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다른 표기 언어 short story , 短篇小說

요약 단편소설이 뚜렷이 구별되는 문학 장르로 떠오른 것은 19세기이며 낭만주의와 사실주의가 단편소설의 출현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낭만주의는 기이하며 비현실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한 관심을 자극했고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장편이 아니더라도 단편으로 나타낼 수 있게 하였다. E. A. 포의 작품 〈괴기 단편집〉이 이 부류에 드는 것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주의 소설도 그 시대의 여러 면들을 사실에 입각해 보고하는 연구적인 역할을 열망하고 있었으므로 짧은 글이 그 목적에 적합했다. 한국에서의 단편소설은 일찍이 박지원의 한문소설에서 그 맥을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씌어진 것은 1910년대부터이다. 이인직·이광수 등에 의해 그 형태가 마련된 뒤, 김동인·염상섭 등이 그뒤를 이었다.

길이가 길고 폭도 더 넓은 이야기 형식인 장편소설이나 서사시·무용담·로맨스와 구별된다.

등장인물이 여러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한 사람일 수도 있으며 하나의 의미있는 사건과 장면을 통해 전달되는 단일한 효과를 중요시한다. 단편소설 형식은 배경의 경제성과 서술의 간결성을 요하며, 줄거리나 극적인 만남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나 인물의 성격을 충분히 전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용은 비현실적이고 색다른 것이거나 지극히 사실적이고 때로는 이 2가지 성격이 같이 나올 수도 있다.

초서와 보카치오의 선집이나 또는 소설의 긴 내용 속에 삽입된 고대 그리스 우화와 짧은 로맨스들,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들, 세속적이고 사실적인 중산계급의 운문우화(韻文寓話)와 같은 선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단편소설이 뚜렷이 구별되는 문학 장르로 떠오른 것은 19세기이며 낭만주의사실주의가 단편소설의 출현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낭만주의는 기이하며 비현실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한 관심을 자극했고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장편이 아니더라도 단편으로 나타낼 수 있게 하였다. E. A. 의 작품 〈괴기 단편집 Tales of the Grotesque and Arabesque〉(1840)은 이 부류에 드는 것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에서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와 E. T. A. 호프만의 단편소설들이 심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수단으로 비현실적인 요소를 사용했다. 특히 악(惡)의 경험을 비롯한 개인적인 시련을 중시하는 청교도의 영향을 받아 호손멜빌, 헨리 제임스 등의 후대 미국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들은 줄거리보다는 주관적인 직관을 강조하게 되었다.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1898)이 그 유명한 예이다.

한편 사실주의 소설도 낯설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던 그 시대의 여러 면들을 사실에 입각해 자세히 보고하는 연구적인 역할을 열망하고 있었으므로 짧은 글이 그 목적에 적합했다. 프랑스에서는 P. 메리메가 공정하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관찰에 바탕을 둔 단편소설을 쓴 선구자이며, 이런 기법은 기 드 모파상의 작품에 이어진다.

모파상은 평범하고 따분하며 답답한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의미심장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는 기법을 썼다. 큰 관심을 모은 J. 조이스의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 Dubliners〉에도 희망 없고 무기력한 도시생활 속에 일상적이고 고통스러운 면들 뿐만 아니라 뜻밖의 순간이나 희미한 희망들이 묘사되어 있다.

단편소설은 처음에 잡지와 신문을 통해서 발표되는 경우가 많아서 저널리즘 특유의 '지방색'이 드러났다.

미국의 작가 브렛 하트가 탄광촌을 다룬 단편소설들과 키플링이 인도생활을 소재로 한 초기 작품들, 미시시피 강과 여러 고장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들이 그런 류의 작품들이다. 그러나 트웨인이 초기의 익살맞은 단편소설에 뒤이어 내놓은 작품은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 The Man That Corrupted Hadleyburg〉(1900)처럼 보다 심각한 단편소설들이었다.

그는 이 소설들에서 사실적인 기법으로 시대를 초월한 도덕적 우화를 썼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최근의 작가들은 〈세상의 빛 The Light of the World〉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면밀한 사실주의 세부 묘사들과 우주적인 의미의 암시를 섞어 썼다. 〈덤불숲의 소년 The Brushwood Boy〉과 〈그들 They〉 같은 키플링의 단편들 중 몇 작품은 정상적인 경험의 한계를 벗어난 기이한 심령 현상을 탐구하면서도 평범한 삶에 대한 충실하고 사실적인 기술의 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기이함을 한층 강조하게 된다.

러시아에서는 고골리의 단편들이 보통 문학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꿈이나 환상을 통해 전달되는 의식상태의 주관적 탐구를 결합하고 있다.

이런 기법은 그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투르게네프체호프, 후대 작가들의 여러 단편 소설들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보다도 그 소설의 분위기와 특별한 각성이 일어나는 개별적인 순간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주로 아이러니의 우연한 일치가 일어나는 특별한 순간을 강조하여 뜻밖의 결말, 즉 '이야기의 반전(反轉)'을 생기게 하는데 특히 O. 헨리의 대중소설이 그러하다.

이러한 특별한 순간을 통해 독자는 역사나 신화에서 끌어낸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은 현대 단편소설이 일반 독자보다도 전문적이고 지적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그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아르헨티나의 학구적인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이런 목적을 가지고 난해하고 미묘한 작품들을 많이 썼다.

한국에서의 단편소설은 일찍이 봉건제도를 풍자한 박지원(朴趾源)의 한문소설에서 그 맥을 찾을 수 있다.

단편소설이 본격적으로 씌어진 것은 1910년대부터이다. 이인직(李人稙)·안국선(安國善)·이광수(李光洙)·현상윤(玄相允) 등에 의해 근대적 단편소설 형태가 마련된 뒤, 김동인(金東仁)·염상섭(廉想涉)·전영택(田榮澤)·나도향(羅稻香)·현진건(玄鎭健) 등이 그뒤를 이었다. 처음에는 현실과 거리가 먼 삶을 감상적으로 그렸으나, 차츰 일제강점기의 무력한 지식인의 내면의식과 계몽·교훈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로 차이는 있었으나 주로 극적·서정적 단편소설을 썼으며 이는 뒤에 리얼리즘 계열의 단편소설로 바뀌게 된다. 1970년대에 와서는 특히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차이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이문구(李文求)·윤흥길(尹興吉) 등에 의해 연작 단편소설이 씌어졌다.→ 소설