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과실

다른 표기 언어 negligence , 過失

요약 과실은 불법행위의 책임조건이 되어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 및 재산상의 손해에 관한 심리에서 중요한 요건이 된다. 따라 로마법도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고 행위기준에 따라 그 책임을 결정했다. 영국법에서는 1825년에 과실이 책임의 근거가 되었다.
산업화로 직업에 따른 사고가 늘어나면서 과실주의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과실주의는 발생 가능한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본 불합리한 위험만을 없앨 것을 요구한다.
과실소송에서 원고는 증거로 피고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증거는 정황증거일 수도 있다. 원고가 권리침해와 과실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입증했을 경우 피고는 이 관련성이 없음을 반증해야만 하는데, 이를 사실추정칙이라 한다.

목차

접기
  1. 민법상의 과실
  2. 형법상의 과실
무과실책임주의
무과실책임주의

과실은 불법행위(또는 채무불이행)의 책임조건이 되어 대부분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 및 재산상의 손해에 관한 심리에서 중요한 요건이 된다. 로마 법도 이와 비슷한 원리에 따라 고의(dolus)와 과실(culpa)을 구별하고 행위기준에 따라 그 책임을 결정했다. 게르만 법과 프랑스 법은 옛날부터 사고를 일으키면 엄격한 책임을 지도록 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영국법에서는 1825년에 과실이 책임의 근거가 되었다.

과실주의는 원래 여인숙 주인, 대장장이, 의사 등 대중 상대의 직업인들에게 적용되었으나, 산업화와 함께 직업에 따른 사고가 늘어나면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가혹했던 책임이 산업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가벼워졌으나, 다시 엄격해지는 추세에 있다. 과실주의는 인간의 행위로부터 생기는 모든 위험이 아니라 단지 발생 가능한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본 불합리한 위험만을 없앨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부엌용 성냥제조업자보다 니트로글리세린 제조업자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유제품 제조업과 같이 소비자의 안전에 직접 관계되는 예민한 분야에서는 매우 엄격한 주의의무를 다했다 하더라도 법은 모든 실수에 대해서 책임을 지우는데, 이것이 엄격책임으로 알려진 정책이다. 행위기준은 외형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은 행동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흥분, 무지, 어리석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그 자체만을 판단한다. 재판관은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고 그가 그런 상황에서 취했을 행동을 결정한다. 행위기준은 또한 특히 어린이와 같은 특수집단의 과실을 예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신중할 것을 필요로 한다.

사리판단 능력조사로 불에 닿으면 타고 물에 들어가면 빠져 죽을 염려가 있으며 비에 젖은 포장도로에서는 차가 미끄러질 수 있다는 등의 지식을 추정한다. 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개인도로에서도 한쪽으로만 차를 모는 것 같은 지역사회의 관습은 그런 추정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긴급상황에서는 그런 규범의 적용을 완화할 수 있다. 맹인과 같은 신체장애자(정신장애자는 아닌)는 용인될지도 모르지만, 법은 장애자가 자신의 무력함 때문에 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과실주의는 어린이와 성인을 구별하는 것 말고는 나이나 경험이라는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보통 과실소송에서 원고는 증거의 우세를 들어 피고의 과실을 입증해야만 하는데, 이 증거는 아주 사변적이지 않은 한 정황증거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원고가 자신의 권리침해와 피고의 명백한 과실 사이에 분명한 연관이 있음을 입증했을 경우 피고는 이 관련성이 없음을 반증해야만 하는데, 이를 사실추정칙(라틴어로 '사태 그 자신이 증명하고 있다'는 의미로 res ipsa loquitur라고 쓴다)이라 한다.

대개 과실로 인해 발생한 회복가능한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과실행위에서 '필연적이고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 권리침해나 손실에 대한 금전배상이다(→ 기여과실)(→ 기여과실).

민법상의 과실

우리 민법상 과실은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인식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말미암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사법상의 책임조건으로서는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지 않고 책임의 경중의 차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민법 규정에서는 단순히 과실만을 드는 것이 보통이고 고의는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여긴다.

과실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과실은 부주의의 정도에 따라 경과실과 중과실로 구별된다.

경과실은 다소라도 주의를 결한 경우이고, 중과실은 현저하게 주의를 결한 경우이다. 민사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는 과실이 있기만 하면 되므로, 일반적으로 과실이라고 하면 경과실을 의미한다. 중과실을 요하는 경우에는 민법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규정한다(제109조 1항, 제735조 등).

한편 과실은 주의의무의 종류에 따라서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로 나누어진다. 전자에 있어서의 주의는 그 사람이 속하는 사회적 지위, 종사하는 직업 등에 따라서 보통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이다. 바꾸어 말하면 구체적인 사람에 따른 개인차가 인정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가 기준으로서 요구된다.

이 경우의 주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또는 '선관주의'(善管注意)라고도 한다(제374조). 이에 반하여 구체적 과실에서 주의에는 구체적인 사람에 따른 개인차가 인정된다(제695조, 제922조 등).

민법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합리적·추상적인 법률인이므로 민법상의 주의는 선관주의가 원칙이고 따라서 과실이라고 하면 추상적 과실을 의미하며, 그 가운데서도 경과실, 즉 추상적 경과실을 뜻한다. 구체적 과실도 이론상으로는 다시 경과실과 중과실로 나눌 수 있으나 민법에는 구체적 중과실을 요건으로 하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구체적 과실이라고 하면 언제나 경과실, 즉 구체적 경과실을 가리킨다.

형법상의 과실

우리 형법상 과실이란 정상의 주의를 태만히 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형법 제14조), 즉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구성요건적 결과를 실현하는 것을 말하며, 여기서 주의의무 위반은 과실범에서 구성요건 요소가 되는 동시에 책임요소가 되는 이중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형법상의 범죄는 고의범을 원칙으로 하나 예외적으로 과실범을 처벌하는 경우가 있고 이 때 과실범은 고의범에 비하여 그 형벌이 경미하다. 즉 책임조건으로서 고의와 과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민법과는 달리, 형법에서 고의와 과실은 그 형의 경중에도 큰 차이가 있다.

형법상 과실도 여러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과실의 종류에는 우선 인식없는 과실과 인식있는 과실이 있다. 이 분류는 특히 과실범에 있어서도 과연 고의범과 마찬가지로 범죄결과에 대한 의식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함께 대두되었다. 과실범에 있어서 고의범과 같은 결과의 인식은 없을지라도 적어도 비난받을 만한 법정조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인식있는 과실은 고의와 같이 결과발생을 예견했다는 의사적 요소마저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행위자가 주의위배로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비난이 가해진다. 인식없는 과실에서는 결과발생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으나 위험상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어떠한 위험 자체를 인식했으나 그것이 행위객체를 위태롭게 할 만한 사정이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태만에 비난이 가해진다. 전자는 추상적 위험을 인식했지만 부주의하게 결과발생을 믿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후자는 구체적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고 법익위태화도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은 보통과실·업무상과실·중과실의 분류를 들 수 있다.

업무상 과실은 형법상으로도 인정되고 있는데(업무상 실화, 업무상 과실사상), 이것이 가중처벌되는 이유는 업무자의 주의의무나 결과방지능력이 높아서라기보다는 당사자의 업무성격상 위험발생의 예견가능성이 특히 높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업무상 과실에서 말하는 업무는 "사람이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하여 행하는 사무"를 말하며, 그 사무에 대한 각별한 경험이나 법규상의 면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과실은 약간의 고려만 했다면 그러한 결과발생을 능히 예견할 수 있고,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실제로 업무상 과실과 중과실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으며 형법도 이 양자의 경우를 같이 취급하고 있다(제171조, 제189조 2항, 제268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