범위를 한계짓는 것이다.

어떤 작위 또는 부작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권리를 침해받은 당사자가 손해배상의 형태로 되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계약의 위반은 침해받은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지만, 이 소송의 형태는 불법행위법이 아니라 계약법에 속한다. 물론 어떤 작위 또는 부작위가 불법행위이면서 동시에 계약위반일 수도 있다. 이처럼 영역이 중복되는 것 때문에 불법행위를 엄격하게 정의하는 것은 오랫동안 학자들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불법행위법에서 과실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작위 또는 부작위 행위에 과실이 있는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주된 방법은 주의의무(注意義務) 개념에 의하는 것이다. 그러한 주의의무의 범위는 합리적 예견가능성(豫見可能性:의제적인 일반인의 기준) 개념에 의한다. 가령 "진저비어(ginger beer) 병에 썩은 뱀이 들어 있는 경우 이것은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히리라고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가?" 이것은 영국의 유명한 도노그 대 스티븐슨(Donoghue v.Stevenson) 판결의 예이다. 불법행위법에 기소한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건은, 어떤 의무가 존재해야 하고, 권리침해 또는 손해를 야기한 특정한 자에게 그 의무가 지워져 있으며, 실제로 권리침해 또는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민법상 불법행위는 행위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이며, 채무불이행과 함께 손해배상청구권의 중요한 발생원인이 된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는 가해자가 배상해야 한다(제750조). 불법행위는 동시에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행위자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형벌을 가하는 것을 형사책임이라고 하고, 피해자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전보(塡補)시키는 것이 민사책임이다.

민사책임을 광의로 해석할 때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으나, 보통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만을 민사책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철도·선박·항공기 등의 사고로 인하여 여객이 피해를 입은 경우나, 임차인의 실화로 임차가옥이 불에 탄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모두 성립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에 피해자는 그의 선택에 따라 가해자에 대하여 계약책임을 묻거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청구권경합설).

불법행위는 일반불법행위와 특수불법행위로 나눌 수 있다. 일반불법행위는 다음의 요건을 갖추었을 때 성립한다. 첫째,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 고의란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면서도 감히 이를 행하는 심리상태를 말하며, 과실이란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인식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그것을 알지 못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근대 민법은 이처럼 고의 또는 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과실책임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대규모 교통기관이나 대기업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둘째, 가해자에게 책임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 행위의 책임을 인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배상책임이 없다(제753조). 단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라고 하여 무조건 책임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책임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그 미성년자의 연령, 환경, 기타의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또 심신상실(心神喪失)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여도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제754조). 셋째, 가해행위에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 위법성은 법규위반에 한하지 않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도 포함하여 법률이 보호할 가치있는 이익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위법성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침해행위의 태양의 상관관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법성을 띠는 행위이지만, 별도로 정당방위(제761조 1항)·긴급피난(제761조 2항)·피해자의 승낙·정당행위 등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행위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넷째, 가해행위에 의해 손해가 발생해야 하고, 또 가해행위와 그 손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손해의 종류는 재산적 손해에 한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도 포함된다.

그 가해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의 범위는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특수불법행위는 일반불법행위와는 달리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고의·과실의 입증책임의 전환이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특수불법행위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첫째, 책임무능력 때문에 직접 가해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친권자, 후견인, 아동보호시설의 장 등), 또는 감독의무자를 대신하여 무능력자를 감독하는 자(탁아소의 보모,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교원, 정신병원 의사 등)가 배상책임을 진다(제755조). 이를 책임무능력자를 감독하는 자의 책임이라고 한다.

둘째, 사업을 위해 타인을 사용하는 자는 피고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756조). 사용자를 대신하여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타인을 사용하는 자의 책임이라고 한다. 셋째, 공작물의 설치·보존 또는 수목의 재식·보존에 하자가 있어서 그것으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우선 그 공작물이나 수목의 점유자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만약 점유자가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여 책임을 면한 때에는 제2차적으로 그 공작물의 소유자가 책임을 진다(제758조). 이때 소유자의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다.

이것이 공작물 등을 점유 또는 소유하는 자의 책임이다. 넷째, 동물의 점유자 또는 이에 갈음하여 동물을 보관하는 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759조). 다섯째, 수인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를 공동불법행위라고 하며,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760조). 그밖에도 특수불법행위책임으로 인정되는 것은 첫째, 자동차 운행자의 책임으로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사상한 때 그로 인해 생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자동차 운행자에게 가중한 내용의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과함으로써 사실상의 무과실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근대적 기업활동에 따르면 매연·진동·소음·폐수 등의 방산(放散)으로 다수의 시민이 그 건강이나 생활환경의 침해를 받거나 혹은 재산적 손해를 입는 경우에, 개연성만으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가해자의 책임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셋째, 제조자로부터 소매상을 통해 판매된 상품에 결함이 있어 소비자나 이용자 또는 그밖의 사람들이 신체·생명·재산에 손해를 입었을 때에 제조자에게 배상책임을 묻는 것을 제조물책임이라고 한다.

불법행위가 성립하게 되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배상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금전배상이다(제763조). 일시에 손해의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타인의 신체·자유·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함으로 인해 생긴 손해의 배상에 대해서는, 법원은 이를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또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제751조 2항). 금전배상에 대한 예외로서 명예훼손의 경우에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로 손해배상을 대신하거나 또는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가해자에게 명할 수 있다(제764조). 가해자로 하여금 신문지상에 사죄광고를 내게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제76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