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과 팬터마임

마임과 팬터마임

다른 표기 언어 mime and pantomime

요약 좁은 의미로는 생활에서 따온 장면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오락극.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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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양의 초기 마임
  2. 동양의 초기 마임과 무용극
  3. 영국의 팬터마임
  4. 현대의 마임
마임과 팬터마임
마임과 팬터마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의미가 확대되어, 하나의 성격을 창조해내고 묘사하는 기술, 또는 사실적이고 상징적인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이 용어는 연기와 연기자 모두를 가리킨다. 예로부터 내려온 이와 비슷한 양식의 연극이 비서양 문화권에도 존재하는데 이를 마임 또는 팬터마임이라고도 한다(→ 그리스 문학).

서양의 초기 마임

그리스·로마 시대의 마임은 모방적인 행동을 강조하면서도 노래와 대사가 들어 있는 소극(笑劇)이었다. 문학화되기 이전의 형식은 다만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BC 5세기의 희극작가인 에피카르모스의 촌극 중 남아 있는 단편들도 겨우 그가 문학적 지위를 부여한 마임이 일상생활의 장면이나 신화상 익살스러운 주제와 관계가 있다는 정도만을 알려줄 뿐이다(→ 에피카르모스). 그리스의 다른 마임 작가로는 소프론(BC 430경 활동)과 헤로다스(BC 3세기)가 있었다.

'맨발로'라는 뜻의 라틴어 'planipes'는 마임 배우가 연기할 때 신발을 신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리키는데, 이로써 이탈리아에도 고유한 양식의 마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틴 문학). 로마 시대 마임에 처음으로 문학 형식을 부여한 사람은 노예 출신의 기사 데키무스 라베리우스(BC 105~43경)로 푸블릴리우스 시루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마임 공연은 해마다 열리는 플로랄리아 축제의 전통적 공연물로서, 벌거벗은 마임 여배우들을 등장시켜 음탕한 분위기의 극을 무대에 올렸다.

극히 단편적인 자료만이 남아 있으나 보통 마임의 줄거리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 암시에 자유롭게 몰두하면서도 주로 간통 등 부도덕한 행위들에 초점을 맞추었음이 명백하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마임 무대 위에서 실제로 간통행위가 행해졌다는 증거가 있으며, 사형집행 장면에 배우 대신 죄수를 등장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작가들이 로마의 연극을 비난할 때, 이렇게 타락한 상태의 마임이 주요 공격대상이었다. 고전 마임의 주요배역과 상황은 그뒤 플라우투스의 희극으로 발전했으며, 로마 시대의 연극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즉흥 오락물 '코메디아 델라르테'를 통해 크게 수정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로마 시대의 팬터마임은 2가지 점에서 마임과 구별되는데 첫째, 그 주제가 대체로 고상했으며, 둘째, 마임 배우와는 달리 말과 얼굴 표정 대신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가면을 사용했다. 따라서 팬터마임 배우의 연기는 주로 자세나 몸짓과 관계되는 것이었으며, 그중에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손동작이 중요했다. 팬터마임 배우는 비극 배우처럼 망토와 긴 윗옷을 입고 심벌즈 등 리듬 악기와 플루트·피리·트럼펫 등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 보통 1인극의 형태로 연기했으며, 합창단이 반주곡의 가사를 노래하거나 낭송했다. 가사는 보통 유명한 비극에서 취해왔지만, 팬터마임의 음악과 가사는 예술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팬터마임 배우의 재능과 기교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뛰어난 배우들은 부유한 귀족, 심지어는 네로나 도미티아누스와 같은 황제들의 총애를 받았다.

동양의 초기 마임과 무용극

무언극은 훨씬 먼저 동양에서 뚜렷한 형태로 발달했다.

인도에서는 연기에 음악과 노래 및 춤을 결합한 양식이 기원 수세기 전에 발생했고, 이러한 토착극에 대사가 덧붙여져 '바라타-나티아'(bhārata-nāṭya)가 성립되었다(→ 인도 무용). 고전 힌두 무용극의 하나인 이 극은 산스크리트로 된 극작법에 관한 대저서 〈나티아-사스트라 Nāṭya-ś āstra〉에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이 책은 AD 3세기 이전의 것으로 신화적 인물인 성자 바라타가 썼다고 전해진다.

이 극은 여러 명의 연주자와 1명의 가수가 배경음악을 넣어주는 가운데 무용수가 무대를 떠나거나 의상을 갈아입지 않으며 단독으로 2시간 동안 춤과 관습화된 몸짓을 번갈아 하며 공연한다. 대사와 관습화된 마임을 결합한 벵골인의 민속야외극인 '자트라'(jātrās)와 민속무용극인 '라사'(rasas)에서는 아직도 가끔 비슈누의 신화에서 따온 장면들이 모방의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

20세기에 우다이 샹카르는 토착 악기로 연주하는 인도 음악의 반주에 맞추어 추는 인도 정통 고전무용을 서양에 소개했다. 중국과 일본 연극에서 마임은 서양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역할을 수행했으며, 중요한 형태의 연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중국 연극에서는 무대 소도구들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몸짓과 동작의 연기도 전통적인 양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신비감을 자아낸다.

영국의 팬터마임

영국의 팬터마임은 18세기초의 연극 형태인 대중적 무언 단막 희극에서 비롯되었으며, 프랑스 희극 무용인 아를르캥과 마찬가지로 음악과 춤이 따르는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특징을 본받았고 처음에는 대사 없이 연기를 했지만 뒤에 가서 몇 마디의 대사가 덧붙여지게 되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주제가 동화적 이야기로 바뀌었으며, 막간에 마술과 곡예를 넣어 아이들에게 좀더 총체적인 형태의 오락을 제공했다.

19세기 중반 이후로 팬터마임은 크리스마스 시기에만 공연되었고, 희극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젊은 여배우가 남자 주인공이나 주연급 소년역을 맡고, 남자 배우가 늙은 여자나 광대노파역을 맡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인기있는 20세기의 팬터마임으로는 〈신데렐라 Cinderella〉·〈숲속의 아기들 The Babes in the Wood〉·〈알라딘 Aladdin〉·〈로빈슨 크루소 Robinson Crusoe〉·〈마더 구스 Mother Goose〉·〈푸른 수염 Blue Beard〉·〈멋진 두 짝의 신발 Goody Two-Shoes〉 등이 있다.

현대의 마임

현대 서양의 마임은 완전한 무언 예술양식으로 발전하여 몸짓과 동작 및 얼굴 표정만으로 뜻을 전달한다(→ 현대 무용). 이같은 마임의 영향은 특히 발레에 강하게 나타나는데, 고전 발레의 형식적인 몸짓이 침묵을 통해 뜻을 전달하는 현대의 극적 춤 동작으로 변형되었다.

미국에서는 찰리 채플린이나 벤 터핀 같은 무언극 영화배우와, 시드 시저 같은 텔레비전 연예인 및 에멧 켈리 같은 서커스 어릿광대들이 옛 전통의 대가로 꼽힌다. 그

러나 고도의 예술적인 현대 무언극은 프랑스에서 이루어졌는데, 에티엔 데크루와 장 루이 바로, 마르셀 마르소 등의 연기에 의해 철학적 품위를 얻게 되었다. 마르소는 마임이란 몸짓으로 말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태도로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